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흥주]두산유리 공장을 전시공연장으로

안양똑딱이 2016. 7. 24. 16:08
[이흥주]두산유리 공장을 전시공연장으로

[2009/09/14 군포신문]군포경실련 공동대표

 


1971년 4월 준공된 두산유리 군포공장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굴뚝사업의 시효라고 할 수 있다. 준공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대규모의 산업시설이 없어 준공식에 국무총리가 참석해 유리를 만드는 용광로에 화입행사를 할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했다.
국민의 관심이 높았던 두산유리는 중국의 저가 생산품에 밀려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군포역 뉴타운 지역으로 고시돼 재개발이 시작되면 두산유리의 흔적마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두산유리뿐만 아니다. 이미 구로공단, 안양공단과 같은 수도권 공업지역도 재개발로 굴뚝공장이 헐리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근현대 산업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장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 뉴욕시는 첼시 공장지대를 작품전시장으로 활용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첼시 공업지역은 많은 업체들이 생산단가를 맞추기 위해 임대료나 인력비용이 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1960년에 이미 우범지대로 낙인찍혀 점점 슬럼화 된 곳이다. 이런 상황에도 먼지와 기름때가 묻은 주철공장과 정비공장 건물에 값 싼 임대료를 이유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들어 정착하자 세계적인 문화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故 백남준 선생도 첼시에서 전시전을 열기도 했고, 전 세계의 문화 예술인들이 미국의 때묻고 녹슨 공업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현대식 건물의 전시관이 아닌 이 시대에서 볼 수 없는 굴뚝산업의 공장외관이 작품성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전시관 보다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전시장이 작품을 빛내게 한다고 전문가는 얘기한다.
또 영국과 유럽에서는 발전소, 제재소를 문화아이콘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예술작품을 전시·관람·공연·판매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신축건물이 아닌 근현대 문명의 산실에 마련한 것이다.
군포시도 첼시 공업지역의 사례와 같이 공업지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장들이 값싼 노동력과 임대료를 찾아 해외나 지방으로 이전해 지금의 공업지역은 텅 비어 황량함마저 든다. 이에 따라 경제권도 줄고, 점점 슬럼화가 돼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군포역세권 뉴타운이나 금정 뉴타운을 시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시의 사례처럼 군포시도 문화의 공간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뉴타운에 포함된 두산유리의 면적은 26,446㎡(8천평), 전체면적은 39,670㎡(1만2천평)에 달해 문화 공간을 형성하기 편하다. 활용할 수 있는 철도 녹지공간이 주변에 많이 있고, 추가로 필요한 면적은 공업지역이기 때문에 군포시에서 면적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다.
또 두산유리는 지정학적으로 군포역에 인접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아주 유리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디지털 문화의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든 산업문명의 상징인 공장굴뚝이 3개나 남아 있다.
그러므로 두산유리 부지에 나홀로 고층 아파트와 같은 신축건물보다는 첼시와 같은 문화 공연 전시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이라고 보여진다.
흔히 문화예술은 정치·경제와 함께 한다고 한다. 미래는 문화 자산이 많은 도시가 경제력을 장악할 것이고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시 문화를 살찌우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문화 자산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2009-09-14 21: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