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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식]21세기 안양의 과제와 비전

안양똑딱이 2016. 6. 11. 08:04

성결대학교 교수, 안양학연구소 소장


 

과천 공로변에 위치한 촌락에 불과하던 안양지역을 산업사회로 이끈 일대 사건은 1905년 1월 1일 자로 개통된 경부선 철도와 그로 인한 안양역사의 개설이었다.

안양역사의 개설은 그때까지 불과 10여 호에 불과하던 안양리 일대의 인구를 30년만에 역전을 중심으로 3,000명 이상이 모여 사는 도시로 만들었고, 이후 안양리가 인근지역의 정치·행정 및 산업의 중심지가 되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안양의 산업화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은 1932년 현 대농단지에 '조선직물주식회사'가 설립된 일이다. 일본인 자본에 의해 조선직물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시작된 안양의 산업화는 섬유와 제지산업을 중심으로 하여 안양이 수도권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순탄하게 성장·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92년 평촌 신도시가 건설되고 난 후 안양에서는 전과 다른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바, 그 내용의 큰 줄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촌 신도시에 입주한 12만 명의 새로운 안양시민들은 대부분 일자리가 아닌 주거를 위해 안양에 정착한 주민들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정주의식이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철도와 안양천은 안양을 동서로 크게 분할하고 있다. 그런데 신도시가 개발되고 시청과 소방서 및 경찰서 등 주요 관공서들이 차례로 평촌으로 이전하면서 신구도시간의 개발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지역사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수도권 공업입지억제책과 비싼 공장부지의 영향은 제조업체의 입지여건을 악화시켜 만도기계나 동아제약, 금성통신 등 관내 대기업들의 이탈을 촉진하고 있고, 제조업체의 수나 종사원도 98년을 기점으로 하여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산업공동화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넷째, IMF의 여파로 위축된 지역경제와 취약한 지방세의 세입구조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안양시의 세출구조를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섬유와 기계 및 제지산업 등이 주도하던 안양의 산업이 전기, 전자, 정밀광학, 의료기기, 정보통신 등 첨단업종으로 구조가 변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탈공업화현상이 일어나면서 내부적으로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안양시의 상황은 장차 안양시가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도시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체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바, 개략적으로나마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우선 시민들의 정주의식을 높여야 한다. 특히 지역에 대한 애정과 정주의식이 약한 평촌 신도시 주민들을 지역사회에 편입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펼쳐야 한다. 신도시 주민들 중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학자나 예술가 및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을 것이므로, 지역사회가 풍부하고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흡수하여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안양지역에는 현재 4개의 대학을 위시하여 LG정보통신연구소와 국토연구원 등 다수의 고급 연구인력들이 들어와 있으나 아직까지는 지역사회가 이들의 역량을 십분 이용하고 있지 못하다. 안양시가 나서서 대학과 연구소 및 지역기업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주면 이들의 에너지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저절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행정부의 모습을 논할 때 빈번하게 쓰는 말은 시장형관료제(market bureaucracy)와 네트웤관료제(network bureaucracy)라는 용어이다. 이 말을 지방정부에 대입해 보면 정보화에 성공한 기업가형 지방정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관계와 견해가 서로 다른 다양한 시민들과 다면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유연하고 탄력 있는 지방정부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바, 현재 가축위생시험소 부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극단적인 대치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지방정부 모두에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동서간의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안양시의 장기적인 플랜도 만들어져야 한다. 낙후된 구도시 발전을 위한 테마를 정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하에 실천방안을 찾을 때 시민들은 지방정부에 신뢰의 눈길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안양시는 99년부터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친 결과, 금년 10월말 현재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93개의 벤처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이 숫자는 2년 후면 집적이익을 누릴 수 있는 수치인 약 500개로 늘어나게 될 것인데, 이때쯤이면 안양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주도산업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시책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안양의 사례는 유사한 입장에 있는 많은 도시들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안양시의 산업이 벤처산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것은 수도권 도시들 중 가장 편리한 교통·통신과 평촌 신도시 개발로 구축된 양호한 주거환경 및 서울에 인접한 위치상의 강점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양시는 첨단벤처산업이나 지식기반산업의 입지요건이 과거와는 달리 잘 갖추어진 문화시설이나 주거환경 및 교육여건 등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한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은 지역의 문화적 역량이 기초가 되므로 지역의 문화산업역량을 평가하고, 향후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양, 군포, 의왕 및 과천시는 역사적으로 한 뿌리이고, 기능적으로도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은 동일 지역내의 도시들이므로, 환경문제나 산업발전 및 문화행사 등에서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면 정책적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규모의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광역권실무행정협의회 등을 정례화하여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양시가 이와 같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탈공업화시대,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를 빈다.

2003-06-07 13: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