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흩어지면 노예 되고 뭉치면 인간 된다”고 외치면서 근로자도 인간임을 선언했던 노동자들은 88년 접어들면서 놀라운 의식의 각성을 보인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던 절규에서 “노동자가 주인이다. 주인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로 바뀐다.
1987년 8월에 안양지역 최초로 총파업을 전개했던 19개 택시노동자들은 88년 4월 4일 노조탄압에 맞서 다시 총파업을 실시했다. 88년 택시총파업은 87년과는 달리 택시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닌 제조업노동자들과 연대가 이루어졌다.
곧이어 안양전자노조가 투쟁에 돌입한다. 87년 노조결성 당시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이면서도 남자들로 노조 지도부가 구성돼 배신의 경험을 당했던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들로 새로운 집행부를 꾸리고 당당하게 민주노조로 나선다.
안양전자노조가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자 회사 측은 위장이전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이에 맞선 투쟁이 한 여름의 열기보다 뜨겁게 전개됐다. 7월7일부터 안양중심가에 있는 본사를 점거한 안양전자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안양지역의 모든 민주노조들과 단체들이 연대했고 경기남부지역의 연대도 이루어졌다. 경찰은 여성노동자들의 농성을 엄호할 목적으로 진행되던 철야노숙농성을 해산시키려고 했다. 수차에 걸친 강제연행을 통해 청계산 등 안양외곽으로 이들을 내몰았지만 노동자들은 곧 다시 모여 농성을 진행했다.
안양전자는 조합원 60~70명 규모의 작은 사업장이었지만 자본가의 노골적 탄압책동인 위장 이전·폐업에 맞서 지역 내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투쟁을 이끌어 내 마침내 승리를 거둠으로써 경기남부지역 연대활동을 활성화시키는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하여 안양전자 이전 반대투쟁에 참여했던 노동조합들을 중심으로 3개 지구를 포괄하는 경기남부지역 차원의 연대조직 건설을 결의하고 각 지구마다 ‘경기노련 추진위원회’를 조직함으로써 경기노련 건설을 위한 활동이 본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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