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시인의 안양이야기(8)
안양사(安養寺)와 정덕한(鄭德漢)
안양에 경사가 났다.
유유산업 부지에서 발굴된 매장유물 가운데 <安養寺>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된 것이다.
발굴조사단은 수습된 기와류, 전돌류, 도자 및 도기편 조각, 철제 동물 장식들의 유물과, 하천의 돌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중문→탑→금당(부처를 모신 공간)→강당→승방으로 연결되는 건출물터와, 좌우에 회랑(복도)이 있는 구조인 점에서 하부 초석층은 통일신라 시대의 중초사터이고 상부는 안양사의 초석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는 미확인의 설(說)로만 떠돌던 안양사 터가 유유산업부지라는 것이 공인된 것이며, 이로써 ‘안양’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그 생모(生母)가 공식 확인된 것이다.
그러하니 경사가 아니겠는가. 아니 그냥 경사가 아니라 안양시 유사 이래 최대의 경사인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의 표제에 ‘정덕한’이라는 개인명을 쓴 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안양사 문제와 정덕한 선생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알 만한 분들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차제에 일단락된 발굴조사의 청원인 당사자로서의 비중을 생각해서 언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정덕한 선생은 고대 북아시아의 기층언어 가운데 중세 만주어 연구를 통해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한반도의 지명을 고찰하는 ‘역사 제터잡이연구·우리 옛말 연구’의 재야 학자로서, 유유산업이 현 위치에 설립될 당시인 1960년에도 시흥군 청년학생단체 협의회장 자격으로 “해체된 삼층석탑은 중초사 당간지주 근처로 이전·복원하고, 추후 공장건축 과정에서 출토되는 역사 유물들은 철저하게 수집하여 시흥군이 지정하는 장소에 보존하기로 한다.
”는 이행각서를 받은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안양사의 터가 유유산업부지라는 주장을 펴오다가, 지난해 1월에 매장문화재 발굴 청원서를 안양시에 제출했고, 안양시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재)한울문화재연구원과 용역 체결을 하고, 금년 6월18일부터 10월6일까지 발굴 조사를 실시하여 앞에 약술한 바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세계문화사에서 희귀한 문화유물이나 사적일수록 특정 전문가의 집요한 탐사와 연구의 결과인 것처럼, ‘안양사’의 경우도 ‘정덕한’이라는 향토인의 애정과 열정의 결실인 점이 다분하다는 뜻에서 우리는 그의 존재 자체를 기려야 할 것이다.
(여기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지만, 24쪽에 이르는 그의 청원서는 고려사·조선왕조실록·동국여지승람·안양사탑 중신기(重新記) 등에서 안양사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수록한 자료집이기도 하다.
) 문제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일 터이다.
사안의 중요성으로 볼 때,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는 안양시의 권한 밖으로 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안양시는 이에 대한 중·장기 계획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양사 연구팀’을 별도로 구성할 필요성도 자연히 제기될 것이며, 이에는 안양문화원의 ‘향토문화연구소’나 성결대 부설의 ‘안양학연구소’가 필히 그 주체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코자 한 당초의 계획도 차후의 발굴 확대와 같은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재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앞으로는 그 명칭의 비중이나 역사적 문화성에 비추어 ‘유유산업 부지’보다는 ‘안양사지’로 해야 되지 않을까. 또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현재 유유산업 본사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들을 안양시가 인수하여, 금번 발굴될 문화재들과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차후 보관·전시할 공간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더욱 어려운 것은 가능한 문화재의 복원 문제, ‘왕건로·능정로’라는 도로명 부여 문제, 홍보 영상물·책자, 또는 KBS 역사스페셜과 같은 TV프로 방영문제 등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근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도 만만치 않은 현안이다.
문화행위에는 사자들에 대한 생자들의 의례(儀禮) 의식도 담겨 있는 것이다.
안양사지의 확인과 함께 1천년이 넘는 역사의 요람에서 안양의 부활을 새삼 느낀다.
2009년 10월 16일(금) 01:01 [안양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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