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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31]안양 학의천 쥐똥나무 꽃향기 진동하건만 벌이 안보여!

안양똑딱이 2026. 5. 31. 23:10

 

2026.05.31/ #도시생태 #안양 #학의천 #쥐똥나무/ 안양 학의천 북쪽 제방위내비산교부터 수촌교까지 구간의 나무숲길에는 쥐똥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데 요즈음 이길을 걷다보면 마치 냄새에 취할 정도로 꽃 향기가 진동한다. 그런데 벌이 안보인다.

쥐똥나무꽃 향기는 그냥 지나치려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들길이나 산길이라면 이맘때 향기의 출발점은 찔레꽃이겠지만 도심이라면 쥐똥나무일 확률이 높다. 초록색 잎사귀 사이사이에 자잘한 하얀 꽃들이 손가락 길이만 한 줄기에 무리 지어 피었을 뿐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다. 길가에 나지막하게 줄지어 선 모습은 소박하기까지 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멀리까지 잔잔하게 퍼지는 향기도 좋지만 가까이 다가섰을 때 진가를 드러낸다. 한 발 앞에 서면 어떤 명품 향수보다 부드럽고 깊은 향이 풍긴다. 많은 꽃이 뭉쳐 피어 향기가 짙은가 싶지만, 꽃송이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 코끝에 가져가 보아도 그 깊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렇게 감미로운 향기를 맡고 나면 의아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왜 이런 향기를 품은 식물에 쥐똥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식물에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이름을 따온 것들이 제법 있다. 개똥쑥이나 노루오줌, 여우오줌, 말오줌나무 같은 이름이 그렇다. 이들은 대체로 잎이나 뿌리 등 식물체에서 풍기는 냄새가 비릿하거나 역한 편이다. 계요등 또한 잎에서 나는 닭오줌 냄새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알려졌다.

 

쥐똥나무는 좀 다르다. 이름에 배설물이 들어가지만 어디에서도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꽃향기는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향긋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이유는 냄새가 아닌 열매의 모양에 있다. 여름에 꽃이 지고 나면 콩알만 한 열매가 맺힌다. 초록색에서 가을이 깊어질수록 점차 까맣게 익어간다.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가지에 남는다. 그 모양과 색상이 쥐의 똥을 영락없이 닮았다.
 
 

쥐똥나무는 꽃이 화려하고 향이 넘치는 순간이 아닌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진 가지에 매달린 까맣고 작은 열매를 포착해 이름을 지었다. 직관적이고 해학적이다. 좋은 향기를 두고도 하필 쥐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름 때문은 아니겠으나 실제로 쥐똥나무는 꽃밭이나 정원의 중심에 심어져 주목받는 식물이 아니다. 대개 도로변에서 매연을 정면으로 맞는 가로수 옆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경계를 나누는 산책로의 울타리, 학교나 공원 주변의 낮은 담장 역할로 심어진다. 주인공이 아니라 생울타리로 공간을 나누고 막아주는 조연에 가깝다.

그럼에도 도심 곳곳에 심긴 이유가 있다. 강인한 생태적 특성 덕분이다. 도시의 매연과 대기오염을 잘 견디고 추위도 강하다. 또한 울타리 모양으로 다듬기 위해 가지를 잘라내는 가위질에도 새로운 가지를 내는 재생력도 지녔다. 이름은 서운할 만큼 투박하고 자리도 조연일 뿐이지만 도시의 거친 환경을 견디며 우리에게 푸른 여유를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