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대규]‘대동문고’와 나

안양똑딱이 2016. 6. 30. 14:26
[김대규]‘대동문고’와 나

[2005/05/20 시인.안양시민신문 회장]


 

이번 글은 제목이 암시하듯 개인적인 소감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겠다. 지난 5월4일, 국내 서점업계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교보문고’가 ‘안양점’을 개설함으로써, 안양지역 서점계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여러 가지 화제를 낳고 있다. 그 화제들을 요약하면 다음의 세 가지가 될 듯싶다.

첫째는 유명 브랜드의 선호도에 의한 환영 분위기. 둘째는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으로 독서문화 증진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 셋째는 앞으로 기존의 서점들, 특히 ‘대동문고’는 어떻게 되겠는가라는 의구심.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대동문고’에 대한 연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되, ‘대동문고’와 40년이 넘는 인연을 맺고 있는 나로서는, 생사(生死)가 걸린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안타까움이 웬만큼 큰 것이 아니다.

‘대동문고’ 전영선 사장과의 인연은 1963년, 내가 안양여중고등학교의 배구코치 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된다. 당시 전 사장은 자전거에 책을 싣고, 각 공장이나 학교 정문 앞에서 노점을 펴고 생업을 유지했는데, 바로 안양여고 정문 앞에서 첫대면이 이뤄진 것이다. 그때나 이때나 책을 좋아하는 나는 그와 가까워지게 됐고, 근면·성실한 그는 얼마 후, 양지교 위쪽 노변의 쪽방에 ‘대동서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영업을 하게 됐다.

여기에 어찌 지난 40여년 간의 우여곡절을 소상히 옮길 수 있으랴. 다만 오늘날의 ‘대동문고’가 있기까지 흘린 전 사장의 ‘피와 땀과 눈물’에는 일반적인 ‘장사꾼’이 가질 수 없는 ‘교육적’인 양심과 지역사회의 ‘문화진흥’을 위한 배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외자들에 대한 봉사가 남달랐음은 주서(朱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와 같은 행적이 ‘책’이라는 상품을 통해 이뤄졌음에서 그의 자수성가(自手成家)를 더욱 의미있게 한다.

이 칼럼 자체를 오해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더 솔직하게 ‘고백’을 하자면, ‘책’에 대한 사랑에선 누구보다도 먼저 ‘교보문고 안양점’을 찾아가야 할 입장인데도, 그것이 ‘대동문고’에 대한 ‘배신’같아서 발길이 가질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왕에 지역문화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평촌’쪽에 개점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나, 앞으로 ‘교보문고’의 영업 결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 또는 ‘대동문고’ 바로 맞은 편의 CGV측과 사전 조율이 왜 이뤄지지 못했을까 하는 인간적인 의구심, 그에 따른 생존경쟁의 냉혹함, 거대 자본이 침식하는 향토문화의 전통성 등에 대한 문제점들이 일반시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유경쟁 시장원책에서 무슨 소리냐는 질책도 연상하면서,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분명한 것은 ‘대동문고’가 40여년 간의 전통을 후광으로 얼마 되지 않는 안양의 ‘명소’로서 자리매김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 상품과는 달리 ‘책’이란 정보와 지식을 넘어 인격·교양·인품의 매개체이기에 ‘서점’의 문화적 차별성이 강조된다. ‘교보문고 안양점’도 성공해야겠지만, 그 동안 ‘대동문고’를 애호했던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이 ‘윈-윈’(Win-Win)의 에너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2005-05-20 14: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