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보따리/기억

[박찬응]1977년 안양대홍수 이야기(2023.08.25)

안양똑딱이 2025. 5. 13. 00:58

77수해이야기
나의집이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아래편 수암천변에 있었지.
고2때 였어.그날 수원 남문에 있는 극장에서 타워링인가 뭔가 영화를 단체관람하고 늦은 시간 65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중 구군포 사거리에 버스가 멈춰서더라구.
무릎까지 빠지면서 걸어서 안양여고 정문을 지나 왔을때 수암천 뚝방이 터졌어. 만안초 운동장 앞으로 흙탕물이 넘쳐 흘러 박달동 주변이 물에 잠겼지. 여기저기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아수라장 이였지.
한두시간뒤 친구놈 몇명과 스크럼을 짜고 물길을 해치며 앞장서고 뒤에 사람들이 매달리고 영차영차 앞으로 나갔지. 중간쯤 오니까 입까지 차오르던 물이 서서히 줄어들어. 지금 생각하니 목숨을 걸었던 거야. 부모님이 걱정되서 그랬던거 같아.
집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는데 우리집 지붕이 물속으로 사라지는걸 지켜보아야했어. 컴컴한 밤에 비는 쏟어지고 철다리위로 사람들이 엉금엉금 기어서 집으로 가고 안양대교는 v자로 꺽여있고 옹벽이 무너져내리고 가관이 아니었어.물길이 잦아들어 집에 들어가보니 겨울에 쓸 연탄500장이 지하에서 녹아있더라구. 하루종일 퍼내고 집안 청소하고 학교에 가니 수해기금 20만원 주데...ㅎㅎ
만안초 운동장이 뻘밭이 되었는데 유신고에서 복구작업에 동원되었던거 기억나! 아마 학교에 그사진도 남아있을거야. 암튼 그랬어. 요즘도 가끔 수해관련된 악몽두 꿔. 담에는 꿈이야기를 해줄께 ㅎㅎ

 

미술작가&기획자, 스톤앤워터 초대 관장 박찬응

 

1977년 7월 7일과 8일 하늘이 터진 듯 퍼부은 장대비에 안양의 모든 것이 속절없이 떠내려갔다. 인명 피해만 해도 수재민 9,439명, 사망 103명, 실종154명, 재산피해 185억원에 이르는 유례없는 대 참사로 안양사람들은 당시 사건을 안양대홍수, 77수해라 부른다.

당시 안양대교뿐 아니라 안양철교도 일부 파손돼 경부선.혼남선 등 철길이 일시 막혔고, 안양 임곡교(수푸루지다리)는 끊어지는 등 당시 피해는 엄청났다.
 
특히 안양읍내는 수리산 자락에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유수량으로 온 도시가 물에 잠겼으며 여기에 삼성산과 관악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거대한 바위와 흙이 쏟아져 안양유원지(현 안양예술공원) 계곡은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처참하게 파괴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