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심용선]전진상 이야기

안양똑딱이 2016. 7. 2. 16:39
[심용선]전진상 이야기

[2007/03/30]안양여성의전화 대표
전진상 이야기

안양전진상복지관에 대해 아시나요?
지난 1969년 여성노동자를 위한 기숙사인 ‘근로자 회관’으로 출발한 전진상은 60, 70, 80년대 열악한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교육장이 되었으며 노동운동, 문화운동, 지역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의 피난처이자, 모임터가 되었다.

60년대 산업화의 여파로 가난한 시골에서 숟가락 하나 덜자고 공장으로 모여든 10대의 어린소녀들은 12시간이상의 중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임금체불, 성폭력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갔었다. 이러한 어린소녀들을 위한 기숙사에 대한 소명을 받은 AFI(국제카톨릭형제회)가 독일의 후원을 받아 세워진 곳이 ‘근로자회관’이었다.

종교기관이면서 지역민들의 자유로운 나눔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초대 관장이자 AFI였던 故 서정림 말가릿다의 영향이 컸다. J.O.C(카톨릭노동청년회)의 한국담당자이기도했던 그녀는 유럽교회가 권력화되어 부자들의 대변자가 됨으로서 서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역사를 알고 있었기에 교권으로부터 관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운영방침을 갖게 했으며, 이것은 곧 제도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주었다.

따라서 소외된 자를 위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었고, 사람들은 좀 더 큰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좋은 예로 전진상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종교 및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운영을 하는 AFI 및 카톨릭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있다). 그리고 2대, 3대 관장들에게도 그러한 정신이 이어져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안양의 전진상복지관이 사라진다고 한다. 2007년을 끝으로 AFI들이 안양에서 철수하고 수원교구청이 직접 운영을 하게 된다고 한단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종교가 주류집단의 권력이 되고 방어막이 되어가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러한 시기에 자유로움의 역사를 가진 전진상이 사라진다는 것일까… 이것도 ‘자본’의 논리에 의한 결과물일까? 참으로 안타깝다.

40여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진상은 소외된 자를 위한 역사이기도 하고 그곳에서 동고동락했던 지역민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한 공간이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다는 정서적 이유를 넘어서 역사에 대한 의무와 권리에 대한 가치가 적어지는 현실의 또 하나의 불행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자본과 권력이 야합하면 어떤 것도 용서되는 값싼 은혜가 충만한 시기에 자유로움에 대한 역사는 현재에 사는 또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이 알아야할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그냥 사라지게하지 말고 좀 더 진화된 모습으로 안양지역민들에게 남아있게 하면 안 될까? 안양지역 자료들의 보고이기도 한 전진상이 추구해왔던 가치들을 앞으로도 지역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것… 무슨 권리로 그런 주장을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안양전진상이 지역과 함께 한 것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이라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가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양전진상은 ‘자본’의 잣대로 보면 서류상의 주인의 것이지만 40여년의 가치로 보면 지역민들의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전진상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에 지역민들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과정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문제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이 있길 기대한다.

2007-03-30 20:4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