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소명식]이유있는 미행과 마을탐험대

안양똑딱이 2016. 6. 3. 16:57
[소명식]이유있는 미행과 마을탐험대

[2005/06/08 시민연대]아키포럼 건축 대표
도시는 인간들에 의해 태어나고 성장하며 변화되어 간다. 이에 따라 도시는 발전될 수도 있고 퇴보될 수도 있다. 도시는 단순한 구조체의 집합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인 것이다.

잘못 키워놓으면 정말 다루기 힘든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잘만 성장한다면 정말 편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개성있는 도시만들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도시만들기에 정석은 없다. 각 민선시장들의 열정과 일부 전문가들의 올바른 프로세스를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러한 도시만들기의 실험들이 단체장 등의 치적을 쌓는 일이 아니라, 정말 시민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실험들로 시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양시는 생각보다 많은 인문환경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으며 각 지역간의 개성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만들기 내용도 각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오사카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나루미 구니히로에 따르면, 도시경관에 대해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항목들은 ‘가게가 많다’, ‘공원에 녹음이 많다’, ‘축제가 있다’, ‘번화하다’, ‘꽃이 많이 있다’ 등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불만족스러운 항목의 윗자리는 ‘강물이 더럽다’, ‘자동차가 많다’, ‘쓰레기가 많다’ 등이 차지하고 있다.

나라간 지역간의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순수하며 역동적인 어린이의 정서가 반영되어진 것이니 도시만들기의 주체인 행정가와 관련 전문가들이 필히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웃 일본의 한 국립대학에서는 이공계열인 건축 및 도시계획학 부와 인문계열인 일부 교육학부 가 통합되어 인간환경학부로 재편, 많은 공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공동연구팀 가운데 한 팀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샘플로 나눠 등교시부터 귀가하기까지의 과정을 미행·관찰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행동반경, 놀이행위, 도시시설물 선호도, 행동심리 등을 분석·보고해 현실에 적용하고자 시도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연구결과는 아이들의 교육과 도시만들기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어느 지자체에서는 교육부 및 학교와 협조해 교과시간에 ‘마을탐험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탐험대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자기마을을 탐사관찰, 자료 수집(예를 들어 가장 아름다운 곳, 더러운 곳, 무서운 곳, 비밀스러운 곳, 보물이 있는 곳, 놀기좋은 곳 등)해 단지 물리적 정보로 기록된 지도가 아니라 전설과 이야기와 마을보물이 기록된 새로운 형태의 마을 지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것은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시에서는 각 동네마다 마을탐험대가 만든 ‘우리마을 문화지도만들기 경연대회’로 발전시켜 마을축제를 유도하고, 시 행정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시정정보를 얻어 도시만들기에 반영한다면 정말 시민과 함께 하는 도시만들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제 도시만들기의 불을 당긴 우리 안양에서도 조금만 더 시민을 존경하고 함께하는 패러다임으로 동행한다면 정말 꿈과 비전이 있는 시민의 도시, 사랑받는 도시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소 명 식(대림대 겸임교수·아키포럼 건축)

2005-06-09 03: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