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응]전재준 회장 전상서
[05/28 시민연대]시민연대 문화예술위원장
[05/28 시민연대]시민연대 문화예술위원장
여름이 저만큼 다가옵니다.
제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연배이신 회장님께 어떻게 첫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겟습니다.
무뢰하더라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편지글을 올리게 된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안양천과 삼덕제지에 얼킨 개인적 감상과 당부의 말씀을
회장님께 고하자 합니다.
저는 남한강변 이포나루라 불리는 곳에서 자라 안양땅을 처음 밟은지 35년이 되어갑니다.
1970년 여름 어느날이었습니다.“멱감으로 가자!”는 아이들의 유혹에 안양대교 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리밑에는 웅덩이처럼 깊은 물이 있었는데 원두커피 색 그자체 였습니다. 남한강에서 자멕질로 조개를 잡아 올리는 솜씨를 보려주려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마지못해 옷을 벗고 그 커피색 물에 발을 담갔드랬습니다. 또한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발을 옮길 때 마다 물컹거리고 미끈거리는것이 영 수영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어찌 할 줄 모르고 최대한 발이 땅에 안 닿도록 연실 개헤엄만 치다 나왔습니다. 그 이후 다시는 안양천 물에 발 담그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인연은 더욱 깊어져 안양천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전재준 회장님! 기억하시겠습니까?
삼덕제지에서 한달에 몇차례씩 하얀 쌀뜨물 같은 종이물을 수암천으로 방출하던 그시절 말입니다.
종이물이 수암천을 따라 내려오는 날이면 만선의 고깃배를 만난 마을사람들처럼 물가로 나가 그종이물을 미리 만들어 놓은 각자의 논으로 끌어대던 그시절 말입니다. 몇일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물이 증발해버리고 허연 종이죽이 꾸덕꾸덕 말라가겠지요. 이때 삽을 든 어르신내 몇분이 두부 자르듯 종이죽에 바둑판모양의 금을 긋습니다. (그광경이 너무 재미있어 잊어지지 않습니다,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또한번의 장관은 그종이장을 한모 한모 떼어내어 차에 한차 실고 어디론가 실어 나르는데 이런일은 대부분 아주머니들의 몫이었습니다. 이제 기억 나시겠지요? 그종이 실은 트럭이 삼덕제지로 다시 들어갔던 겁니다.30년전의 일입니다만...그때 추억이 아련합니다. 흐르는 물속에서 재활용의 건더기를 건저 올려 돈을 만들고 남은 것들로 땔감을 만들던 그시절의 그분들의 노동이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삼덕제지 전재준회장, 안양시민들에게 공장부지 4000여평 쾌척”(안양시민신문)이라는 기사를 보며 정말 가슴 뭉클했습니다. 현대건설의 전주영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향하던 그뉴스만큼이나 뭉클했던건 비단 나만의 독특한 향수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한국에선 아주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전재준 회장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한가지만 회장님께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안양천은 안양에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그렇게 흘러왔고 30년전만이 아니라 100년후 1000년후까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흐를것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100년후에 혹은 50년후에라도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과서용 서적지를 생산하던 삼덕제지터'였다고 말할 수 있게 그 흔적들을 최대한 보존해 주십시오. 그래서 작은 종이박물관 하나라도 남아있는 그런 시민공원이길 바랍니다.
전재준회장님!
몇일전 삼덕제지 공장안을 견학했는데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게 처참하게 건물들이 부셔졌더군요. 들은 바로는 기계들을 해체해서 중국으로 수출하느라 건물들이 부셔진것이라 하는데 더 이상은 함부로 부셔지지 않게 해주시고 기왕 부셔진 붉은벽돌 한 장이라도 그곳 시민공원의 바닥재로 쓰이게 해주십시오. 짠돌이 개성상인의 저력이 새로 조성되는 삼덕공원에서 묻어나게 말입니다.
삼덕제지를 일으켜 세운 전회장님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그터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몰상식한 행위가 더 이상 자행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일예로 한국제지 터에 그 좋다던 삼성레미안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국최초의 촬영소터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도 그 흔적을 남겨 보존하거나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삼성과 현대정도의 대기업이면 조그만 기념관하나 만들어 보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땅에서는 그런 일은 비일 비제 다반사로 발생합니다만 삼덕의 터만은 그터의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해주십시오.
삼덕제지터가 안양의 문화유산지킴이로 자리메김하면 가축위생시험소터나 유유산업터등의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범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흔한 아파트 단지공원 조성하듯 하지 말아달라고 전회장님이 안양시에 꼭 말씀해 주십시오.그래서 이땅의 종이산업의 역사와 안양사람들과 맺어온 삼덕의 그긴역사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줄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십시오.
무례한줄 알지만 지면을 통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회장님께서도 장수 무강하시고 삼덕제지의 무궁한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 합니다.
제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연배이신 회장님께 어떻게 첫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겟습니다.
무뢰하더라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편지글을 올리게 된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안양천과 삼덕제지에 얼킨 개인적 감상과 당부의 말씀을
회장님께 고하자 합니다.
저는 남한강변 이포나루라 불리는 곳에서 자라 안양땅을 처음 밟은지 35년이 되어갑니다.
1970년 여름 어느날이었습니다.“멱감으로 가자!”는 아이들의 유혹에 안양대교 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리밑에는 웅덩이처럼 깊은 물이 있었는데 원두커피 색 그자체 였습니다. 남한강에서 자멕질로 조개를 잡아 올리는 솜씨를 보려주려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마지못해 옷을 벗고 그 커피색 물에 발을 담갔드랬습니다. 또한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발을 옮길 때 마다 물컹거리고 미끈거리는것이 영 수영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어찌 할 줄 모르고 최대한 발이 땅에 안 닿도록 연실 개헤엄만 치다 나왔습니다. 그 이후 다시는 안양천 물에 발 담그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인연은 더욱 깊어져 안양천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전재준 회장님! 기억하시겠습니까?
삼덕제지에서 한달에 몇차례씩 하얀 쌀뜨물 같은 종이물을 수암천으로 방출하던 그시절 말입니다.
종이물이 수암천을 따라 내려오는 날이면 만선의 고깃배를 만난 마을사람들처럼 물가로 나가 그종이물을 미리 만들어 놓은 각자의 논으로 끌어대던 그시절 말입니다. 몇일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물이 증발해버리고 허연 종이죽이 꾸덕꾸덕 말라가겠지요. 이때 삽을 든 어르신내 몇분이 두부 자르듯 종이죽에 바둑판모양의 금을 긋습니다. (그광경이 너무 재미있어 잊어지지 않습니다,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또한번의 장관은 그종이장을 한모 한모 떼어내어 차에 한차 실고 어디론가 실어 나르는데 이런일은 대부분 아주머니들의 몫이었습니다. 이제 기억 나시겠지요? 그종이 실은 트럭이 삼덕제지로 다시 들어갔던 겁니다.30년전의 일입니다만...그때 추억이 아련합니다. 흐르는 물속에서 재활용의 건더기를 건저 올려 돈을 만들고 남은 것들로 땔감을 만들던 그시절의 그분들의 노동이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삼덕제지 전재준회장, 안양시민들에게 공장부지 4000여평 쾌척”(안양시민신문)이라는 기사를 보며 정말 가슴 뭉클했습니다. 현대건설의 전주영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향하던 그뉴스만큼이나 뭉클했던건 비단 나만의 독특한 향수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한국에선 아주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전재준 회장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한가지만 회장님께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안양천은 안양에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그렇게 흘러왔고 30년전만이 아니라 100년후 1000년후까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흐를것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100년후에 혹은 50년후에라도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과서용 서적지를 생산하던 삼덕제지터'였다고 말할 수 있게 그 흔적들을 최대한 보존해 주십시오. 그래서 작은 종이박물관 하나라도 남아있는 그런 시민공원이길 바랍니다.
전재준회장님!
몇일전 삼덕제지 공장안을 견학했는데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게 처참하게 건물들이 부셔졌더군요. 들은 바로는 기계들을 해체해서 중국으로 수출하느라 건물들이 부셔진것이라 하는데 더 이상은 함부로 부셔지지 않게 해주시고 기왕 부셔진 붉은벽돌 한 장이라도 그곳 시민공원의 바닥재로 쓰이게 해주십시오. 짠돌이 개성상인의 저력이 새로 조성되는 삼덕공원에서 묻어나게 말입니다.
삼덕제지를 일으켜 세운 전회장님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그터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몰상식한 행위가 더 이상 자행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일예로 한국제지 터에 그 좋다던 삼성레미안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국최초의 촬영소터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도 그 흔적을 남겨 보존하거나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삼성과 현대정도의 대기업이면 조그만 기념관하나 만들어 보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땅에서는 그런 일은 비일 비제 다반사로 발생합니다만 삼덕의 터만은 그터의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해주십시오.
삼덕제지터가 안양의 문화유산지킴이로 자리메김하면 가축위생시험소터나 유유산업터등의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범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흔한 아파트 단지공원 조성하듯 하지 말아달라고 전회장님이 안양시에 꼭 말씀해 주십시오.그래서 이땅의 종이산업의 역사와 안양사람들과 맺어온 삼덕의 그긴역사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줄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십시오.
무례한줄 알지만 지면을 통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회장님께서도 장수 무강하시고 삼덕제지의 무궁한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 합니다.
2004-05-28 1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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