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신호근]도시와 인간 그리고 나무

안양똑딱이 2016. 6. 3. 16:59
[신호근]도시와 인간 그리고 나무

[2005/06/08 시민연대]넥스트건축 대표


 

오래된 고목이 다른 곳에 뿌리박지 못하듯
‘수도권 이전’ 보다 근본적인 대책안 필요

도시의 문제를 인간의 현대병에 비유해 생각할 때 고혈압, 뇌졸증 등 주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받는 고통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도로가 매일 출퇴근 등 교통난에 고통받는 도시의 상황이 너무나 흡사하다고 느껴진다.

최근 길거리에 수도권이전과 관련해 걸려 있는 ‘나라도 두동강 수도도 두동강’이란 현수막을 보고 수도권 이전에 관해서 인간과 자연에 견주어 생각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조직 압박과 손상에 의해 생긴 뇌졸증이나 고혈압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법을 비롯해 수술을 받지만, 머리를 다른 인체 부위로 이식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수도도 병이 있다고 생각하면 치료를 해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나, 수도를 옮긴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대변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인체에서 머리는 그 위치에 있어야 할 구조, 기능, 미를 가지는 것처럼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의 서울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그 자리에 위치하기에 충분한 역사성과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워낙 의료기술이 발달해 우리의 머리를 다른 인체부위로 수술하여 옮길 수는 있어도, 기존에 머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혈관까지는 옮기지 못할 것으로, 의학에 문외한인 나조차 그렇게 생각할 뿐더러 이러한 수술 후유증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수도 또한 외형을 옮길 수는 있어도 긴 역사 속의 뿌리를 옮기기는 아주 힘들 것이다. 이는 자연에서도 그 이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내자신의 문제를 비롯해 회사의 문제 또한 나무의 구조와 원리에 견주어 생각하면 참 재미있게도 크게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을 나무에 견주어 보면 긴 역사를 가진 고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런 고목을 옮긴다는 것은 조경전문가들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가능하다고는 할지라도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을 것이며, 더욱이 장수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수도의 뇌졸증 등의 문제는 우리가 환자인 이상 도시(신경과) 전문의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검사하고 진찰 받아야 하며 심하면 수술을 통해서 치유하고, 지역의 편중된 발전은 또다른 도시 전문의를 통해서 진찰과 상담을 받아 치유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도시의 자생력이 약하다면 효율적 대책안이 필요한 것이지 그곳에 수도를 옮긴다고 해결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나라도 인체나 나무처럼 그 역할과 기능이 있다. 어느 한 곳이 부족하고 과하다고 역할을 바꿀 것이 아니라 나무에서 주는 교훈처럼 뿌리와 기둥과 가지와 열매의 균형을 잘 갖출 때 ‘나무의 美學’이 있듯이 나라도 構造, 機能, 美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균형적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림대학 겸임교수. 넥스트건축 대표

2005-06-09 03: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