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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유진이 오빠를 도와주세요”

안양똑딱이 2016. 7. 24. 17:00
[최준영]“유진이 오빠를 도와주세요”

[2011/04/20]군포시청 홍보기획팀장/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교수
군포시 환경미화원 홍 모씨는 아들딸 남매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홍씨에게 행복은 남의 일이 된지 오래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건강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홍씨의 딸 유진(금정초4)이의 표정은 늘 어둡고 말이 없다. 몸이 아픈 오빠 때문이고, 엄마 아빠 모두 오빠를 돌보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자신을 챙기지 않는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이는 엄마 아빠에게 불평 한 번 하지 않는 착한 어린이이기도 하다.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은 엄마 아빠 못지않다. 이제 고작 초등 4학년이지만 웬만한 집안일은 스스로 해결한다.

유진이 오빠가 몸이 아픈지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증재생성빈혈(일명 ‘혈액암’)이라는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다. 이전까지 단란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아들 병수발을 위해 홍씨는 하던 사업을 중단해야 했고, 가진 재산 전부를 병원비와 약값으로 쏟아 부었다. 그러나 병이 낫기는커녕 점점 악화일로에 놓인 걸 보며 홍씨 가족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홍씨 부부는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 이혼을 해야만 비로소 관청으로부터 약값이나 병원비의 일부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관련 공무원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게 불법이니 편법이니 하는 여부를 따질 개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진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한 줄도 모른다.

병수발에 장사 없다고 매일 새벽 힘든 청소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홍씨의 발걸음은 요즘 들어 부쩍 무겁다. 아들을 위한 마지막 방법인 골수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수술비와 수술 후 치료비 생각에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해 밥알을 목으로 넘길 수가 없다.

병수발에 지친 유진 엄마는 조직이 절반밖에 맞지 않는 자신의 골수를 아들에게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식받은 아이가 수술 후 조직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느냐는 것. 어쩌면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잠이 오지 않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박감도 감당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홍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군포시청 공무원들과 동료들은 수술을 앞둔 유진이 오빠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군포시청 청소행정팀장은 만나는 사람들마다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고, 동료 미화원들 역시 홍씨의 일을 덜어주는 등 동료애를 발휘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시 공무원들도 가세해, 시 차원에서의 모금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술비만 4천여 만원은 물론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수술 후 치료비 걱정에 홍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진 돈은 없고, 달리 구해볼 방법도 없으니 자칫 어렵사리 수술을 결정해 놓고도 안절부절, 두렵고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홍씨가 군포시청 환경미화원이 된 것 역시 아들의 병 때문이었다. 재산을 거덜 내고도 나을 기미가 안 보이자 아예 대형병원이 있는 서울 인근 도시로 이사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하자고 결심했던 것.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죽어라 일만하며 지낸 세월이 벌써 7년이다. 그 기간 홍씨는 단 한 번도 처지를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왔다. 그랬던 홍씨가 수술을 앞두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차마 얼굴을 쳐다볼 수 없다.

매일 아침 군포의 새벽을 열어재끼며 깨끗한 군포, 화사한 군포만들기에 앞장서 온 환경미화원 홍씨. 그의 가정과 어린 아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군포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는 비단 환경미화원의 아들 한 명 구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본다.

2011-04-20 01:2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