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주은]기념비적 사건, 안양에서 일어난 제1회 공공예술 프로젝트
[2005/12/00 월간 건축인 포아]
[2005/12/00 월간 건축인 포아]
기념비적 사건, 안양에서 일어난 제1회 공공예술 프로젝트
[월간 건축인 포아]"너희들이 공공예술을 아느냐?"
신중대 안양시장은 개막식에 기한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양해를 구했다. “미완성 단계에서 개막하는 이유는 오로지 단풍이 있을 때 개막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APAP가 바라보는 APAP의 의의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이영철 예술감독은 APAP의 가장 큰 의의를 다음에서 찾았다. 지금까지는 미술에 한정되어 있던 공공미술 영역을 건축・조경・디자인을 아우르게 하는 프로젝트가 안양에서 처음 시도되었다는 점, 도시계획과 재개발을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 또한 안양에서 처음 이루어졌다는 점. 따라서 성공도보다는 첫 발을 내딛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아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도시 안양에서 얼마나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 최초의 대규모 공공예술 국제행사로 인해 앞으로 안양이 얼마나 세계에 알려지게 될 것인지 등은 놓칠 수 없는 의의라고 피력하였다. 아울러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를 ‘알바로 시자’의 전시관이 안양 시민의 자산이 되었다는 것, 세계적인 건축가 ‘MVRDV’가 안양시민을 위한 전망대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사건임을 강조하였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자칭 미션의 수행이었다던 해외작가 섭외 및 홍보와 대조적으로 30여명의 국내 참여 작가들은 홍보리스트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국내 작가는 앞서 본 천대광, 헬렌박 등의 초청작가 외에도 김승영, 신호근. 박인식처럼 공개경쟁을 통해 합류한 작가도 6팀(8명)이 된다. 그들 작품은 대체적으로 안양 유원지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공공예술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최 측은 ‘Big3’라고 지칭하는 알바로 시자, MVRDV, 비토 아콘치를 위시한 해외작가 소개에 9할의 비중을 둔 나머지 이들에 대한 언급을 깜빡 잊었던 것 같다.
늦어지는 완공과 기약할 수 없는 착공
그러나 초청된 대가들의 작품을 짓는 대부분의 작업은 국내 설계사무소와 시공사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신 손님 작가들은 개막 3~4개월 전 한 차례의 유원지 답사 후, 예술감독이 추천하는 후보 장소 중에서 한 군데를 선택한 뒤, 그에 맞는 스케치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스케치가 실제로 지어진 모습을 개막식에 맞춰 재입국 했을 때 처음 목도한 작가도 상당수 있었다. 물론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는 세계적 작가들을 정당하게 대우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작가들의 봉사정신이 발휘된 ‘준-무상 작품’ 제공에 그 이상의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알바로 시자와 MVRDV의 작품은 개막일을 지나쳐 폐막일을 목표로 진행중인 공사마저도 일정이 빠듯한 실정이다. 게다가 시공의 어려움으로 계획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 비토 아콘치의 주차장 프로젝트는 내년 2월로 완공 예정하였으나 아직 착공 못한 상태이다.
영구작품인 만큼 굳이 전시기간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지만, 왜 이런 상태에서 무리한 진행을 감행했는지, 그 이유를 수려한 단풍경관에서 찾는 데는 무리수가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작가의 영입이 실로 얼마나 의미 있고 영양가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단락이라 하겠다.
APAP의 전시행정 : 특별전의 정체
APAP의 부대행사라고 알려진 특별전은 유원지와 상당한 거리에 있는 안양문예회관에서 조촐하게 열렸고, 개・폐막 일정도 본 전시보다 약 보름씩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유인 즉,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건축의 새로운 경향전 (New Trends of Architec-ture in Europe and Asia-Pacific)>이란 타이틀의 이 국제 전시는 본래 APAP와 무관한 프로그램이었으나, 그 전시를 기획한 프람기타가와가 APAP의 커미셔너로 참가하면서 특별전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 사정이 어떠하든 본 전시와 연계가 잘 되었다면 좋은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 전시는 외딴 곳에서 적은 관람객에게 독점 당하기에는 안타까운 참신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 전시간의 관계를 엮어 주는 프로그램, 이를테면 투어코스라도 마련되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물론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광장 전시관이 완공되고 그 곳에서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겠으나, 특별전은 세계도시 순회전시였기에 자신만의 스케줄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특별전에는 안양시 건축상 수상작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러나 응모자를 안양권 학생 및 지역건축가에 국한시킨 건축상이었던 터라 그 이상의 관심을 모으지는 못한 것 같다.
안양유원지, 과연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였을까?
안양유원지와 아트밸리의 이원화
APAP의 경과는 대략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이후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다년간 방치되어 온 안양유원지를 ‘아트시티21’이란 시정책 하에 재개발하는 내용이 ‘비산도시자연공원재개발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하천주변과 도로를 정비한 뒤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각공원 대신 공공예술을 실현해보자는 민간의 제안이 등장하면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태어났다.
처음부터 기획된 프로젝트가 아닌 만큼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기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본격적으로 진행에 착수한 것은 2005년 1월. 시 토목 공무원의 손에서 미학을 전공한 기획자의 손으로 그 미래가 인수된 안양유원지는 우선 획일적인 하천 정비 방식과 아스팔트 도로가 비난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으나, 이제 와서 유원지에 그려진 전체 그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었다고 한다.
추진단은 수차례 일본 답사를 통해 선진 사례를 조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보여주는 체계와 대안의 부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답사를 무색하게 만든다. 단편적으로 보아도 11월 5일 개막하기까지 10개월 만에 ‘추진단구성-작가섭외-장소물색-작품설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추진하고 오는 연말까지 공사 마무리를 짓고 나면, 내년부터는 구도심으로 이동하여 간판, 스트리트퍼니쳐, 설치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수준 높은 공공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면, 지금 같은 정략적인 상황과 독단적인 몇몇 개인의 추진력에 힘입어 마련되지 않는 재정과 촉박한 시일에 맞춰 프로젝트를 실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정작 우려되는 것은 폐막식이 있은 그 후의 사정이다. 단계적인 마스터플랜도 준비되지 않았고 유원지 상인들과의 협의도 마치지 않았다. 안양시 관계자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드는 프로젝트를 매년 수행할 수는 없다”며, “안양유원지에 제2기 계획안은 고려된 바 없다”고 소신 있게 밝힌 바 있다.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진적인 것이니 만큼 그들이 상상하는 막대한 예산과 집중적인 인력 투입을 요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관리는 오랜 시간 뒤 빛나는 결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안양유원지에 지속적인 관리개발이 이루어져 인간의 필요에 이용된 뒤 잊혀지는 안타까운 일이 또 한 번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양; 이미 문화적 인프라가 조성된 지역이었다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왜 안양유원지에서 일어났으며, 그것이 정말 제1회였을까? 왜 유원지였는지에 대한 우연성은 앞서 논의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최초였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안양은 공공예술의 불모지가 아니었다.
만안구와 동안구/ 구도심과 평촌으로 양극화되는 도시 불균형./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안양시의 고민거리이다.
수원으로 이전한 ‘구 가축위생 시험소’나 ‘구 삼덕제지 터’, 공업화로 오염된 ‘안양천’ 과거엔 산업화의 산실이었으나 어느새 도시의 시대적 흔적이 된 장소들로 안양의 현재 모습이다. 동시에 이들 장소는 문화예술적 재발견에 있어서 걸출한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이미 안양이란 이름을 공공예술의 영역에 올린 안양시민연대의 <안양천 프로젝트>. 그 기획자였던 <보충대안공안-스톤앤워터>가 중심을 이루는 <석수시장 프로젝트>. 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삼덕제지(주) 공장부지 공원화 계획>등. 자발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공공행위들이 현재도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AnyangPublicArtProject=공공예술
“public art”에 대응하는 “공공미술” 혹은 “공공예술”. 그 중에서 공공예술은 미술 이상의 포괄적인 디자인 영역으로 그 개념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새로이 번역, 사용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심포지엄에서는 공공예술 보다 공공미술을 공통어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인용구에 해당하는 단락은 공공미술이란 어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 편집자 주
공공예술의 의미적 측면에서 본 APAP
지난 11월 16일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공공미술을 통한 지역문화환경 개선방안』의 주제 발표에서 이영범 경기대 교수는 “공공미술이 물리적인 장소에 기대어 공공성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과는 달리 신개념 공공미술은 장소 자체가 아니라 공공성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우선시 한다” 고 정의하며, “공공예술을 통한 생활공간 디자인은 ‘테마로서의 생활문화’, ‘목적으로서의 사회적 공공성’, ‘도구로서의 디자인’, ‘방법론으로서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실현될 때 지속적인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공공미술을 통한 커뮤니티 디자인의 가능성」, 이영범, 2005)
▶ 위에 나열된 공공예술의 구성요소에 비추어 볼 때 APAP는 시민참여 및 생활문화와의 연계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영범 교수의 같은 주제 발표 중에는 공공예술의 범주에 따른 다양한 공간실천전략이 제시되고 있는데, ‘Civic Public Art’(제도와 정책에 의한 실천의 장), ‘Community Public Art’(주민 공동체에 의한 실천의 장), ‘New Genre Public Art’ 등이 그것이다.
▶ 이 카테고리를 참조하면 APAP가 Civic Public Art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첫 시도란 점을 감안한다면 주민참여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점을 정상 참작해 봄직하다.
심포지엄의 또 다른 주제 발표를 한 도시주의 그룹 ‘플라잉시티’의 전용석 대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공공미술 개념이 상황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중략>...개별적으로 완전히 상이하며 동시에 동등한 권리를 지닌 인격체들로부터 어떻게 유기적인 폐쇄성과 통일성이 형성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게오르그 짐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미술은 공공적 가치를 재현하는 예술이 아니라 공공적 전략을 구사하는 예술이다”(「작은 제안들-프로그램으로서의 공공미술 활용」, 전용석, 2005)
▶ 이러한 맥락, 즉 공공적 전략을 구사한다는 측면에서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공공예술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예술프로젝트의 공공성을 위하여
그러나 같은 글에서 전용석 대표는 “절대 오브제를 공공미술의 중심에 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프로젝트는 오브제로 남아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느 수준까지 미확정적인 상태로 남아야 한다. 시공간적 제약이 허용하는 한도까지는 최대한의 결과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과정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그러한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기술적 차원에서 공공미술을 추진하는 이들의 임무이다”라고 적고 있다.
▶ APAP는 유원지의 특성상 공공성의 기반인 거주민이 부재하였고 대신 상인들이 지역주체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주민참여의 한계를 스스로 지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안양유원지의 실제 주민은 상인 뿐 아니라 여가를 위해 유원지를 찾는 유람객과 등산을 즐기러 이 곳을 지나는 등산객 모두를 포함하지 않을까? 따라서 그 참여 유발의 대상은 유원지에 직접 거주하지 않을 뿐, 안양권 지역민 모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들, 유원지로 출퇴근하며 상행위로 삶을 영위하는 상인들과 몸에 좋은 영양탕과 나들이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용자의 성격을 존중하지 않았던 공공예술의 정책적 이식은 현재의 작품들을 오브제로 정착시킬 뿐 아니라 재래상인을 퇴출시켜온 재개발의 기존방식을 재현하는 수행자에 머물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정책에 더불어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지금까지의 안양유원지와 새로 입성한 공공예술품이 하나로 조화 이루도록 하고, 항상 살아있는 공공예술의 선두적 결과물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이오주은 기자 / 월간 건축인 포아(POAR)
[월간 건축인 포아]"너희들이 공공예술을 아느냐?"
신중대 안양시장은 개막식에 기한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양해를 구했다. “미완성 단계에서 개막하는 이유는 오로지 단풍이 있을 때 개막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APAP가 바라보는 APAP의 의의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이영철 예술감독은 APAP의 가장 큰 의의를 다음에서 찾았다. 지금까지는 미술에 한정되어 있던 공공미술 영역을 건축・조경・디자인을 아우르게 하는 프로젝트가 안양에서 처음 시도되었다는 점, 도시계획과 재개발을 공공디자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 또한 안양에서 처음 이루어졌다는 점. 따라서 성공도보다는 첫 발을 내딛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아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도시 안양에서 얼마나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 최초의 대규모 공공예술 국제행사로 인해 앞으로 안양이 얼마나 세계에 알려지게 될 것인지 등은 놓칠 수 없는 의의라고 피력하였다. 아울러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를 ‘알바로 시자’의 전시관이 안양 시민의 자산이 되었다는 것, 세계적인 건축가 ‘MVRDV’가 안양시민을 위한 전망대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사건임을 강조하였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자칭 미션의 수행이었다던 해외작가 섭외 및 홍보와 대조적으로 30여명의 국내 참여 작가들은 홍보리스트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국내 작가는 앞서 본 천대광, 헬렌박 등의 초청작가 외에도 김승영, 신호근. 박인식처럼 공개경쟁을 통해 합류한 작가도 6팀(8명)이 된다. 그들 작품은 대체적으로 안양 유원지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공공예술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최 측은 ‘Big3’라고 지칭하는 알바로 시자, MVRDV, 비토 아콘치를 위시한 해외작가 소개에 9할의 비중을 둔 나머지 이들에 대한 언급을 깜빡 잊었던 것 같다.
늦어지는 완공과 기약할 수 없는 착공
그러나 초청된 대가들의 작품을 짓는 대부분의 작업은 국내 설계사무소와 시공사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신 손님 작가들은 개막 3~4개월 전 한 차례의 유원지 답사 후, 예술감독이 추천하는 후보 장소 중에서 한 군데를 선택한 뒤, 그에 맞는 스케치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스케치가 실제로 지어진 모습을 개막식에 맞춰 재입국 했을 때 처음 목도한 작가도 상당수 있었다. 물론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는 세계적 작가들을 정당하게 대우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작가들의 봉사정신이 발휘된 ‘준-무상 작품’ 제공에 그 이상의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알바로 시자와 MVRDV의 작품은 개막일을 지나쳐 폐막일을 목표로 진행중인 공사마저도 일정이 빠듯한 실정이다. 게다가 시공의 어려움으로 계획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 비토 아콘치의 주차장 프로젝트는 내년 2월로 완공 예정하였으나 아직 착공 못한 상태이다.
영구작품인 만큼 굳이 전시기간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지만, 왜 이런 상태에서 무리한 진행을 감행했는지, 그 이유를 수려한 단풍경관에서 찾는 데는 무리수가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작가의 영입이 실로 얼마나 의미 있고 영양가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단락이라 하겠다.
APAP의 전시행정 : 특별전의 정체
APAP의 부대행사라고 알려진 특별전은 유원지와 상당한 거리에 있는 안양문예회관에서 조촐하게 열렸고, 개・폐막 일정도 본 전시보다 약 보름씩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유인 즉,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건축의 새로운 경향전 (New Trends of Architec-ture in Europe and Asia-Pacific)>이란 타이틀의 이 국제 전시는 본래 APAP와 무관한 프로그램이었으나, 그 전시를 기획한 프람기타가와가 APAP의 커미셔너로 참가하면서 특별전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 사정이 어떠하든 본 전시와 연계가 잘 되었다면 좋은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 전시는 외딴 곳에서 적은 관람객에게 독점 당하기에는 안타까운 참신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두 전시간의 관계를 엮어 주는 프로그램, 이를테면 투어코스라도 마련되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물론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광장 전시관이 완공되고 그 곳에서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겠으나, 특별전은 세계도시 순회전시였기에 자신만의 스케줄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특별전에는 안양시 건축상 수상작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러나 응모자를 안양권 학생 및 지역건축가에 국한시킨 건축상이었던 터라 그 이상의 관심을 모으지는 못한 것 같다.
안양유원지, 과연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였을까?
안양유원지와 아트밸리의 이원화
APAP의 경과는 대략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이후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다년간 방치되어 온 안양유원지를 ‘아트시티21’이란 시정책 하에 재개발하는 내용이 ‘비산도시자연공원재개발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하천주변과 도로를 정비한 뒤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각공원 대신 공공예술을 실현해보자는 민간의 제안이 등장하면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태어났다.
처음부터 기획된 프로젝트가 아닌 만큼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기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본격적으로 진행에 착수한 것은 2005년 1월. 시 토목 공무원의 손에서 미학을 전공한 기획자의 손으로 그 미래가 인수된 안양유원지는 우선 획일적인 하천 정비 방식과 아스팔트 도로가 비난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으나, 이제 와서 유원지에 그려진 전체 그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었다고 한다.
추진단은 수차례 일본 답사를 통해 선진 사례를 조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보여주는 체계와 대안의 부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답사를 무색하게 만든다. 단편적으로 보아도 11월 5일 개막하기까지 10개월 만에 ‘추진단구성-작가섭외-장소물색-작품설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추진하고 오는 연말까지 공사 마무리를 짓고 나면, 내년부터는 구도심으로 이동하여 간판, 스트리트퍼니쳐, 설치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수준 높은 공공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면, 지금 같은 정략적인 상황과 독단적인 몇몇 개인의 추진력에 힘입어 마련되지 않는 재정과 촉박한 시일에 맞춰 프로젝트를 실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정작 우려되는 것은 폐막식이 있은 그 후의 사정이다. 단계적인 마스터플랜도 준비되지 않았고 유원지 상인들과의 협의도 마치지 않았다. 안양시 관계자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드는 프로젝트를 매년 수행할 수는 없다”며, “안양유원지에 제2기 계획안은 고려된 바 없다”고 소신 있게 밝힌 바 있다.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진적인 것이니 만큼 그들이 상상하는 막대한 예산과 집중적인 인력 투입을 요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관리는 오랜 시간 뒤 빛나는 결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안양유원지에 지속적인 관리개발이 이루어져 인간의 필요에 이용된 뒤 잊혀지는 안타까운 일이 또 한 번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양; 이미 문화적 인프라가 조성된 지역이었다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왜 안양유원지에서 일어났으며, 그것이 정말 제1회였을까? 왜 유원지였는지에 대한 우연성은 앞서 논의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최초였을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안양은 공공예술의 불모지가 아니었다.
만안구와 동안구/ 구도심과 평촌으로 양극화되는 도시 불균형./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안양시의 고민거리이다.
수원으로 이전한 ‘구 가축위생 시험소’나 ‘구 삼덕제지 터’, 공업화로 오염된 ‘안양천’ 과거엔 산업화의 산실이었으나 어느새 도시의 시대적 흔적이 된 장소들로 안양의 현재 모습이다. 동시에 이들 장소는 문화예술적 재발견에 있어서 걸출한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이미 안양이란 이름을 공공예술의 영역에 올린 안양시민연대의 <안양천 프로젝트>. 그 기획자였던 <보충대안공안-스톤앤워터>가 중심을 이루는 <석수시장 프로젝트>. 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삼덕제지(주) 공장부지 공원화 계획>등. 자발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공공행위들이 현재도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AnyangPublicArtProject=공공예술
“public art”에 대응하는 “공공미술” 혹은 “공공예술”. 그 중에서 공공예술은 미술 이상의 포괄적인 디자인 영역으로 그 개념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새로이 번역, 사용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심포지엄에서는 공공예술 보다 공공미술을 공통어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인용구에 해당하는 단락은 공공미술이란 어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 편집자 주
공공예술의 의미적 측면에서 본 APAP
지난 11월 16일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공공미술을 통한 지역문화환경 개선방안』의 주제 발표에서 이영범 경기대 교수는 “공공미술이 물리적인 장소에 기대어 공공성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과는 달리 신개념 공공미술은 장소 자체가 아니라 공공성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우선시 한다” 고 정의하며, “공공예술을 통한 생활공간 디자인은 ‘테마로서의 생활문화’, ‘목적으로서의 사회적 공공성’, ‘도구로서의 디자인’, ‘방법론으로서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실현될 때 지속적인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공공미술을 통한 커뮤니티 디자인의 가능성」, 이영범, 2005)
▶ 위에 나열된 공공예술의 구성요소에 비추어 볼 때 APAP는 시민참여 및 생활문화와의 연계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영범 교수의 같은 주제 발표 중에는 공공예술의 범주에 따른 다양한 공간실천전략이 제시되고 있는데, ‘Civic Public Art’(제도와 정책에 의한 실천의 장), ‘Community Public Art’(주민 공동체에 의한 실천의 장), ‘New Genre Public Art’ 등이 그것이다.
▶ 이 카테고리를 참조하면 APAP가 Civic Public Art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첫 시도란 점을 감안한다면 주민참여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점을 정상 참작해 봄직하다.
심포지엄의 또 다른 주제 발표를 한 도시주의 그룹 ‘플라잉시티’의 전용석 대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공공미술 개념이 상황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중략>...개별적으로 완전히 상이하며 동시에 동등한 권리를 지닌 인격체들로부터 어떻게 유기적인 폐쇄성과 통일성이 형성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게오르그 짐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미술은 공공적 가치를 재현하는 예술이 아니라 공공적 전략을 구사하는 예술이다”(「작은 제안들-프로그램으로서의 공공미술 활용」, 전용석, 2005)
▶ 이러한 맥락, 즉 공공적 전략을 구사한다는 측면에서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공공예술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예술프로젝트의 공공성을 위하여
그러나 같은 글에서 전용석 대표는 “절대 오브제를 공공미술의 중심에 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프로젝트는 오브제로 남아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느 수준까지 미확정적인 상태로 남아야 한다. 시공간적 제약이 허용하는 한도까지는 최대한의 결과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과정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그러한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기술적 차원에서 공공미술을 추진하는 이들의 임무이다”라고 적고 있다.
▶ APAP는 유원지의 특성상 공공성의 기반인 거주민이 부재하였고 대신 상인들이 지역주체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주민참여의 한계를 스스로 지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안양유원지의 실제 주민은 상인 뿐 아니라 여가를 위해 유원지를 찾는 유람객과 등산을 즐기러 이 곳을 지나는 등산객 모두를 포함하지 않을까? 따라서 그 참여 유발의 대상은 유원지에 직접 거주하지 않을 뿐, 안양권 지역민 모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들, 유원지로 출퇴근하며 상행위로 삶을 영위하는 상인들과 몸에 좋은 영양탕과 나들이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용자의 성격을 존중하지 않았던 공공예술의 정책적 이식은 현재의 작품들을 오브제로 정착시킬 뿐 아니라 재래상인을 퇴출시켜온 재개발의 기존방식을 재현하는 수행자에 머물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정책에 더불어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지금까지의 안양유원지와 새로 입성한 공공예술품이 하나로 조화 이루도록 하고, 항상 살아있는 공공예술의 선두적 결과물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이오주은 기자 / 월간 건축인 포아(POAR)
2005-12-29 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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