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하(의왕문하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목차
1.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내고장 역사문화 인식이 부재한 현실
3. 전통마을의 파괴, 역사문화 유적의 파괴
4. 역사문화의식을 갖는 창조도시 건설
5. 내고장 우리 역사 바로알기
1.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란 무엇일가? 역사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지난 일보다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과거의 어떤 사실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즉 우리가 얘기하는 역사란 과거의 사실들 가운데 일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판단 기준 아래 취사선택된 내용에 대하여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규명해서 우리에게 유용한 지식으로 전달된 것을 일컫는다고 하겠다.
우리는 역사가를 통해서 역사를 읽는다. 역사가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한다. 즉 역사가의 시대인식에 따라 역사서술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실은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것이 곧 ‘역사인식’, 바로 사관(史觀)이다. 현재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을 보라.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침략의 정의는 확실한 게 없다”고 하고, 일본 극우의 대부격인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 이시하라 신타로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침략이 아니다,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일 뿐, 역사에 무지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조선을 침략하고 식민지배 한 사실마저도 근대문명 국가로 이끌어 준 것으로, 오히려 조선의 발전을 도와줬다고 침략을 미화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일제 식민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과서 논쟁, 5.16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 등등...
이러한 역사인식의 차이는 곧 현재 정치적 입장은 물론 미래사회에 대하여 상반된 전망을 가져온다.
2. 내고장 역사문화 인식이 부재한 현실
의왕시에서는 2007년 7억여 원을 들여 의왕시사(총7권)를 발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의왕시 공무원들은 물론 관내 학교에서도 의왕시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 시청 공무원들은 도시계획 및 정책, 도시개발 담당자들의 의왕시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굉장히 부족하다. 또한 계획 단계에서부터 관련부서들의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음도 확인된다. 심지어는 사업 진행의 효율성과 개발이익을 위해 역사문화 유적을 훼손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몇 해 동안 의왕문화원을 비롯해 몇몇 시민사회단체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고장 역사문화 바로알기 강연을 한 바 있다. 역사시간에 선사시대와 고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해당 시기 의왕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답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행처럼 얘기하는 ‘창조도시’에서 역사와 예술문화는 지역정책 및 도시재생의 주요 요소이다. 역사문화 영역이 점차 도시발전과 미래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의왕시는 어떠한가? 대표적으로 의왕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발계획 및 실태를 보자. 자연환경의 파괴와 생태계 변화를 감수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왕송호수레일바이크사업과 백운호수 주변 개발사업의 추진, 공공연한 역사문화유산의 파괴로 치닫는 고천-오전-부곡지역의 재개발사업 등등은 의왕시청과 재개발 업자들의 역사문화 인식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현재 의왕시 내고장 역사문화유산은 존망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여전히 토목과 토지를 이용한 이익의 확대, 자본의 강도적 축적 행위가 마치 시민의 가장 중요한 행복의 원천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고,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의왕시는 자연환경의 훼손과 도심지 역사문화 유산의 파괴가 불 보듯 한 데도 그러한 개발이 시민에게 더 많은 휴식의 공간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의왕지역에서는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을 통한 지역 정체성 강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3. 전통마을의 파괴, 역사문화 유적의 파괴
의왕시는 대도로변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부곡-고천-오전지역은 ‘구도심(?)’ 지역으로 근대 이후의 역사현장을 품은 채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의왕시는 곳곳에 전통마을이 존재한다. 부곡동지역의 경우 초평동, 월암동, 장안말 등이, 고천동의 경우 왕림마을, 통미마을, 안골, 골우물, 고고리, 골사그내 등이, 오전동의 경우 오매기마을, 내손동의 경우 능안마을, 청계동의 경우 백운호수 주변 마을과 상청계 등이 대표적이다. 의왕지역 조사에 참여한 문화인류학자들은 전통마을에서 의왕시의 도시적 특징을 살려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왕시의 전통마을들은 200~300년 이상, 심지어 500여 년 가까이 된 세거성씨들이 아직도 마을의 중심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아쉽게도 대부분이 음식점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곳곳에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회화나무가 마을 한 가운데 버티고 서서 유구한 역사를 스스로 뽐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물론 의왕시는 그곳에서 역사를 묻지 않는다. 의왕시의 가야할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
의왕시는 전통마을을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가? 장안마을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왕송호수 주변에 레일바이크 설치를 계기로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핑계삼아 그린벨트를 풀고 대단위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부곡 중심지역은 일제 침략의 역사를 담은 의왕지역의 근대적 계획주거단지인 ‘부곡관사’가 있던 곳으로 지금 재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고천지역은 정조가 수원화성을 건설하면서 확장한 사근행궁터와 3.1독립만세운동지, 수원화성 건설을 위한 가마터, 1936년에 개교한 고천초등학교가 존재함에도 재개발을 위한 도로건설과 아파트 건립으로 소멸 또는 훼손의 위기에 놓여 있다.
4. 역사문화 의식을 갖는 ‘창조도시’ 건설
역사문화자원은 도시의 장소성에 기여한다. 드러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사라졌거나 묻혀있거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의 역사문화 유산이다. 도시가 결코 백지 위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땅 위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지우고 마치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도시를 만들려는 것은 역사의 단절이자 대대로 이어져온 삶의 단절이다.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개발, 역사문화 유산이 보존되는 개발을 위해 주민과 전문가와 의왕시가 머리를 맞대고 아파트 건립 중심의 재개발이 아닌, 새로운 도시재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토목사업과 토지수익, 아파트중심의 재개발을 통한 의왕시 경제개발을 지향하는 ‘명품 창조도시’ 정책, 이처럼 우리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하는 방향의 미래 설계는 더 이상 우리의 길이 아니다.
편집자주: 의왕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를 이끄는 박철하 선생은 의왕시 오전동 전주나미마을 345번지에서 태어난 의왕 토박이로 고천초, 안양중, 유신고를 거쳐 고려대 사학과와 숭실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단체. 전국 군 이상 지방에서 활동했던 계급의식이 있는 청년들의 반일운동과 사회혁명운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전문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참여와 자치를 위한 의왕풀뿌리희망연대 공동대표, 의왕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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