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필구]학의천과 산본천

안양똑딱이 2016. 6. 30. 14:29
[이필구]학의천과 산본천

[2005/05/06 안양YMCA 시민사업부장]
“우와! 물고기다. 엄청나게 많네” “저기 좀봐 왜가리가 있어” “사진에서 본것보다 훨씬 크네” “선생님! 학의천이 너무 예뻐요” 등등… 지난 토요일 안양천 지류하천인 학의천에서 아이들이 한 이야기다. 생태탐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끝나는 시간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선생님, 이거 이름이 머에요. 저거는요”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학의천은 신기한 자연학습장이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식물들, 셀수없이 많은 물고기,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새들, 구불구불 예쁘게 흘러가는 하천의 모습 등 학의천은 이제 안양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친구가 되고 있다.

도시 하천이 왜 중요할까? 흔히 산과 하천을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골격과 피로 이야기한다. 피가 탁해지면 건강이 나빠지듯이 도시하천이 오염되면 도시전체의 환경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도시하천인 안양천도 40여년 전에는 생명의 공간, 삶의 터전이었다. 이런 안양천이 도시화, 공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도시의 온갖 오염물을 바다로 운반하는 하수시설로 전락했고, 냄새나고 지저분한 하천을 살리려는 노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으로 하천을 덮어버리고, 그 위에 주차장이나 도로를 만들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하천과 단절된 우리의 삶은 행복했는가! 되묻고 싶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모순덩어리인가. 각자가 살고있는 삶의 공간이 죽어가는 것은 무관심하고, 주말이 되면 자연을 느끼기 위해 차를 타고 한두시간 이상 가서 몇시간 놀다가 다시 막히는 도로를 뚫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청난 에너지 낭비다. 또한 수천억원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제방과 복개하천을 다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자연형하천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망가뜨린 하천을 시민의 세금으로 살리는 꼴이다.

하천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70년대부터 하천의 중요성을 국가차원에서 인식하고, 하천생태를 보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90년대 ‘아이들에게 강변을 찾아주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국가적으로 강변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바 있다. 어린시절 강변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강변을 중요한 생태교육장으로 지금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생태조사를 마치고 산본천에서 안양천 본류구간으로 기름이 유입되 물고기 천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작년 9월 맹독성 물질인 청산가리가 산본천 복개구간에서 흘러나와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집단폐사했던 아픔이 잊어지기도 전에 또다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현재 산본천은 산본신도시 택지개발 과정에서 2.9km 구간중 2.6km구간을 서울 청계천처럼 복개해 산본 중심도로와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수많은 차량이 지나가는 금정역앞 도로 밑 어둠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산본천은 군포시민들의 무관심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도 된 것 같다. 단순히 하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 몇 마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산본천 복개구간을 드러내고, 생명이 숨쉬는 공간,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생태적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산본천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에게 산본천을 돌려주자”라는 메시지가 시민들로부터 시작된다면 산본천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꼭 실현될 것이다.

2005-06-09 04: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