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철하]의왕 월암동 당집을 보존해야 합니(2025.02.04)

안양똑딱이 2025. 7. 9. 16:55

 

월암동 54-1번지(덕영대로 233)의 당집을 반드시 보존해야 합니다

 

박철하

의왕문화원 부설 의왕지역문화연구소장

한국문화원연합회 한국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며칠 전, 의왕시청에서 수백 년 동안 월암동 도룡마을 주민들이 산제(山祭|도당제禱堂祭)를 지내온 당집을 철거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의왕시의 전통적인 민속문화 유산으로서 11개 법정동 가운데 지금까지 이어온 대표적인 산제를 지내는 당집이기에, 의왕시의 전통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해야 하고 지원해야 할 의왕시청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월암 공공택지 개발 중이라 원주민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서, 2022년 이후 지금은 산제를 지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을공동체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전통적인 민속신앙 의례로서의 산제를 지내는 당집을 철거하라는 시청의 요구는 철회되어야 합니다.

 

월암동 산제는, 이미 의왕시청의 지원으로 20007~20016월과 20036~20045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의왕시 전역에 대한 민속조사를 통해 󰡔의왕시의 역사와 문화유적󰡕(세종대박물관|의왕시, 2001)󰡔의왕시의 민속󰡕(의왕문화원|의왕시사편찬위원회, 2004), 그리고 󰡔의왕시사󰡕 2(의왕시|의왕문화원, 2007)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월암동 산제는 도당제 또는 산제, 산신제, 당산신제라고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2년마다 홀수 해에 산제를 지내왔습니다. 과거에 산제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산짐승의 피해가 적어지고 마을이 편안해졌으며, 6.25전쟁 때도 사상자도 없이 아무런 피해가 없어서 도당할아버지가 도왔다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어왔습니다.

 

당집은 원래는 자연제당이었으나 덕영대로가 건설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 한 칸짜리 블럭집으로 지었는데, 옮길 때 무당을 불러 큰 굿을 했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은 당집을 한옥으로 잘 만들어 문화재로 지정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당집에는 제기와 제관 및 축관의 의관, 조라술 항아리와 조라벼 담는 항아리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얼마 전 누전에 의한 화재로 당집이 일부 훼손된 상태입니다.

 

월암동 산제의 제사는 유교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절차를 기록한 홀기는 도룡마을의 수성 최씨 집안의 어른이 작성했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제물을 진설하는 설진도(設進圖)가 있어서 그에 따르고, 소지는 제관이 올렸습니다. 예전에는 무당이나 중이 덕담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산제가 끝나면 낮에 세운 장승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원래 마을에는 세 군데에 장승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물은 원래 소 한 마리를 올렸는데, 현재는 소머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월암동 산제는 일제강점기 때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월암동 도룡말 수성 최씨 주민이 소장하고 있던 일제강점기 당제 관련 자료들이 현재 의왕향토사료관에 위탁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자료에 의하면 통문(通文)을 작성하여 당제와 관련한 사항을 마을 주민들에게 알렸고, 축문(祝文)에는 동제에 참여한 마을 호주들의 이름을 적었는데, 일제강점기에 많게는 100여 가구가 산제에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월암동 산제는 역사적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고,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기록을 남기며 지속되어 온 의왕지역의 전통적 민속신앙 의례의 하나입니다. 특히 두 차례의 민속조사를 통해 월암동 산제의 원형을 기록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의왕시 대표적인 전통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현재 의왕시에서는 왕곡동 왕림마을통미골사그내 3개 마을의 왕곡동 산신제, 오전동 전주남이등칙골옻우물 3개 마을의 오전동 산신제, 고천동 안골골우물고고리사그내 4개 마을의 고천동 산신제 등이 각각 마을 주민들에 의해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 마을의 당집 즉 산신제당(山神祭堂), 그린벨트 지역의 사유지임에도,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마을 주민은 물론 의왕시의 지원을 받아 개축 또는 신축되어 잘 보존 유지되고 있습니다.

 

화성시에서는, 2023년에 화성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마을 또는 지역공동체의 제의와 민속 등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기 위해 당제도당굿산신제 등을 포함한 우리 동네 문화유산 발굴 보존사업을 추진하였니다. 경상북도의회와 부천시의회에서는 202312월 및 20243월에 각각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처럼 다른 지자체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도시 내에 산재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물려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보존가치가 있는 유산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대책을 수립해 과거와 미래가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보존에 대한 필요성과 더불어 문화의식의 고취를 위한 다양한 활동 또한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현재의 월암동 당집의 모습과 20년 전 당집에서 산제를 올리는 광경입니다. 월암동 당집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소원을 빌어주는, 즉 마을공동체 의식이 행해지는 존엄한 공간입니다. 이처럼 월암동 산제와 당집은 그 자체가 오롯이 마을 주민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전통적인 민속문화 유산입니다.

 

택지개발 중인 월암 도룡마을에서는, 2022년에 마을을 떠나기 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모여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간직한 채 당제와 장승제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택지개발이 완성되면, 월암 도룡마을에는 다시 주민이 모여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음력 시월이 되면 당집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산제를 올리고, 마을 입구 장승 앞에서는 장승제를 올릴 것입니다.

 

현재 당집이 있는 월암동 54-1번지(덕영대로 233)의 소유주는, 면면히 이어온 의왕지역의 전통문화유산을 지켜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수백 년을 대대로 지켜온 월암 도룡마을 산제를 유지하고자 당집의 보존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대를 이어 살던 마을 주민들이 떠났고, 심지어 화재로 인해 당집이 훼손된 상태이지만, 택지개발이 끝나고 주민들이 입주하여 마을이 형성되면 바로 여기 당집에서 월암동의 전통적인 민속문화 유산인 산제가 행해질 수 있도록, 의왕시청은 반드시 당집을 존치하여 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월암동 당집을 반드시 보존해야 합니다!

 

편집자주: 박철하 선생은 의왕시 오전동 전주나미마을 345번지에서 태어난 의왕 토박이로 고천초, 안양중, 유신고를 거쳐 고려대 사학과와 숭실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단체. 전국 군 이상 지방에서 활동했던 계급의식이 있는 청년들의 반일운동과 사회혁명운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전문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참여와 자치를 위한 의왕풀뿌리희망연대 공동대표, 의왕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