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기억-박찬응]생경한 풍경 생경한 추억이야기

안양똑딱이 2016. 6. 11. 08:59

[08/09 스톤앤워터 관장]

촌넘이 1970년도에 안양땅을 밟았을적에 딱 신기한거이 두가지였다. 안양천물은 왜 커피색일까? 안양천물은 왜 남에서 북으로 흐를까?

왜 북으로 흐르는지는 아직 30년 넘게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있고 그당시 물이 왜 커피색이었는지 안다.

안양에 와서 첫여름을 만났다. "멱 감으러 가자"는 말에 솔깃해진 나는 무심코 반 아이들을 따라 나섰다. 안양대교 밑으로가서 옷을 벗는다. 홀딱 다리밑은 물이 깊었다.

프림을 석지 않은 검으틱틱한 커피색물에 풍덩 풍덩 자맥질을 하는 친구들을 보고 난 선듯 옷을 벗지 못햇다. 분명 온몸이 검게 염색이 들것 같았다. 연신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친구들을에 끌려 '남한강 물개'의 폼나는자맥질 솜씨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과 찌는듯한 더위가 옷을 벗겼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웬지 찝집한 물속을 한번에 풍덩 빠져들지 못하고 한발 한발 들어서는데 발끝에 감촉이 예사롭지 않았다. 물컹거린다.진흙의 느낌하곤 전혀다른 미끈거리고 물컹거리는 것이 그당시 무엇인지 확인할 순 없었고 될수 있는대로 머리를 물밖으로 빼내고 발을 땅에 닫지 않게 허우적 거리며 놀았다.

그이후론 한번도 그 물가를 찾지 않았다. 여주 남한강변에서 자맥질로 조개를 잡아올리던 그실력을 결국 감추고 말았다.

안양천을 거구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커먼 물의 정체를 확인했다. 어차피 집으로 가는 길인데 먼지 풀풀나는 신작로보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는것이 훨신 심심하지 않다.

안양대교에서 안양철교를 지나면 쌍개울이 나온다. 그 쌍개울의 오른편 작은 지류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검은 물줄기의 원류가 나온다. 지금의 안양3동(양지말)안양공고 맞은 편에 삼덕제지와 하드보드공장이 나온다.(지금은 이부분이 복개되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알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지금 안양천물은 많이 맑아졌다고 하니 오페수처리는 확실히 하고 있을것이다)

하드 보드? 들어들 봤나? 하드보드
하드보드는 톱밥을 압축해서 만든다. 지금도 그제품이 생산되는지 는 모른다. 요즘은 mdf라는제품으로 대치된것 같았다. 커피색물의 원인은 하드보드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물 때문이라는 걸 금방 알수 있는 일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발밑에서 물컹거렸던 것은 삼덕제지에서 흘려보낸 종이앙금이 퇴적되어 만들어낸 종이 흙이었다.

내 중학교때 그러니까 74년도에 안양철길가로 이사해 살았다. 닭장집에 월세로 살다 그나마 집을 장만해서 울엄마는 방두개는 세를 놓고 우리가족은 한방을 썼다.그때 아버지는 시골에서 소를 가지고 오셔서 철길변에 놓아키우셨던 기억이 난다.

25,6년전의 일인데 왜 이리 가물가물할까? 잊혀진 세월이었다. 그당시 우리가족은 어쨌든 안양천의 혜택을 받고 살았던 것이다. 소꼴을 먹이던것 뿐 아니라 삼덕제지에서 흘려 보내는 종이 앙금을 채집하는 일을 했다. 주로 울 어머니의 일거리다.

어떻게? 히히 웃지마라! 우선 쫄쫄 흘러내리는 물길주변으로 풀들이 무성이 자란 맨땅이 있게 마련이다. 이곳을 반듯한 논으로 만든다. 논보다는 염전에 가깝다. 염전식으로 땅을 파서 구획을 지어 놓고 삼덕제지에서 가끔씩 종이앙금을 무더기로 흘려보낼때를 기다린다.

어느 순간 안양천물이 우유색으로 변할때가 있다. 그때에 논에 물을 대듯 종이앙금을 받는다. 어느정도 물이 차면 물길을 막고 물이 말라 종이 앙금이 꾸덕꾸덕해질때를 기다린다. 한 15일 정도면 종이앙금이 두부처럼 변한다.아주 쉽다.

삽으로 30cm정도 금을 그어두었다가 삼덕제지에서 트럭이 오면 실어서 삼덕제지 재생공장으로 보내면 된다. 흙이 많이 묻어있는 밑바닥종이딱지는 겨울에 땔감으로 썼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알뜰한 자구책이다.

불현듯 직지가 쓴 '안양스톤앤워터이야기'를 읽으며 몇자 흉내 글쓰기를 해본다는것이 길어져 버렸다.

분명 안양천은 안양의 젖줄이다. 안양천을 끼고 삶의 문화가 생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지금 다시 그불꽃을 피우려는 모종의 불피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석수시장건너편에 있었던 안양영화 촬영소이야기를 쓰고 싶다.

2003-08-09 13: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