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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정진원]수푸르지 [숲골>숲울>수푸르지, 임곡(林谷)]

안양똑딱이 2016. 6. 13. 16:25
[기억]수푸르지 [숲골>숲울>수푸르지, 임곡(林谷)]
정진원/ 문학박사, 수필가
수푸르지 [숲골>숲울>수푸르지, 임곡(林谷)]

지금 안양역 동쪽 지역 안양1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자리에 일찍이 정기시장이 형성되었다. 안양에서는 유일한 시장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안양중앙시장이 나중에 만들어지면서 이곳은 구시장이 되었고, 얼마 지나다가 사라져버렸다.

시장의 북쪽 끝부분에 있었던 소시장터를 지나서 안양천 다리(임곡교)를 건너면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을 ‘수푸르지’라고 하였다. 그것이 여느 동네 이름과 달라서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마을 이름이 한자로 ‘임곡’임을 알게 되었다.

한자 지명 임곡(林谷)에서 그 훈(訓)을 빌려 써서 수푸르지가 된 것이 아니라, 그 역순으로 변화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순수한 우리말 마을이름이 아주 어색하거나, 당치도 않은 한자어로 바뀐 것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숲이 우거진 골, 즉 임곡은 ‘숲골>숲울>수풀>수푸르다>수푸르지→임곡(林谷)’으로 부르기 쉽게 변화되었을 것이다. 두 강이 합쳐지는, 즉 ‘아우러지는’ 곳에 ‘아우라지’라는 지명이 된 것과 같은 음운 변화일 터이다.

2012-05-14 23:4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