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네티즌]충훈고에 배정된 학생이 쓴 판사님!

안양똑딱이 2016. 5. 9. 16:14
[네티즌]충훈고에 배정된 학생이 쓴 판사님!

[02/25 시민연대]충훈고대책위 카페에서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이번에 충훈고를 배정받은 한 학생입니다. 판사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아직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별로 아는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것이 옳고 그른것인지 정도는 확실하게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은 제가 그것도 모르는줄 압니다.

저는 충훈고가 절대 학교일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말하는 것조차 지겨운 분뇨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페인트공장, 터널, 화물차 주차장, 버스종점, 도살장. 게다가 밤이면 우범지대로 돌변하는곳.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공부를 하라는건지 교육청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 입니다. 학교를 지으려고 결정할때 부지에 한번 가보기라도 했다면 그러지는 못했을겁니다.

게다가 절 더 화나게 하는건, 교육청의 무성의함 입니다. 학교가 준공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개교를 할수있느냐 물으면, 관행이라 어쩔수 없다는 소리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학교주위 환경이 문제라하면, 지원국장님은 250m 떨어져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하십니다. 거리가 멀어 스쿨버스라도 해달라하면, 예산이 없어서 스쿨버스는 못해준답니다.

어째서 그런곳에 학교를 지었냐 물으면. 동안구는 땅이 비싸서 안돼고, 만안구에 학교를 지었으나 100억짜리 건물이라 자랑합니다. 한 공무원은 평촌애들은 지금까지 호강했으니 고생좀 해봐야 한답니다.

언제까지 관행이라는 말로 모든걸 덮으려 합니까?
나쁜관행은 고쳐야 합니다.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별 생각도 없고, 이젠 무감각해진 모양입니다. 준공되지 않은 학교를 개교하는게 너무나 당연해진 모양입니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아파트도 1층만 완성해놓고 입주시키느냐고.

200m는 위법이고, 250m가 떨어져있으면 무조건 괜찮은 겁니까?
너무나 당당하게 말씀하셨다길래, 할말을 잃었습니다. 옆에 분뇨처리장이 한개 더 있다는 사실은 아예 모르셨나봅니다. 너무 좋은곳에 학교를 지어주셔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입니다.

예산이 없으면 우린 학교를 걸어다니라는 겁니까?
전국의 공립학교중에 스쿨버스를 하는 학교는 하나도 없답니다. 그리고는 버스회사와 노선을 '협의중' 이랍니다. 지금까지 '협의중' 이라는것중에 해결된걸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학교에 대한 뚜렷한 대책하나없이 개교를 강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완공한 뒤 비워놓을때 드는 유지비가 아까워서?
100억짜리 건물이면, 주변의 유해환경이 저절로 사라집니까?

우리는 화려한 최첨단 건물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은 조건에서 공부할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교육부의 변명을 듣고있으면, 내가 학교에서 배운것들이 사실인가 의문이 생깁니다. 내가 이땅에서 정말로 나라를 믿고 살아갈수 있겠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건 끝까지 밀고나갑니다. 저는 정식으로 교육청이 머리숙여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는걸 보고싶습니다. 그리고는 그 잘못된 관행들을 고치는것도 보고싶습니다.

교육청은 언제까지 뒤에 숨어서 변명만 하고 있을수는 없을겁니다. 한밤중에 갑작스레 올리게 된 글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입니다.

판사님은 옳은 판결을 내려주실거라 믿습니다. 혹 이글을 보시지 못한다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끝까지 제 신념을 지킬테니까요. 이글을 보시게 된다면, 그냥 한 학생의 생각으로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02-25 01:4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