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종태]충훈고 사태 유감

안양똑딱이 2016. 5. 9. 16:13
[이종태]충훈고 사태 유감

[02/24 안양광역신문]학교법인 이우 이사


 

굳게 닫힌 경기도 교육청 현관문 앞에 스치로폼을 깔고 수십 명의 어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안 먹어요!” 출입문 밖에는 전경들에 둘러싸인 채 시멘트 바닥 위에서 어지러이 이불을 뒤집어쓴 학생들이 수십 명.

일부 학생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찡해왔다. 왜 이들이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

학생들을 강제 배정하는 평준화 제도에서는 늘 배정 결과에 대하여 크고 작은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되어 울고불고 했던 기억을 떠올릴 사람들이 많으리라. 하지만 평준화 대의를 위해 일부 개인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과연 이번 충훈고 사태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중요한 판단 기준은 ‘어떤 행정조치의 결과가 각 개인에게 미치는 유·불리가 사회 통념상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인가’일 것이다. 농성 학부모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설 완공 이전의 개교와 주변의 열악한 환경, 통학 거리와 교통편 등으로 아이들이 3년간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는 것. 따라서 입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전원 재배정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교육청 역시 단호한 입장이었다. 재배정은 생각할 수도 없고 일체의 고려 대상이 아니란다. 다만 25일까지 학교 시설을 완공하고, 주변 환경과 진입로 등은 안양시의 협조를 받아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통학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하다못해 부교육감의 판공비라도 쓸 것이며 나아가 최고의 교사진과 최신 교육시설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이로 볼 때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 온 개학 이전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큰일이다. 이대로 가면 2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재수 아닌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행정의 원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원칙은 행정 자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편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어떤 행정 행위로 인하여 감내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당한 개인들이 있다고 할 때, 행정은 과감하게 다소의 변칙이 있더라도 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점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우선 행정 행위의 원칙을 존중하여 일단 모두가 충훈고 개교를 수용한다.

다음으로 거리상의 이유(부곡이나 동안지역의 구석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통학은 사실상 무리이다.)나 기타 타당한 이유로 계속 등교하기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추첨 등의 방법으로 전학을 허용한다.

인간사에 타협 없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밤중에는 아직 영하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곡기를 끊은 채 절규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단지 이기심의 발로라고 누가 탓할 수 있으랴.

2004-02-24 18: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