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이란 지명으로 유명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은 예부터 교통
요충지로 인덕원 옛길은 과거 한양에서 한수이남지역을, 영.호남.충청 등 3남 지방에서 한양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곳으로 조선시대 6대 대로(大路)의 하나였다.
인덕원(仁德院)이란 마을 지명은 조선시대 때 내시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내시는 비록 거세된 몸이지만 궁중을 출입하고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는 높은 관직의 신분이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
거주하는 내시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해 '인화를 베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의미로 인덕(仁德)이란 명칭이 생겼고 이후 나라에서
공무나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원(院)을 설치하면서 인덕원이라고 부르게 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광주에서
서쪽 45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과천현에서는 현의 서쪽 15리 지점에 인덕원이 소재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후 편찬된
여지도서(輿地圖書)에 게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곳의 원은 조선전기에 주로 활용된 뒤 임진왜란을 즈음해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안양시 김지석 문화재전문위원은 '임진왜란 이후 봉수대가 전국 각지에 설치되면서 원의 중요성이 크게 감소했고 이로 인해
전국 1천200여개에 달하던 원이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인덕원길은 노비신분에서 상인, 선비, 왕에 이르기까지
만민이 이용해야 했던 중요한 교통로였고 특히 왕의 어가행렬이 지나갈 정도로 당시대에는 매우 넓은 길이었다.
인덕원 옛길은 조선조 제
22대 왕인 정조대왕과 깊은 인연이 있다.
정조는 즉위 13년(1789년) 10월 양주 배봉산(拜峰山)에 있던 부친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묘소를 수원 화산으로 옮기기 위해 인덕원을 지나갔다.
정조는 이후 다음해 1790년부터 1799년까지
11차례에 걸쳐 능 행차를 했고 이중 6차례를 인덕원 옛길을 이용했다.
5차 능 행차인 1793년 1월에는 인덕원에서 친히 어가에서
내려 인근에 있던 마을노인들을 접견하고 위로했다고 한다.
정조는 그러나 즉위 19년 1795년 안양천에 만안교가 가설되면서
인덕원길로 행차하지 않고 서울-시흥-안양-수원 노선으로 바꾸게 된다.
김 전문위원은 '왕이 인덕원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남태령을
넘어야 했는데 고개를 넘는 과정에서 왕이 탄 어가가 흔들리는 등 문제가 있어 만안교가 가설되면서 비교적 길이 평탄한 시흥노선을 이용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태령이 여우고개라는 명칭이 있어 불길하고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끈 당시대 인사의 가족 무덤이 있어 기피하게 됐다는
학설도 있다'고 말했다.
인덕원은 교통 요충지였던 만큼 충무공 이순신장군과도 관련이 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에는 '남쪽으로 내려갈 때 인덕원을 거쳤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왕의 행렬이 지나갈 정도로 넓었고
만인들로부터 각광받던 인덕원 옛길은 그러나 급격한 개발붐을 타고 각종 건물이 들어서면서 옛 자취를 찾기 힘들다.
원이 있던 자리에는
대아파크장이란 여관이 자리잡고 있고 옛길은 편의점과 호프집 골목으로 변하는 등 인덕원 전체가 유흥지역으로 돌변했다.
근래 들어
옛길에서 약 60m떨어진 새마을금고 앞 놀이터 모퉁이에 인덕원 옛길 표석이 세워졌다.
표석 앞에는 인덕원 옛길 터 정조대왕
현륭원(顯隆園:부친 사도세자 묘소) 노정지라고 음각돼 있고 뒷면에는 인덕원 옛길의 유래와 정조대왕이 이 길로 능행차를 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안양시는 원이 있던 자리 인근에 높이 2.4m, 너비 2.2m크기의 '인덕원지'라는 표석을 세워 과거 원의
명성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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