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박찬응]예술체험 세번째-‘다다방’에서

안양똑딱이 2016. 6. 30. 14:32
[박찬응]예술체험 세번째-‘다다방’에서

[2005/06/17 안양스톤앤워터 관장]
2005년 6월15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스톤앤워터 3주년이 되는 날이며, 석수시장프로젝트 33일간의 막을 내리는 날이니 더욱 그러하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하늘이 꾸물거리다가 급기야 쏟아붓듯 내리는 빗방울소리에 뜨거웠던 지난 3년과 33일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유난히 더웠던 날들을 생각하면 비가 내리는 건 참 반가운 일이지만 감히 석수시장 폐막식이 있는 날에 비가 오다니… 폐막행사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위원회와 시장상인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거창한 동네노래왕 선발대회까지 마련했는데 말이다. 하여간 꾸물꾸물한 날씨 덕에 폐막식을 이틀 뒤인 17일 저녁으로 연기시켜 놓고 보니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공백이 찾아와 이를 즐겨볼까 했다.

날씨가 아무리 꾸물거리고 비를 퍼부어도 프로젝트의 마무리행사인 ‘평가를 위한 열린 토론회’는 어김없이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무려 5시간 끝장토론을 강행하는 총감독의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관객 참여작가 기획자 주민 스탭 기자 등 10여명이 바닥에 철퍼덕 둘러앉아 10개의 프로젝트를 꼼꼼히 아우르며 가능성과 문제점을 집어 가는데, 마치 익숙한 일상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니 이상한 일이다.

중간중간 쏟아지는 빗소리나 술 취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하며, 아이들 떠드는 소리와 야채장수 스피커소리까지 잡음이 아닌 토론의 일부로 여겨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석수시장프로젝트의 하나인 ‘다다방’프로젝트를 아는가? 석수시장 북쪽 통로에 자리한 8평의 작은 공간 ‘다다방’은 원래 가구를 파는 상점이었다. 두 면이 투명유리로 되어있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통로에 자리잡은 이유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보거나,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시선을 빼앗기게 되어있는 아주 산만한 공간이다.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누드김밥이나 누드엘리베이터를 연상하면 된다. 닫혀있는 듯 열려있는 다다방은 지난 33일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을 아우르며 하나하나 업력을 쌓아갔다.

33일간의 업력이 뭐 그리 대단할까 만은 째즈바인가 했더니 어느새 조선시대 정가가 울려 퍼지고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아지트이자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거니 했더니 어느새 마임극장이거나 아코디온 소리에 발을 구르는 카바레로 변해 있었다. 혹은 오늘처럼 토론회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다다방은 새로운 유형의 예술들과 교감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민들 입장에서 뿐 아니라 참여했던 예술가들에게도 이‘다다방’은 ‘생활속의 예술’이라는 화두에 어느 정도 답을 주었으리라. 끝임 없이 불규칙하게 들리던 소리와 찜통 같은 더위속에서 소설가 은희경씨는 자신의 목소리로 소설 한편을 낭낭하게 읽어가는 동안 나는 저 옛날 시장어귀에서 九雲夢(구운몽)을 읽어주는 이야기꾼 김만중 선생을 만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공간은 곧 폐쇄된다. 그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와서 보시라! 또는 그 기록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려거든 홈페이지(www.stonenwater.org)에 들려 널려있는 다다방의 흔적들을 만나 보시라. 생활속의 예술체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듀! 다다방!

2005-06-17 1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