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알량한 자존심과 시민사회

[김성균]알량한 자존심과 시민사회

안양의왕 경실련 사무처장

 

<안양시민신문 2003/03/07일자 발췌>전국이나 지역이나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NGO가 상당수에 이른다. 그 분야만 해도 환경문제, 청소년문제, 여성문제, 노동문제, 경제정의문제, 지역정치문제, 청년문제 등 다원화된 시민사회의 영역들이 있다.

이것은 지난 근대화 시절에 민주적 의사결정 쟁취를 위해 시민사회가 한가지 쟁점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외치던 시절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그 성과를 인정하게 되면서 다원화된 사회적 욕구의 수용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영역의 존재는 안양지역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의적 해석일지 모르지만 안양지역에 있는 NGO는 각자 맡은 바 본연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지역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한 목소리를 외쳐왔다. NGO는 지방선거과정에서, 총선과정에서 스스로 자위하는 수준에서 그 역할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

특히, (구) 가축위생시험소 부지를 둘러싸고 안양시와 갈등을 촉발하기도 하였고, LG파워 요금인상문제를 둘러싸고 지역현안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였고, 안양역 앞 지하상가 연장공사에 대한 안양시 당국에 대한 문제제기로 공사 중지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으며, 안양시 시의원의 부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성명서를 내고 법원에까지 가서 사실확인을 하고 조례규범도 만들었고, 시금고 운영방식을 공개제한경쟁입찰로 바꾸어 내는 등의 일련의 사건들은 시민사회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이주노동자, 여성폭력에 대응한 성명서 발표 등 안양지역의 NGO는 크고 작은 일을 정의의 이름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구)가축위생시험소의 프로젝트는 시정부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현실들, 아트시티를 구현한다고 하면서 만안구 명학역 주변에 바벨탑처럼 보이는 대규모 신축건물들, 벤쳐벨리 구상을 위한 노력을 위해 각종 산학연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여전히 시설 중심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들, 시공사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현실 앞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바라보는 현실들, 부정을 저지른 시의원을 시민의 대표로 인정해야 하는 현실들,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시한 시금고 운영방식이 다시금 과거의 방식으로 전환된 일 등 정의의 이름으로 외쳤던 내용은 다시 금 부정의한 현실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일은 정의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시민사회에 시민의 참여·민주적 의사결정·시민사회의 화합이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시민들에게는 시민사회가 부정의 한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대목이다.

이제 시민사회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제제기 한 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성찰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종합적이며 통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다원화된 영역들이 정의로운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민주적 의사결정·시민사회의 화합이 정의의 목소리라면 그것은 NGO의 성찰하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민사회의 구현을 위해 분권화, 분산화, 민주화, 소규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시민사회가 권력화, 집중화, 획일화, 대규모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사회는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자기 스스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성균 안양의왕 경실련 사무처장

2003-05-28 09:4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