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최병렬]오래된 곳 안양 항아리골목 이야기

안양똑딱이 2017. 3. 2. 17:51

 

오래된 곳 안양 항아리골목 이야기

안양에는 골목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며 아직도 정감있게 불리우는 골목이 여럿 있다. 밧데리골목. 변전소골목, 곱창골목, 한복골목 등등.. 1970년대 초반에 생긴 항아리골목도 그중 하나로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초까지 활기를 띠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안양에도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찾아 충청도, 경상도 등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며 인구도 늘어나고 당연히 생필품 가게가 줄지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77년 중앙로가 개통되면서 안양4동의 새시장(현 중앙시장)은 인근 군포, 의왕, 과천은 물론 멀리 안산, 군자에서도 물건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로 항상 붐빌 정도로 호황이었다. 당시 그릇으로는 양은그릇과 함께 항아리 그릇들이 인기였는데 안양4동 중앙시장과 안양1동 남부시장 주변에는 항아리 가게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장내동성당(현 중앙성당)과 벽산아파트 사이 골목에는 철조망 담벼락을 따라 항아리들을 쌓아놓은 가게가 있었고 이에 이 골목을 자연스럽게 항아리골목이라 부르면서 통상적인 지명이 생길 정도였다.

과거 주택에는 뒷뜰, 뜨락, 앞마당, 우물가, 대문위 등에 장독대가 있었고, 장을 담아 놓은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말 그대로 그집의 장 맛을 보여주었지만, 현대화의 물결속에 가볍고 간편한 플라스틱에 이어 가전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항아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더구나 유약파동까지 겪게 되자 남부시장 주변에 있던 항아리 가게들이 하나 들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중앙시장 주변의 항아리 가게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는 성당 담벼락에 있던 신일항아리 단 한 곳만이 남아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신일항아리’는 안양5동 냉천로길(175-5)에 있다. 신일항아리 창업주는 신영철씨이다. 한동안 그의 둘째아들 신동윤씨가 가업을 이어 점방을 지키다 최근 공부에 매진하고자 부친이신 신영철씨가 다시 점방을 지키고 있다.신일항아리는 1990년대까지는 현 위치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장내동성당과 벽산아파트 사이 골목 담장 앞에 꽃집들과 있었다. 당시 장내동성당은 고딕양식의 성당이었는데 종탑이 위험해 지는 등 낡아 새로 신축에 들어가면서 시에서 도로를 새롭게 정비하자 현재의 장소로 옮긴 것이다.

신일항아리는 당초 있던 항아리골목에서 벗어나 주택가 골목길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군포나 의왕, 과천, 광명, 성남 등에서도 주문이 올 정도로 오랜 단골과 입소문으로 항아리하면 신일항아리를 찾는다. 안양중앙성당 뒷편 골목길로 접어들면 단독주택 앞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신일항아리 간판이 보이고 점포안에는 아기자기한 작은 항아리부터 화분, 컵, 장식품, 주전자 등 흙으로 빚은 그릇들이 진열돼 있고, 담벼락에는 커다란 항아리들이 유약을 반짝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일항아리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옹기가 다 모여 있다. 그 옹기들은 주로 충청도나 전라도에 있는 동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 곳의 흙이 옹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옹기는 물론, 약탕기, 떡시루, 콩나물시루, 옹기정수기 및 김칫독, 크고 작은 양념통들 그리고 요강까지.. 각종 항아리들이 있다. 또 옹기로 된 화분들도 즐비하다. 요즘에는 항아리 수요가 많지 않아서 옹기명장,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등 주로 장인들의 작품을 많이 가져온다고 한다.

한 집안의 장맛을 보면 음식 솜씨를 알고, 장맛은 장독에서 나온다고 해서 예전엔 집집마다 장독대를 두고 항아리에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가 고이 모셨지요. 항아리는 숨쉬는 쳔연용기로 장뿐 아니라 쌀독, 김치독으로도 사용되고 뒷간이 먼 집에서는 안방에서 요강으로도 쓰여지며 이사갈때는 깨질까봐 애지중지하며 가장 귀하게 모시던 거였다.

시대는 흘러가고 현대화속에 단독주택들이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로 바뀌며 뒷마당의 장독대도 사리졌지요. 아파트문화에 김치냉장고까지 생기고 단순 간편한 것을 추구하면서 장 담그는 것고 잊혀져 가고, 이제 장독대도 사라지고, 집집에서 큼지막한 항아리 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발효에도 좋고, 저장 기능이 탁월하고, 내용물을 정화해 주는 숨쉬는 항아리의 효율성으로 아파트에 둘 수 있는 자그마한 응기와 신세대형 항아리를 찾는단다.

예전에는 큰 독이 많이 팔렸는데 주거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즈음에는 아파트에 둘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고, 자그마한 옹기 소품. 즉 신세대형 항아리가 잘 팔리고, 쌀독 용도의 항아리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골목길 한쪽에 크고 작은 항아리를 보는 것도 옛 문화를 더듬는 하나의 추억이다. 옛날 잠자기전 방 한쪽에 곱게 자리했던 오강도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는데 요즈음은 어떤 용도로 쓰일려나.

어느 글에서 보니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가정에 갔더니 이주 예쁜(어떤 것은 난초, 국화 등 그림까지 그려 있으니까여) 요강단지가 식탁위 스프 단지로 요긴하게 쓰여지고 있더란 믿거나 말거나 야그도 있다. 신일항아리(☎ 447-1048. 만안구 안양 5동 707-77)
 
항아리골목 사진첩 https://www.facebook.com/coreachoi/media_set?set=a.924856950892356.1073742179.100001041789694&type=3
 
좋은 항아리는 어떻게 고를까요?
 
전통항아리는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지요. 발표에도 좋고, 저장기능이 탁월하고, 내용물을 정화해 주기 때문에 숨쉬는 그릇라 불리우지요. 최근에는 아토피나 새집증후군 등이 많이 나타나는데 항아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효과가 좋다네요. 그래서 화분도 옹기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항아리를 두드려 보았을때 맑은소리를 내면 잘 구워진 좋은 항아리로 쳤다고 해요. 그리고 항아리를 돌리면서 구멍이 있나 확인해보고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네요 또한 예전에는 항아리를 사면 뒤집어놓고 속안에다 볏짚등으로 불을 지펴보아서 구멍으로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으면 장을 담그고 김치를 담궜다고 해요 최근에는 항아리를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김치를 저장해서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김치맛이 플라스틱 김치독에 넣었을때랑 확연히 다르다고 하네요. 우리도 역사에 걸맞게 항아리집 하나도 오래오래 그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