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영부]벽산로의 진실…안양문화의 현실 4

안양똑딱이 2016. 6. 30. 14:46
[김영부]벽산로의 진실…안양문화의 현실 4

[2005/08/26]사람이 중심이다!

벽산로에는 안양사람들의 따뜻한 인정과 숨결이 배어있다.

퇴근 후 가볍게 소주 한잔하고 가는 회사원이 그냥 길을 건너도, 한 손에 물건을 들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아주머니가 있어도, 물건을 그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가 있을지라도 성화를 부리거나 자동차 경적이 울리지 않는다.

벽산로는 그런 곳이다.

이런 여유로움은 오래된 시골마을 어귀의 아름드리 느티나무처럼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안양시가 내세운 ‘벽산로 정비계획’은 마치 뿌리 깊은 나무를 잘라버리려는 것이었다.

‘인도를 반으로 줄여서 차도를 넓히고 쏜살같이 달리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안양1동 진흥아파트에서 1번가를 잇는 동서지하차도를 이용하는 차량들에 대한 친절서비스이다.

안양시의 뜻대로 되었다면 안양 최대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이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앞에서는 ‘재래시장 살리자’고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 부으면서 뒤에서는 숨통을 막는 원칙 없는 행정이었다.

안양시의 정책은 늘 부서간의 합의가 없어 일관성이 부족하다. 또 언제나 ‘사람’보다는 ‘자동차’ 중심이다. ‘벽산로 정비계획’ 역시 ‘사람은 좀 더 불편하게, 차는 좀 더 쾌적하게’의 관점에서 추진된 것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안양시의 방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두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기왕에 거액을 들여 전개하는 사업이면 시민들의 뜻을 물어 보다 ‘사람 중심’으로, ‘문화적 관점’에서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지금도 이것이 안양시가 그토록 부르짖는 ‘문화예술의 도시(art city)’에 걸 맞는 내용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안양시의 고위 공직자들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시민을 하인쯤으로 여기는 평소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민의 대표인 안양시장이 노점상을 ‘흉물’이라 하고, 담당국장은 ‘짐승’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안양시의 비문화적 발상으로 인해 벽산로가 지닌 전통의 가치와 문화적 깊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 고민의 주체는 그토록 안양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토박이 단체들에 의해서가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안양을 발전시키겠다고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에 의해서도 아니었다. 정의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며 양심을 실천하는 시민단체들에 의해서였다.

김영부 안양민예총 사무국장
만안구 문화의 거리(추) 집행위원장

2005-08-29 03:4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