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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선]공사장 가림막도 디자인 되어야 한다

안양똑딱이 2016. 6. 3. 17:27
[유희선]공사장 가림막도 디자인 되어야 한다

[2007/05/25 의왕시 소식지]


 

공사장 가림막도 디자인 되어야 한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여겨지던 공사장 가림막이 시민을 위한 공공 디자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얼마 전 공사가 진행 중인 한 빌딩 근처를 지나다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미 꽤나 어둑어둑해진 저녁이라 발길을 재촉하며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복닥거리는 도심 한복판,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던 '재즈'라 고개를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음악은 바로 공사장 가림막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신경써서 다시 바라보니 이윽고 가림막에 새겨진 조선 백자, 청자 등 전통 유물과 작은 꽃이 담긴 화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사장 가림막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 왠지 모르게 위험스럽고 발길을 재촉해 빨리 지나쳐야만 하는 대상이라 여겨지지는 않는지. 본래 공사장 가림막이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 위험요소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그러나 시공업체의 로고가 떡 하니 붙어있고 '안전제일'이나 그도 아니면 기업 광고 문구가 박힌, 멋대가리 없는 거대한 가림막은 강력한 '접근 금지'신호를 뿜어내며 무언의 압박과 부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최근 들어 이러한 공사장 가림막의 일대 변신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며 불편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여겨지던 공사장 가림막이 시민을 위한 공공 디자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매장과 갤러리가 결합된 공간인 메종을 오픈할 때마다 트렁크 조형물을 설치하는 루이 비통의 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이제 너무나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특히 지난해 신세계 백화점이 본관 레노베이션에 들어가면서 외벽을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겨울비>로 장식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 이후 부쩍 늘었다. 광화문이 제 모습을 찾기 위해 철거와 복원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빛낼 예정인 이 조형물은 알록달록한 바코드 작업으로 유명한 양혜주 씨의 작품. 김학수의 <북궐도(北闕圖)>를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현재의 광화문과 미래의 삶을 상징하는 바코드로 광화문을 형상화했다. 갤러리아 수원점 역시 작년에 실시한 리노베이션 공사 가림막에 배준성 씨의 작품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서양화가 배준성은 다비드, 앵그르, 벨라스케스 같은 거장들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을 투명 필름 위에 모사해, 동일한 포즈를 취한 모델의 누드 사진 위에 부착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의왕시도 이와 같은 사례들을 접목시켜 공사장 가림막을 조금만 신경 쓰면, 돌이라도 떨어질세라 빨리 지나쳐야 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발길을 멈추게 하는 감상의 대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사장 가림막을 통한 공공 디자인의 실현은 아직도 디자인을 일부 계층만이 향유하는 그 무엇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년 365일 공사가 끊이지 않는 의왕시 이지만, 이처럼 공사장 가림막이 아름답게 디자인된다면, 불편함과 짜증을 그래도 조금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공사장 가림막의 쓰임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라 공사가 끝나면 철거되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나 할까./ 시민기자 : 유희선

2007-07-13 01: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