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시인의 안양이야기(5)/ 안양을 ‘시의 금광’으로 만듭시다

안양똑딱이 2017. 2. 18. 15:29

김대규시인의 안양이야기(5)
안양을 ‘시의 금광’으로 만듭시다(2009.03.20)         

 

나는 지난 번 칼럼에서 미국의 ‘시의 달’(4월) 행사들을 소개하면서 평소 생각하고 있던 대안들을 제시해 보겠노라고 했다.
이에 앞서 먼저 전제할 것이 있다.
우선 이 글은 시를 쓰자는 것이 아니라 즐기자는 것이다.
삶의 질이란 즐거움을 많이 느끼며 살수록 증가된다.
의식주는 그 즐거움의 3대요소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밥을 먹으며, 좋은 집에서 살면 행복하다.
그런데 이것은 모두 몸에 해당된다.
마음에도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밥을 먹이고, 좋은 집을 지어주면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몸의 의식주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마음의 옷·밥·집에는 돈이 그리 필요치 않다.
그 마음의 의식주가 바로 문화예술인데, 예술은 문화의 꽃이요, 또한 시는 예술의 향기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그 향기를 널리 퍼뜨려 많은 사람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 이 글의 취지다.
우리네 삶의 주변에는 꽃들이 무수히 많이 피어 있는데도, 살기에 급급해 그 향기를 맡지 못하니 분위기를 바꿔 후각의 기능을 자극해 보자는 것이다.
시낭송회나 시화전에도 그런 의미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대개 일회적이다.
대중성, 곧 시민의 삶과 직결되지 못한다.
연결고리의 확장이 필요하다.
우선 전철역, 버스정류장,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시화 한 폭을, 아니 마음에 드는 시 한 구절이라도 게첨하면 어떨까. 공원이나 안양천 산책로, 또는 공공건물의 게시판이나 공중화장실이면 어떤가. 유명 시인의 작품이 아니어도 좋다.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들, 공공건물에는 근무자들, 아파트에는 입주자, 다중 집회장소에는 일반 시민들의 시를 부착하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런 연장선상에서 시화(詩畵)거리·시비(詩碑)공원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삼덕제지에 근무했던 박두진시인의 시비를 삼덕공원에 세우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좀더 적극적인 방안으로는 아파트 단지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위해 단지별로 시문집(詩文集) 만들기 경연대회를 실시하여 시상과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다든가, 그 많은 까페들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는 주 1회 정기적으로 시와 노래, 그리고 시인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 행사는 일반 시민들의 자작시·애송시 낭독을 위주로 진행하고, 더 바람직하기로는 안양시 시장과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 사회단체장에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들이 출연해서 애송시·애창곡을 들려 준다면 행복한 도시 만들기에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여기서 끝낼 것이 아니라, 아예 안양TV 방송국에서 이 행사를 주관·제작해서 방영한다면 그 효율성이 극대화되지 않을까. 만일 안양방속 측에서 용의가 있다면 구체적인 실행방법은 추후 상의하면 된다.
더욱 규모가 큰 사업으로는 ‘시집박물관’의 건립도 있다.
이는 안양시에서 그간 고민해 온 ‘테마박물관’의 한 가지 대안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전통시인 ‘하이꾸’를 모집·시상한다.
외국의 신문사들에까지 파급되어 있다.
부러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중앙일보가 ‘시조’를 공모하고 있다.
우리 안양에서만이라도 초등학교부터 ‘시조 외우기’를 의무화시키면 어떨까. 다윈은 자서전에서 서른 살 이후까지 시를 읽으며 살았는데, 자신의 삶이 수많은 사실들을 수집하여 일반법칙을 쥐어짜내는 기계처럼 되어, 한 줄의 시조차 읽지 못하게 된 점을 못내 한탄했다.
또한 최고의 미래학자로 불리우는 존 나이스비트는 그의 명저 『마인드 세트(Mind Set)』에서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교실에 반드시 시인을 한 명씩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시인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속담은 시적 비유가 생명이다.
사실 성경도 시집이다.
노래는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요즘에는 음악치료·미술치료·연극치료에 ‘시치료’까지 등장했다.
시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가슴으로 향유하는 사람의 소유다.
우리들 가슴 속에는 무한한 시의 광맥이 묻혀 있다.
그걸 캐내자는 것이다.
그 광맥 가운데 시가 금이다.
우리 안양시가 가장 아름다운 ‘시의 금광’이 되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이 글을 썼다.  2009년 03월 20일(금) 01:01  [안양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