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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식]안양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한 제언

안양똑딱이 2016. 6. 11. 07:55

행정학박사, 성결대학교 교수


 

현재 수도권에는 서울특별시를 제외하고 21개의 도시들이 운집해 있다.

전 국토의 약 10%의 면적에 불과한 서울·경기권에 인구의 약 40%가 몰려 있고, 급속하게 도시화가 진행되다 보니 수도권 도시들의 성장패턴이 획일화되어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지역이 갖고 있는 특징이나 고유의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마치 규모가 작은 서울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였으며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해답을 [지역정체성(community identity)]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과밀화된 수도권내에서 각 도시들이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인식하고 계획적으로 변화하고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 도시는 단지 21개 수도권 도시들 중 하나일 뿐 수도권에서 하나밖에 없는 매력 있는 도시, 나아가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수도권 도시들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개성 있고 매력적인 지역사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든 꽃, 새, 나무를 지역 상징물로 지정하거나 로고나 마크를 새로 만들고 다른 시에서 [21세기 장기비전]을 만든다고 따라 만들고 어떤 이벤트사업을 한다고 덩달아 모방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인구 60만의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로 성장한 안양은 수도 서울의 발전과 더불어 산업화의 길을 걸어 왔는데, 평촌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난 90년대 초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급속한 외형적 성장을 이룩하였다.

서울 남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명산인 관악산과 수리산 및 청계산이라는 빼어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편안하고 안온한 분지 속에 자리잡고 있는 안양은 그 외형적 규모만 보더라도 3,500억에 이르는 시 재정, 1,600명의 공무원, 2개의 행정구와 31개 동, 2개의 종합대학과 두 개의 전문대학 등을 아우르는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과는 달리 안양은 나름대로의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다. '70년대 초 인구 10만을 처음으로 돌파한 당시의 시흥군 안양읍은 '73년 대망의 시 승격을 달성한 후 지난 30년 동안 약 6배 가까이 인구가 늘어나는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여 왔다.

안양 인구를 출신지역으로 분석하면 약 90 % 이상의 사람들이 안양지역 밖에서 출생하여 유입된 인구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평촌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후에는 주민들의 정주의식 부족이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남북을 관통하는 경부선 철로는 필연적으로 안양 지역을 동서로 갈라놓고 있고,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후 서쪽인 만안 지역의 상권쇠퇴와 노후화는 상대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신흥 평촌 지역은 급부상하고 있어 지역의 통합성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

또한 경기도내 경쟁관계에 있는 공단에 비해 월등하게 비싼 지가는 기업들의 역외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수십년간 안양을 대표하던 기업들이 머물러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나 대형 유통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기업들의 이주는 지역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키고, 실업률을 증가시키며 지역경제의 침체, 만성적인 세수부족 및 지역의 베드타운(bed town)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안양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지역적 강점과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첫째,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철도와 지하철 1, 4 호선, 수도권 순환도로 및 제 2 경인 고속도로가 경유하는 지점이고, 또한 이들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경부, 영동, 서해안 고속도로에 30분 안에 진입할 수 있다는 교통상의 강점을 가진 도시라는 점이다.

둘째, 일찍부터 산업화가 진행된 안양은 다양한 산업시설이 정착해 있고, 풍부한 노동력과 편리한 도시기능이 골고루 갖춰져 새로운 산업이 입지하기에 좋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두 개의 종합대학과 두 개의 전문대학의 25,000여 학생과 1,500명 이상의 박사급 고급인력은 지역의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고, 현대산업의 총아라는 정보·통신산업의 입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도시 안양은 이와 같은 강점과 특색을 살려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된 테마 있는 도시이미지를 만듦으로써 지역 현안을 해결하며, 지역경제를 진흥시켜, 주민들이 대를 물려가면서 서로 화합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 만들 것인가를 보다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은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안양 특유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방안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시민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외부 유입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은 수도권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취미생활이든 여가활동이든 혹은 사회봉사활동이든 간에 가급적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친구도 사귀고 인생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 주민들이 지역문제에 대한 정치적 참여를 통하여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의 원동력은 정주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진 주민들로부터 온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시가 주관하여 대성황을 이룬 관악산 등반대회와 4회 째를 맞고 있는 팔도향우회 민속대회 등은 주민들에게 정주의식과 주인의식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화합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주민통합과 관계되는 사업은 한층 발전시키고, 또한 비슷한 아이템을 계속해서 개발해야 한다.

셋째, 지역문화와 예술을 진흥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권역별로 마련해야 한다. ‘만안문화제’, ‘안양일번가 거리축제’, ‘평촌 먹거리 축제’등 각종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발굴하여 문화도시 안양을 육성하여야 한다. 지난 8일 성결대학교와 안양대학교의 정기 교류전인 ‘제 2회 성·안전’의 날짜를 ‘안양일번가 거리축제’의 전야제로 맞춰, 시와 대학과 지역상권이 연합한 형태의 축제를 기획한 것은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엿보게 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안양의 발전방안에 새로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인산인해를 이룬 젊은이들을 맞기 위해 일번가 상인들이 각자의 가게마다 독특한 이벤트를 구상하여 거리축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전국적으로 주목받을 대학 록페스티벌 등과 같은 이벤트를 지역대학과 문화원 및 일번가 번영회가 공동으로 알차게 기획하여 발표한다면 이천 도자기 축제에 못지 않은 축제로 거듭날 것이고, 평소에도 불황을 모르는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을 확신한다.

넷째, 지역경제 진흥을 위해 인근 도시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기업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시스템을 강구하여야 한다. 안양은 관양 2동과 군포시·의왕시의 접경지역인 호계동을 합하여 두 곳의 대단위 공업지역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의 경우 3개 시가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기업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군포시가 후원하고 한세대학이 설립한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경우 3개 시가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계원예술대학을 포함한 나머지 5개 대학과 협력사업으로 펼칠 경우 정책의 효율성과 실효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의 교통·수송상의 강점은 교통과 통신 및 정보산업이 21세기 안양의 중심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으므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지역 여론의 공론화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남부지역에서 넘쳐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 및 물류유통 산업을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에 앞서 적극 유치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지하철 1, 4 호선과 철도가 교차하는 금정지구는 3개시의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교통의 요충이다. 장기적으로 고속버스터미널과 새마을열차의 기착역 등으로 3개시가 공동개발하는 광역행정의 모범적인 선례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다섯째, 지역대학 지원과 육성을 위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두 개의 종합대학과 2개의 전문대학은 수도권의 위성도시로는 흔치 않은 조건이고, 또한 교육사업은 이미지도 좋고 부가가치도 높은 사업이다.

이들 대학 학생의 90% 이상이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다른 도시에서 온 학생들이니 타 지역 재화의 유입효과도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인근 지역의 지역개발 효과를 가져다 주며 지역의 이미지 제고효과에도 높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관·학 협정이나 산·학 협정 등의 형태는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새로운 공존·공영의 협력케이스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대학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시는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지역사회에 소득창출 효과와 고용증대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학교재정운용을 하며, 지역사회는 대학에 애정과 성원을 보내는 날이 바로 안양이 번영하는 날일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수단을 통하여 안양을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특색있는 도시로 만들려는 공동체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안양시가 살고 싶은 도시, 지역정체성을 갖춘 도시로 거듭나는 데는 단순히 경제적 환경만 개선되어서는 어렵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안양시가 풍부한 사회적 협력관계를 제공하고, 문화적 긍지를 갖게 하는 도시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 안양시민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부심을 갖춘 시민들은 역사적, 문화적 지역유산의 계승자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은 구호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원로, 지식인들도 지역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기 위한 다각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안양시의 지역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 시책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주민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안양시가 새 천년을 맞아 지역의 경제적 현안들을 해결하고, 개성있고 특색있는 미래의 산업·정보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03-06-07 12:5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