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시인의 안양이야기(3)
내가 생각하는 ‘안양사람’ (2008.11.28)
‘안양사람’ 이라는 말은 곧바로 ‘안양토박이론’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내가 여기 쓰고자 하는 것은 그런 이분법적인 얘기가 아니다.
‘안양사람’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겠다.
첫째는 법적으로 안양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안양시민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가운데는 주민등록만 안양시에 되어 있고, 실제로는 타지에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주민등록은 타지에 되어 있고 거처는 안양시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인 안양시민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법적인 안양시민은 안양에 세금을 내고, 안양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선거때 불거지는 위장전입 문제도 투표권 때문이다.
명예시민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납세·선거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
두 번째 ‘안양사람’은 안양 출생자를 말한다.
그러니까 토박이란 안양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부모가 토박이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안양에서 낳은 자녀들은 당연히 안양사람이다.
외지에서 살더라도 안양 출생자는 영원히 안양사람이다.
그게 바로 ‘고향’의 운명이다.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년이 되면 타지로 출가를 한다.
전국에 그 얼마나 많은 ‘안양댁’이 있겠는가. 고향은 탯줄처럼 운명의 줄을 끊는 법이 없다.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요, 애향은 모성애적인 사랑이고, 향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닮은 꼴이 된다.
토박이론이 대두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에서다.
지금까지 태어난 집터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나는 평생을 글만 써오면서 호(號)도 문학과 고향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文鄕’이라 했고, 편지 말미의 내 이름 앞에는 반드시 ‘안양’이라고 써서, 안양사랑의 마음을 표출해 보기도 했고, 안양을 소재도 적지 않은 시와 잡문을 쓰기도 했다.
그게 어찌 안양사랑의 능사랴. 그런 뜻에서 나는 위에 말한 두 종류의 안양사람 얘기에 한 종류의 안양사람을 추가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법적·태생적인 문제와 관계없는 ‘정신적’인 안양사람을 말한다.
곧 안양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안양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증상이 있다.
‘안양’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는 것이다.
시인 워스워드는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노라”라는 유명한 시를 썼다.
‘산’이라는 말을 듣고서도 가슴이 뛰지 않으면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낚시, 축구, 책, 술, 커피, 돌, 음악, 꽃 등등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것을 설레게 한다.
외국에 나가 태극기를 볼 때 가슴이 뛰면 당신은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애독·애석(愛石)·애마·애주·애견·애연이 다 그렇다.
‘애향’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랑(愛)’이 지나치면 거기에 ‘광(狂)’자가 붙는다.
축구광·독서광·낚시광·영화광·수집광의 마니아들이 그들이고, 술·담배·커피를 미치게 사랑하면 알콜·니코틴·카페인 중독자가 된다.
안양을 사랑한다는 것은 고향을 사랑한다는 것과 같지 않다.
안양 태생이 아니더라도 안양을 사랑할 수 있고, 안양에 살지 않더라도 안양을 사랑할 수 있다.
안양의 초·중·고·대학의 어느 시절의 학교생활에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안양의 프로농구팀 때문에, 관악산·수리산 때문에, 안양에서의 오랜 직장생활 때문에, 애인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첫사랑을 나눈 곳이기 때문에 안양을 사랑할 수도 있다.
그 많은 ‘ 때문에’ 가운데 안양 출생과 안양 거주는 가장 중요한 ‘때문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안양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곧 ‘안양’이라는 말을 듣고서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안양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안양사랑 단체도 많다.
그러나 그들이 다 진정한 의미의 안양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안양 토박이가 안양을 사랑하지 않는 것, 말로만 안양사랑을 드높이는 것은 배향자(背鄕者)라고 생각한다.
이게 어디 안양만의 얘기인가. 애향, 애국, 애세(愛世:세계 사랑)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2008년 11월 28일(금) 01:01 [안양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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