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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아찔한 상습무단 횡단 지역 횡단보도 돌려줘야

안양똑딱이 2016. 7. 24. 15:59
[이민선]아찔한 상습무단 횡단 지역 횡단보도 돌려줘야

[2009/06/13 안양뉴스]편집국장
절뚝이 인생 ‘서럽네’ 계단 보면 한 숨부터
아찔한 상습무단 횡단 지역 횡단보도 돌려줘야

이민선 기자

▲ 계단을 보면 한 숨부터 © 이민선

넘어지면서 발목이 꺾였다. 꺾이는 찰나에 ‘두두둑’ 하며 무엇인가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통증 때문에 꼼짝 할 수 없었다. ‘최소한 두 달간은 축구를 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동료들 부축을 받고 깨금발로 뛰어서 간신히 운동장을 빠져 나왔다. 다친 발이 붓기 시작했다. 금세 코끼리 발이 돼 버렸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한의원 원장님에게 전화 했다.

“축구 하다가 발목이 꺾였는데 어떻게 응급조치 하면 될까요?”
“오늘 밤에 얼음찜질 충분히 하고 내일 병원으로 오세요”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엇 저녁보다 더 부어 있었다. 발을 보니 심란했다. 친절한 원장님은 “이만 하길 다행” 이라며 위로한다. 얼음찜질 하고 상처 부위 피 뽑은 다음 침 을 놓고 뜸 을 떴다. 넘어 지면서 들렸던 ‘두두둑’ 소리는 인대가 파열되는 소리였다고 원장님이 말해줬다.

침 은 참 신기하다. 그저 상처 주변을 찌르는 것뿐인데 어째서 치료가 되는 것인지! 어렸을 적, 워낙 깡촌 에서 살았던 탓에 병원 근처도 가보지 못 했다. 배가 아파도, 몸 에 열이 나도, 발목이나 팔목을 접 질려도 오로지 침 하나로만 해결했다.

한의원도 없었다. 흰 수염발 휘 날리는 마을 어르신에게 대바늘만한 침을 맞으면서 자랐다. 침을 맞고 병이 다 나으면 계란 한 줄, 감자 한 바구니를 치료비 대신 줬다.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고사리 손에 들린 계란을 받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인자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그런지 눈 만 돌리면 병원이 보이는 도심에 살고 있는 지금도 한의원만 찾게 된다. 지금도 난 배가 아파도, 몸 에 열이 나도 , 발목이나 팔목을 접 질려도 내과 나 정형외과에 가지 않고 한의원에 간다.

다치고 난 이후 절뚝이 가 됐다. 6월7일 일요일 오후에 다치고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목발에 몸을 의지 한 채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다.

불편하다. 평소 30초면 갈 수 있는 거리를 5분간 절뚝거리며 가야 한다. 계단을 만나면 한 숨부터 나온다. 오른 손은 목발을, 왼 손은 난간을 잡고 평행봉 하듯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절뚝이 인생, 100m 가 1km 처럼

▲ 횡단보도 가 ㅇ벗는 길, 상습 무단 횡단 지역 © 이민선

“이제야 알 것 같아! 이곳에 정말 횡단보도가 필요 했구나 예전엔 몰랐는데 다쳐 보니까 알겠네”

절뚝이 인생 첫 날, 난 이렇게 겸연쩍은 듯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며칠 전 만해도 이곳에 횡단보도가 필요 없다고 주장 했다. 100m 전방에 횡단보도가 있고 바로 옆에 지하도가 있기 때문이다.

친절한 원장님이 있는 한의원은 안양 역 맞은 편 부근이다. 그 한의원 길 건너, 안양역 방향에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다. 한의원과 친구 가게 사이에는 편도 2차선 도로가 있다.

이 도로에서 약 2개월 전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무단 횡단하는 68세 할머니를 달려오던 트럭이 들이받은 사고 였다. 그 할머니는 사고 이후 한 달 가까이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알 길이 없다.

그 때 잠시 친구와 논쟁을 벌였다. 친구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사고가 났다며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난 100m 정도 거리에 횡단보도가 있고 바로 옆에 지하도가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가 필요 없다고 했다.

절뚝이가 되고나니 100m 전방에 있는 횡단보도가 1km 처럼 멀게 느껴졌다. 지하도는 무섭다. 가파를 지하도 계단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계단 수가 자그마치 76개나 된다. 가파른 지하도 계단을 오르내리고 나면 목발을 잡고 있는 손에 진 땀이 난다.

이곳은 상습 무단 횡단 지역이다. 안양에서 가장 번화한 일 번가 초입이라 행인들 통행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횡단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안양시는 지하도 보수공사가 끝나자마자 횡단보도를 없애 버렸다고 한다.

절뚝이 인생이 시작 될 때는 ‘운수가 사납다’ 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다. 그동안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100m 가 1km 보다 멀 수도 있고 계단 한 칸이 언덕 보다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나 혼자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도저히 거리를 활보 할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친절한 원장님 정성 덕에 치료 받은 지 3일 만에 목발 없이도 걷게 됐다. 하지만 난 6일이 지난 지금도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아직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다리 불편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볼까 한다.

2009-06-13 13: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