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석수시장 두개의 화장실 이야기

안양똑딱이 2016. 5. 9. 15:45
[박찬응]석수시장 두개의 화장실 이야기

[09/23 시민연대]스톤 앤 워터 관장


 

아래글은 스톤앤워터 홈페지'물수제비 뜨기'에 올라온 글을 일부 각색해서 올린글입니다.

[석수시장에 있는 많은 작품들중에 말이죠.. 한가지 기가막힌 사실은.. 예전에 제가 가끔들려서 볼일(?)보던곳에 이젠 로보트 태권V가 그자릴 지키고있단거죠..

그렇게 더럽고 냄새나던곳에 태권V가 출현한 후론 사람들을 모이게끔 만들고 편안히 쉴수있게 하더군요. 대단한 태권V.. 정말 오래된 만화에요.

전 21살입니다만.. 제가 어릴적엔 로보트 태권V는 기억에 없답니다.. 제가 미쳐 이성이발달되지 못했을때의 만화영화죠. 아침마다 학교가면서 태권V를 봅니다.. '오늘도 깨끗이 지켜다오..'] 스톤앤워터게시판에서 아이디: 행복

지금 태권V가 지키고 있는 그공간이 예전에 화장실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주는글이군요. 그 곳에 관한 이야길 하나 하지요.

그곳은 근 20여년 석수시장 공용화장실로 쓰였습니다. 남자들이 여럿이 함께 소변을 볼수 있는 대형 소변기 한개에 남자,여자 를 표시하는 아이콘이 붙어있는 일명 '나홀로방'이 각각 하나씩 있고 창고로 쓰이는 공간이 있는 총평수 5평규모의 시장 화장실치곤 너무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주변의 식당과 술집이 많았던 관계로 남자들의 이용률이 조금 높았습니다. 워낙 지저분해서 애용한다기 보다 어쩔수 없이 사용한다고 해여 했지요.

시장에 오는 분들이 대부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위한 배려장치는 눈씻고 찾어볼래야 눈꼽만큼도 없었던 시장 공용화장실이었답니다.

남자든 여자든 큰일을 볼려면 두가지 각오를 해야 하는곳이었습니다. 첫번째,엉덩이가 시멘트벽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할것. 두번째, 볼일을 본후 스스로 세척할것(필히 세면대가 있어야 할곳에 놓여있는 커다란 물통에 물이 들어있는지 확인후 사격할것)

석수시장 사람들은 십여년 이곳 화장실에 적응이 되었는지 불편부당함을 지적하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던 걸로 압니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일정관리비용을 시로 부터 보조받는 공용화장실 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은 멀짱하게 화장을 하고 상가점포로 임대를 기다리고 있는중입니다. 그곳이 화장실이었던거와 무관하게 그곳을 눈여겨 보아온 한작가에 의해 그라피티작업으로 로버트 태권V가 탄생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주토요일에는 흑백"로버트태권v"를 상영했던거지요. 그곳은 이번 전시가 끝나는대로 색다른 점포공간으로 변해 있을겁니다.

어떤이는 화장실로 기억되고,어떤이는 로버트태권v를 기억하고 어떤이는 점포로 기억되겠지요.

그곳이 화장실에서 점포로 변경된것 또한 사연이 있습니다. 2002년 스톤앤워터에서 추진중이던 'pubulic Funiture'(공공가구)프로젝트가 그발단이 되었습니다.

지금 미완의 프로잭트로 남아 있습니다만...당시 그기획의 총대를 메었던 류병학과 나는 여러 공공가구 프로잭트10가지중 가장 핵심적인 프로잭트로 이곳화장실을 점찍었습니다.

이화장실을 작가들이 직접 보수하고 청소하는 '공공화장실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예술이란게 이런거다'라고 주장하고 싶었던거죠.

지난해 초 어느날 안양시장이하 여러 국,과장앞에서 '퍼블릭 퍼니처' 프리젠테이션이란걸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2002년 2월경이었을 겁니다.

이때 적나라한 이화장실사진이 빔프로잭트를 통해 나가는 순간 시관계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으나 담당국장님의 얼굴에 안좋은 기운이 스치는걸 목격했습니다. 아마도 이를 민원이나 지적사항으로 받아드렸던 모양입니다.
(계속....)

하늘은 또다시 비를 퍼붓고 있습니다. 하던 이야기 계속하겠습니다.

그날이후 안양시 지역경제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화장실 보수하는데 얼마나 들어가나요?" "예산을 뽑아주실 수 있나요?" 안양시 지역경제과에서는 전체를 개조하는 비용과 부분보수할때 비용으로 나누어 전화상으로 알려주길 원했습니다.

하도 급하게 요구하는지라 보수프로잭트에 들어가는 개략적인 비용을 작가들과 상의하여 두가지로 나누어 추산해서 알려 주었습니다. 한편으론 '퍼블릭 퍼니처' 전체 프로잭트에 대한 예산지원도 아니고 '화장실보수'비용으로 부분 접근하는게 의아했고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몇일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일이 벌어졌습니다. 안양시에서 석수시장 화장실에 수천만원지원 결정과 화장실을 옮겨 새로 진다는 결정을 소문을 통해 알게 된겁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공무원들의 일이라는게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되는걸 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정말 의아한 일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것은 그 프로잭트를 제출한 당사자와는 전혀 무관하게 (주)석수유통에게 지원된다는 거다. 참! 이상한 일이다...(나중에 몇가지 사실을 확인한 후에 씁쓸했습니다.)

암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존 화장실이 폐쇄되고 새로운 화장실 설계도가 그려지고 최초의 아이템을 제공한 나에게 몇가지 자문을 구한다며 설계도면을 보내주었습니다. 형식과 절차상 필요한것 이겠지요.

기분은 상했지만 깨끗한 화장실이 새로 지어진다니 일정부분 수궁하면서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몇가지 의견을 종이에 타이프해서 보냈습니다.

그후 올초에 그러니까 '새로운 희망'전이 열리던 그날(2003년 2월15일 대보름날) 화장실이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암튼 현재의 화장실 앞바닥에 '부자되세요/건강하시길'작품이 그려져 있고 예전 화장실 벽면에 로버트태권V가 그려져 있으니 직접오셔서 감상하시고 그 뒷이야기를 작가들에게 들어보는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2003-09-24 01:2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