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뉴타운 개발과 향토문화재 파괴

[조창연]뉴타운 개발과 향토문화재 파괴

[2006/11/13]강남대 사회과학부 교수

뉴타운 개발과 향토문화재 파괴

5.31 지방선거 이후 서울과 경기 등 지방정부는 ‘뉴 타운 건설사업’에 의해서 개발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개발 열풍은 지역 향토문화 유산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

뉴 타운 사업은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에 의해서 인간의 기본적 삶의 환경개선을 위하여 도로와 공원 등 생활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어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드는 재개발사업으로서, 경기도의 경우는 12개 뉴 타운 개발 희망지역을 대상으로 조건이 충족된 지역을 뉴 타운 지역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뉴 타운 개발 사업은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하겠지만, 지역향토문화유산과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들이 파괴되거나 파괴 될 우려가 있다.

실례로 의왕시 부곡동 지역은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에 의해서 재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재개발에 의해서 철도 관리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60년 이상 된 철도관사(鐵道官舍)가 철거될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의왕시 부곡동 지역은 철도박물관과 철도대학, 철도기술연구원, 철도경영연수원, 그리고 기차를 만드는 (주) 로템 공장이 있는 지역으로서 우리나라 철도사(鐵道史)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에 의왕시민모임 등은 몇 년 전부터 의왕시에 철도관사의 보존을 요구해 오고 있다.

의왕시 ‘철도관사’ 철거 위기

그러면 왜 지역의 근대문화유산 등이 보존 및 관리되지 않는 걸까? 그것은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인식과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즉 문화재 보호법 제2조에 의하면 ‘문화재라 함은 인위적·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라고 명시하고, 여기에 해당되는 문화재만이 이른바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문화유산들은 ‘등록문화재 제도’에 의해서 관리 될 뿐이다.

그런데 등록문화재 제도는 2001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당장 국가 또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조건이 미흡하거나 곧 바로 국가 또는 지방문화재로 지정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여 각종 개발행위와 도시화 및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무분별하게 철거 및 훼손 될 수 있는 역사적·문화적 산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들은 지정문화재 급보다는 등록문화재 급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허술한 실정이다. 즉 등록문화재 제도는 강제성 보다는 임의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문화유산 소유자들에게 보존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또한 등록문화재로 등록된다 하더라도 세금혜택과 건물 인접 공간에 대한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환 등의 인센티브만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은 재산상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지역문화유산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재정상의 이유로 등록문화재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자치단체장들은 유권자들을 의식하여 지역축제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지역 축제의 정신적 지주인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先보존 後개발이 바람직

특히 뉴 타운 개발 사업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각인 시켜줄 수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이 철거되거나, 파괴 될 경우 지역향토문화사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더 나아가서 지역향토사의 단절을 가져 올 뿐만 아니라, 21세기 문화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따라서 문화재청과 지방정부는 뉴 타운 개발 사업으로부터 지역주민들의 정신적 삶과 지역축제에 산소 공급과 같은 역할을 하는 근·현대 건축물과 지역향토문화유산을 조사하여 ‘근·현대 향토문화유산 관리 및 보존에 관한 조례’ 등 체계적인 문화유산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들에게도 재산권이 적극 보호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뉴 타운 개발 사업은 먼저 지역향토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대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그것만이 21세기 문화시대에 시민들의 삶을 진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시작이다.

2006-11-13 14: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