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임재연]시민은 여전히 졸(卒)인가

안양똑딱이 2016. 5. 9. 17:01
[임재연]시민은 여전히 졸(卒)인가

[07/16 시민연대홈피]안양3동 시민


 

안양 3동 대농단지에 사는 시민이다.

집앞에 개나리 놀이터가 있는데 꽤 넓고 나무도 20여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룬다.. 고만고만한 빌라로 둘러처진 이곳에 쉼터이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숨통 노릇을 하는 곳이다..그런데 1년이 넘도록 놀이터가 낡아 시설물이 엉망인데도 보수를 않더니 어느날 이곳에 현수막 하나가 나붙었다.

"놀이터 재시설 및 지하주차장 공사 7월에 착공예정입니다. - 안양시청 교통행정과 -"
놀이터 시설의 보수는 시급한 일인데 곁다리로 붙은 말이 걸렸다..이곳에 나무를 다 걷어내고 지하주차장을 만들겠다고....결정과정이 석연찮았다... 이곳에 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어떠한 일도 없었다...

담당자와 통화하며 시민은 여전히 졸(卒)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답변이 미적미적함을 지적했는데 결재과정이 필요하단다...이해를 한다..그럴 수도 있다...시민게시판의 글을 일단 시장의 결재과정이 필요하단다..그런데 1주일이 한참 지나서 올라온 답변은 궁색하기 그지 없었다...

주차난이 심각하여 주차장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웠고 이곳은 소방도로의 확보도 힘들어 부득이 이곳을 주차장으로 공사하여 쓰기로 했다는 말이었다..이 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있었느냐는 말에 답변은 전문가와 시의원에게 자문을 구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주민(대부분 빌라에 월세와 사글세을 사는 사람이 많다)의 의사는 어떻게 알아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한다...그리고 나의 이의제기를 마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시민이나 외고집 환경보호론자 정도로 생각하며 왜 시에서 어렵게 주민을 위해 주차장 확보하는 일을 반대만 하느냐고 반문한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그래서 안양시민신문에 기고를 했다..시민칼럼 형식으로 올려서 인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미진했던 내 생각을 다듬어 이곳에 올리고자 한다.

첫째 시 공사에 주민 참여가 원할하게 열려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한마디로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 주민참여 지방자치시대에 제도나 절차에 주민참여를 활발하게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일례로 청주시는 웬만한 시 공사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여러차례에 걸쳐 열어 이해관계와 그 공사로 발생하는 장단점을 공유하고 공사가 발생시킬 문제점을 최소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말은 시민참여 시민만족이라하지만 이번 놀이터 지하주차장 추진 과정을 보듯이 아직도 안양시의 시정은 과거 중앙집권식 상명하달식(위에서 결정하고 아래는 그냥 따라오라는 식)의 요소가 곳곳에 보인다.

이번 건도 이 중의 하나로 보인다. 나는 주차장 확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왜 마을숲을 파헤치고 이곳에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는지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주차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선의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장소를 이곳으로 택한 것은 아무래도 책상머리 행정정책의 하나이지 싶다..

평촌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고 중앙공원을 파헤치고 주차장을 만든다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그래서 감히 그런 생각도 아니 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서민들이 대부분이고 이런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적어 보이니 쉽게 이곳을 결정한 모양이다. 이 숲이 갖는 공익성과 역사성은 이미 안양시민신문(지난 102호)에 썼다.

둘째 이곳이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
이곳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을 숲이다..보존가치가 높고 이미 마을의 쉼터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제법 느티나무며 가중나무 오동나무 향나무등이 어울려 아름답다..지하 주차자을 만들며 이 나무들은 옮겨 심어야하고 이곳은 땅이 드러나지 않는 놀이터가 될 것이다...그나마 가난하게 사는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더라도 환경이 삶의 질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가뜩이나 고달픈 삶을 사는 이들에게 흙을 밟아보고 나무아래서 쉼을 취할 수 있는 이곳을 차 7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하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파헤친다는 것은 무식한 일이다...그 전문가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으리라 ...이 숲의 가치를 차 71대 주차와 어떻게 비교하리오...

듣는 이야기로는 인근 학교(안양공고)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계획이 있었다는데...혹은 새롭게 기부된 삼덕제지터의 일부를 지하 주차장으로 만들는 것이 나을 것이다..그도 아니면 옆에 있는 안양성결교회의 주차부지(80여대 주차 가능)를 협의하여 지하주차장시설을 공동으로 만들고 지역 주민이 주중에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찾음이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주차장은 주로 일요일에 한정되어 쓰기 때문이다..그리고 고맙게도 이 교회는 주중에 일반 주민을 위해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협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셋째 철학부재를 지적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환경시대이다. 차량증가와 이에 따르는 뒤치닥거리 교통행정은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렇게 주차장 몇개 더 만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자가용 정책은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다고 본다.

안양시의 교통행정은 청정환경교통정책으로 강력추진해야 옳다고 본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안전시설 확충이나 청정버스 확충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간의 연계수송의 원활성 확보 등을 생각해 본다.

어정쩡한 이미지 정책(안양천공사 + 유원지 재개발+ 병목안 채석장 터 공원화+ 100만그루 나무 심기 등)이 진정 시민의 충분한 밑바닥 바람을 담은 것인지 ..다음 선거를 의식한 한탕주의 업적주의는 아닌지...개발과정을 투명하게 그리고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열어 놓아야 한다...시민의 각성이 필요하고 이 것은 우리가 싸워 쟁취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여기서 마쳐야 될 듯하다. 최근 중앙시장노점상을 밀쳐내고 도로을 넓히겠다는 계획으로 시와 주민이 맞서고 있다. 그나마 이곳은 많은 이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도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런데 개나리 놀이터 지하주차장화 문제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여럿이 목소리를 높여야만 마지못해 듣는 시정이 아니라 한사람의 주의주장도 귀담아 듣고 진지하게 답변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수용하고 계획도 수정할 수 있는 열린 시정! 진정 시민하나 하나가 주인인 안양시정이 되길 바란다.

2004-07-16 13: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