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조성현]우리고을 마을제 전승의 가치와 인식의 재발견

안양똑딱이 2016. 7. 24. 16:48

[조성현]우리고을 마을제 전승의 가치와 인식의 재발견

[2011/01/19]안양시문화관광해설사

우리고을 마을제 전승의 가치와 인식의 재발견

‘산이 주는 교훈으로 알차고 복된 나날이 되길 기원 드리옵니다.’

산신께 축문낭독과 함께 소원을 빌며 마을과 개인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석수동 쌍산신제가 금년도 어김없이 개최됐다. 매년 가을에 산신께 평안과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산고사는 일종의 추수감사제로 석수동 지역에서 약 300여년간 이어진 고유 전통문화라고 한다.

지난해 11월8일(음력 시월 초사흘) 오후 5시 개최된 할아버지산 대동산신제는 산신제단 아래 소재한 삼성산 무량사 주지스님이 격식을 갖춘 전통예법에 따라 진행한 가운데 엄숙하고 경건하게 개최됐다.

통북어, 시루떡, 돼지머리, 대추, 밤, 사과, 배 등 조촐한 제사음식을 산신께 공양하고 삼배, 헌주 등으로 제를 올리며 축문낭독과 함께 소원을 비는 소지(燒紙)행사 등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할머니산 대동산신제가 같은 날, 동일시간대 (경수산업도로변)별장가든 뒤편 약수터 위 제단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행사 2~3일전 행사일정 및 시간을 사전 조율하여 약속을 잡아 같은 시간에 산신제를 올리기로 합의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횃불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어이~하고 외치고 신호하며 산 중턱의 산신제단으로 이동했고, 오늘날에는 손전등과 핸드폰으로 통신하며 산고사 시간을 맞춘다.

석수동 지역에서는 안양예술공원 삼성천(구, 유유산업 앞)을 경계 삼아 두개마을로 나눠 같은날 동시간대에 두 분의 산신령(할아버지산 산신, 할머니산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특이한 풍습을 일컬어 일명 ‘석수동쌍산신제’라고도 칭한다. 산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애착과 정성이 산을 신성시 하고 산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서 예로부터 산신제를 치러 왔다고 한다.

석수1동 할아버지 산신제는 석수1동 최영인동장 및 동 주민센터관계자, 김지석 안양시문화재전문위원, 김영순 할아버지산 산신제보존회회장 및 마을주민 약 10명이 참석하여 조촐하게 치렀다.

반면 같은 날 치룬 할머니산 산신제는 김무웅 할머니산 산신제보존회회장 및 주민, 안양예술공원 상인연합회 및 청년회회원, 외빈으로 이종걸국회의원, 강득구도의원, 오미경안양시문화관광해설사, 최병렬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 등 약 50명 참석 하였으며, 특히 외부인사의 초대와 젊은 청년층의 주도적 참여가 돋보였다.

김영순 할아버지산 산신제보존회 회장은 “주민들의 관심부족과 공동체의식의 약화 등으로 우리고을에서 수백년 간 지켜온 마을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점 안타깝다”고 토로하며 전통의 맥이 영원히 계승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 및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11월 6일(토) 석수동 삼막골 당제(느티나무제)가 개최됐다. 과거 지역의 소중한 식수원인 우물에서 고사를 지낸 후, 할아버지느티나무(통칭 서낭할아버지)에서 제사를 먼저 올리고 난 후 경인교대(삼막사)가는 도로변 약 100미터 위 지점 할머니향나무(통칭 서낭할머니)에서 마을제사를 지낸다. 우물제를 지낸 후 마을의 수호신이라 여기는 2개의 수목을 대상으로 같은 날 마을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특이하다.

11월 7일(일)에는 관양1동 수촌마을 ‘도당제’가 열렸다. 도당은 신에게 예배를 지내는 거룩한 공간으로 인간과 신이 만나는 장소이다. 단앞에 자리를 깔고 산위 웃당(당집)과 아랫당 두 곳의 당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마을 앞 당나무(성황나무)인 느티나무(수령 540년)에서 제사를 지내 모두 3곳에서 제사를 지낸다.

관양2동 인덕원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시월 마을의 흥망을 좌우하는 영험한 비석(碑石)으로 알려진 비(碑)를 대상으로 주민들이 비석 앞에서 제를 올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리는 현감비 당제(洞祭)가 계승되고 있다.

특이하게 비석에 소원을 빌며 제를 올리는 마을제(일명, 비석제)가 개최되면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도심 속에 아직도 이런 풍습이 남아있다는 게 여간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비석의 주인공은 1701년(숙종 27년, 5월) 과천현감으로 부임한 송정명(宋正明)과 1866년 (고종 3년, 12월) 과천현감으로 부임한 이태응(李泰應)으로 마을에서는 업적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취지로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세웠다. 처음에는 이태응불망비(1869년 3월 건립)만 있었으나 해방 후 이 비석이 외롭게 보인다하여 주변에 있던 송정명불망비(1704년 11월 건립)를 옮겨왔다고 한다.

지난 11월 13일(토) 개최된 ‘현감비 당제’는 인덕원마을회(회장 김성종)가 해마다 주최하여 전통의 맥을 계승해 오고 있으며 안양문화원의 후원과 함께 정기열 도의원, 이훈 관양2동 동장 및 관계자, 김웅준 前안양시의회의원, 가윤상 관양2동 주민자치위원장, 김재훈 관양2동 체육회회장 등 사회단체장, 윤재옥 관양2동 좋은마을만들기협의회 회장 및 회원, 김부창 인덕원마을회 초대회장 및 마을주민, 안양시문화예술과 관계자 등이 함께하여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했다. 또한 행사 후에는 뒤풀이 형식으로 다목적복지회관에서 떡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마을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마을공동체 의식을 다졌다.

안양지역의 마을제사는 산(또는 산신령), 우물, 비석, 나무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마을제는 의식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마을단위로 기원하고, 도시화 물결속에 사라져가는 주민들의 공동체의식 강화 및 일체감 형성하는 등 순기능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 또한 민원이나 주민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민 상호간의 화합과 연대의식 및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공동체 의식의 약화와 주민참여 및 인식부족 등의 사유로 수백년간 우리안양에서 지켜온 선조들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고유 마을제가 무관심과 방치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안양지역에서 수백년 맥을 이어 전승되어온 일부 마을제는 일부자취를 감춰 사라졌고 일부만 명맥을 이어오는 점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축원하는 마을제(洞祭)를 특정 종교의식 행사, 미신이라고 폄하하기보다는 마을의 화합과 결속을 꽤하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 새로이 인식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마을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의원 등 지역인사 및 마을주민들의 절대적 참여와 협조, 문화단체 및 사회단체와 연대한 행사추진, 동주민센터 및 안양시의 홍보 및 지원, 특히 청소년, 학생 등 젊은 층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고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마을단위의 전통문화 축제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고을 마을제인 석수동 쌍산신제’ 등 안양전통문화의 향기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마을제가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장(場)이 되며, 마을단위의 축제로 승화될 수 있는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안양시 곳곳에서 열린 마을제사가 지역민과 함께하는 마을단위 특유의 지역축제로 승화될 수 있도록 주민, 문화단체 등 사회단체, 관계당국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마을 공동체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안양 마을제의 싹을 틔워 살리고 전통의 맥을 계승·발전시켜, 안양 고유전통문화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조성현, josh1965@hanmail.net)

2011-01-19 12: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