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LG축구단’ 서울이전 두 의혹

안양똑딱이 2016. 5. 9. 16:05
[김대규]‘LG축구단’ 서울이전 두 의혹

[02/06 안양시민신문]본지 발행인·시인


 

그 동안 ‘설(說)’로만 난무하던 LG축구단의 서울이전이, 지난 2월2일의 ‘LG, 서울연고 복귀선언’으로 공식화됐다.

우선 눈길을 끈는 것은 ‘복귀선언’이라는 어휘다. LG측이 이 용어를 채택한 것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의 연고팀이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여타 구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한편, 반대여론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사실 LG는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서울 입 성 의지를 내비춰 왔었고, 그때마다 안양시와 축구관계자들은 그 대책수립에 부심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금번의 경우, 작년 12월16일 LG구단 한웅수단장의 서울이전 의사표명에 이어, 서울시가 지난 1월14일에 신생팀 창단계획을 공식화함으로써, 안양시에서는 즉각 ‘안양LG축구단 서울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변원신)를 결성,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LG레드써포터즈와 함께 반대·저지운동을 펼치게 된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안양시민으로서의 일반적인 반대입장, 즉 축구 명문도시로서의 자존심, 과거의 금성통신·금성전선의 맥을 잇는 현재의 LG종합연구소·LG파워·LG텔레콤에다가 신축예정인 LG백화점의 소재지라는 기업 연고성, 그 동안에 헌신적으로 바친 LG치타스에 대한 애정 등에 대한 ‘사랑의 배반’감정이나, 지방축구 발전과 기본적인 사회윤리를 도외시하고 이윤추구만을 노리는 기업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화제를 삼지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서울시가 당초부터 신생팀 창단이 아니라, 기존팀(LG치타스)의 영입을 물밑작업으로 진행하면서, 외부로는 반대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하여 요식적인 신생팀 창단의 ‘공고’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다.

막대한 재정수반이 따르는 프로구단의 창단계획서 접수를 1월 15일자로 공고하면서, 1월 28일까지 마감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 밖의 처사다. 더구나 서울시는 마감일까지 응모기업이 하나도 없자, 즉각‘서울연고 이전구단 공개모집 신문광고’(1월 30일자)를 냈다. 2월 11일까지 의향서 접수, 2월 중 심사·선정, 2월말에 연고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매사가 초스피드다. 그러하니 실제로는 사전에 LG측과 이전밀약을 맺고, 면죄용 수순만 밟는다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판의 ‘짜고 치는 고스톱’, 축구경기에서의 ‘헐리웃 액션’, 배구·농구에서의 ‘페인트 모션’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의혹의 두 번째는, 당초와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의 내용들이 LG축구단의 서울이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정작 반대운동을 펼치는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레드써포터즈’나 안양시민연대 측의 증언이나 자료에 의하면, 반대집회의 취재요청에도 냉담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기사의 형평성에 상치되는 직무유기적 현상이기에, 대책위 위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측과 LG측의 사전 ‘언론 로비설’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온나라가 불법 정치자금 파문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판국에, 위의 두 가지 의혹의 사실여부에 따른 파장은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연 ‘이전불가·신생팀 창단’ 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프로축구연맹의 심의위원회가 기본입장을 고수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2004-02-06 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