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성제]이웃사촌 배려하는 마음으로 도시계획 세우자

안양똑딱이 2016. 7. 24. 16:46
[김성제]이웃사촌 배려하는 마음으로 도시계획 세우자

[2010/12/27 의왕시장]중부일보 기고문


 

이웃사촌 배려하는 마음으로 도시계획 세우자

최근 의왕시는 뜻하지 않게 이웃인 과천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달 22일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 사업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결정 사전환경성 검토 주민 공람공고가 발단이었다.
과천시 계획에 따르면 하수처리장, 봉안담 등 사회 통념상 주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을 의왕시 포일2지구와 불과 100여m밖에 떨어지지 않는 시 경계지역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포일2지구는 청계산이 배후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주거지역이다. 내년에 2천776가구가 입주예정인 의왕시의 새로운 성장거점이다. 특히 의왕시는 이곳에 포일 인텔리전트타운을 조성해 2014년까지 430개 첨단기업을 유치할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과천시의 토지이용 계획안은 의왕시민들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충격을 주었다. 당장 의왕시민들의 반대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시민들은 “과천시민에겐 최적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최악의 계획”이라며 과천시의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에 비난여론이 고조됐다.
특히 포일2지구 입주예정자들은 자신들이 생활할 아파트, 주택, 초등학교가 입지할 지역 바로 옆에 과천시가 혐오시설을 설치하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급기야 해당 주민들은 11월 30일 과천시의 주민공청회에 대거 참석해 격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나아가 주민 2천300여명이 서명해 과천시 계획의 부당성을 과천시와 의왕시에 호소했다.
굳이 주민들의 반발이 아니더라도 과천시와 인접한 의왕시 입장에선 과천시의 계획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에 아무런 협의절차도 없었고, 과천시의 주민기피시설을 인접 시에 부담을 떠넘기는 형태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과천시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에 따른 행정적·정치적·물리적 피해는 고스란히 의왕시가 떠안아야 할 판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왕시는 과천시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고 시장간 면담을 통해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과천시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에 과천시가 의왕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도시기반시설 구상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의왕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고, 이 문제해결을 위해 의왕시와 충분한 협의를 통하여 대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앞으로 양 시 간의 실무협의를 통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지자체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과천시가 당초 봉안담이나 하수처리장 건설 계획 과정에서 의왕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쳤다면 이러한 사태는 사전에 예방했을 것이다. 입지 조정은 물론 인접 지역인 과천시와 의왕시는 물론 안양시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대안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화장장, 쓰레기 소각장, 원자력 발전소 건립 등 지금까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보듯이 주민기피시설의 입지선정 및 설치는 그 특성상 추진과정에서 정보공개와 함께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 참여를 보장할수록 주민들의 저항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입지선정을 비밀리에 진행하거나 주민들과의 ‘공론의 장’을 회피하면 할수록 시설 설치 과정에서 주민저항과 사회적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피시설 설치에 대한 이웃 주민의 반대의사를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시할 경우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환경권 확보를 위한 지역주민의 당연한 권리행사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접근방식이 긍정적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과천시가 ‘이웃사촌’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인근 시 간에 불필요한 갈등이 아닌, 상호 협력하면서 ‘윈-윈’ 할 수 있는 일들이 앞으로 얼마든지 많지 않을까.
김성제/의왕시장

2010-12-27 01:3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