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158

[임희택]안양 박달리 범고개 주변 옛지명들(2018.09.29)

박달리 범고개. 나 살던 곳. 더 정확히 범고개 주막거리. 논 위로 윗동네. 아래로 아랫동네. 군사격장 가는데 육골. 논 가운데 뉘집 산소 있는 솔밭자리. 큰댁 살던 벌. 큰댁네 집은 이층집. 버스정류장도 그래서 이층집. 고개 위에 더푼물. 벌 밑으로는 솜공장. 쌍7년 수해 때 아까운 젊은 목숨 앗아간 솜공장. 솔밭자리 지나서 돌간산은 학림산. 일직리 저수지 맞은 편에 재경리. 참 그립고 정답던 이름들인데...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

[암희택]안양 더푼물 샘과 머리 두개 달린 뱀(2022.05.10)

범고개에서 더푼물까지 가는 고갯길에는 양쪽으로 개나리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길가가 아주 샛노랗게 꽃장식이 되었었다. 그 개나리숲이 끝나는 무렵, 그러니까 고갯길 정상 무렵 왼쪽으로 더푼물을 들어가는 샛길이 있는데 그 샛길 입구에 어린시절 애들 눈에 제법 큰 향나무가 있었고 그 향나무 아래 작은 옹달샘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 때니 물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아서 고갯길을 오르며 지쳤을 때는 그 물을 마시기도 하였다. 어느날 나보다 두살 적은 고종사촌 지훈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내게로 달려왔다. "형. 더푼물 샘가에서.... 어떤 아저씨가 머리 두개 달린 뱀 잡았다..." "어, 그래?" 그런 뱀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가까운데서 그런 뱀을 잡았다니 호기심이 들었다...

[임희택]안양 더푼물고개와 닭 잡던 날의 씁쓸함(2022.07.05)

어릴 때 키우던 메리가 한 번은 닭을 물고 왔다. 비포장 더푼물 고개를 털털거리며 올라가던 닭차에서 탈출한 놈을 메리가 잡아 물고 온 것이다. 그날 우리도 메리도 닭고기를 먹었다. 집 굴뚝 옆으로 얼기설기 그물망을 엮어서 병아리를 키웠는데 금방 중닭이 되고 어미닭이 되고 그랬다. 그런데 쥐의 소행인지 아니면 족제비의 소행인지 몰라도 가끔 아침에 가슴팍이 뚫려 내장을 쏟아 놓고는 헐떡이는 닭들이 나오곤 했다. 그런 날도 우리는 닭고기를 먹었다. 그 때는 닭잡는 게 참 쉬웠다.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느니 얼른 확... 안양 시내로 이사를 나온 뒤 닭잡을 일이 없었는데 어느날 뒷방 세들어 살던 민정이던가 정이던가 꼬맹이네 엄마가 나를 불러 내다봤더니 닭이 발을 묶인 채 꼬꼬댁 거리고 있었다. 총각. 닭잡아 봤..

[임희택]안양 더푼물 고개와 범고개 그리고 문산옥(2022.07.12)

더푼물 고개를 엔진을 끈 채 달려 내려와 범고개 주막거리에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지무시가 지나가자 문산댁은 하얀 신작로에 물 한대야를 힘차게 끼얹었다. 촤르륵... 한길 건너 문산옥 맞은 편에 까마득히 솟은 미류나무 중턱 어딘가에서 매미가 맴맴 울어댔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부터 술꾼들 둘이 문산옥 가게 바닥에 파묻힌 항아리 뚜껑을 침을 꼴깍 삼키며 넘겨다 보았다. 문산댁이 항아리 뚜껑을 열자 시큼한 막걸리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술꿀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침을 한 번 삼키며 "형수, 거 시원하게 한대접씩 주세요." 한다. 이제 겨우 아침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마친 문산댁은 이른 시간에 술을 청하는 술꾼들은 타박하지도 않고 사람 좋아보이는 눈웃음으로 누런 양은 대접에 가득 담아 한잔씩 건넸..

[임희택]안양 박달동 근명중학교와 대성초자 공장(2023.06.17)

내가 아주 어릴 때 근명중학교는 박달동 벌 산밑에 있었단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어릴 때라 본 기억이 없지만 건물 가운데 떡하니 시계 붙었던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 학교 운동장 길 쪽으로 대성초자라는 마호병 공장이 있었는데 외사촌 형이 거길 다녔었다. 마호병 만들고 남는 유리물로 애들 놀이하는 다마 ㅡ 구슬도 만들었는데 하루는 구슬을 준다기에 공장 구경 삼아 갔었다. 아저씨들은 난닝구바람으로 기다란 파이프에 유리녹은 물을 묻혀 이리 저리 몸을 비틀며 불어서 마호병을 만들고 있는데 날도 덥고 유리 녹이는 용광로도 덥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지도록 온 힘을 다해 파이프를 부는 아저씨들도 덥고... 더운 열기 속에 애들 미끄럼틀을 작게 만든 것 같은 틀에 유리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면 그게 때구르르 굴러서 밑에 ..

[임희택]말이 있던집 도살장자리 경덕이형네 추억(2023.07.09)

말집 안동네 살다가 주막거리로 이사를 나온 뒤인지 아니면 그전부터 있었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던 그 집이 관심거리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집 아들 경덕이 형때문이었다. 우리집 앞 한길에는 아버지와 청년들이 학림산에서 옮겨다 세워놓은 비석같은 바위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날도 그 바위에 기어 올라갔다 뛰어내리기를 무한반복하고 있었다. 비록 내 키가 작기는 했지만 까치발을 들고 두손을 치켜들어도 꼭대기에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가진 비석바위였는데 시외버스가 지날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속에서도 내 또래 아이들의 기막힌 놀이터 역할을 하였다. 하여간 동인천 가는 버스인지 물왕리 가는 버스인지 먼지 날리며 더푼물 고개쪽으로 올라가고 먼지 뒤에서 마치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탄 이가 짠하고 나타나 ..

[임희택]시멘트담장 판넬만들기, 거푸집과 폐유(2021.09.10)

어릴 때 집에서 시멘트 제품을 만들어 납품을 했는데 내 아버지는 팔기는 잘 파는데 수금을 잘 못하셨다. 게다가 새벽부터 한두잔 하신 것이 점심 무렵이면 인사불성 되기 일쑤. 덕분에 가끔은 내가 담장을 만들곤 하였다.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위에 쇠로 만든 거푸집을 조립한다. 모래를 체로 걸러 시멘트를 섞은 뒤에 물을 넣고 몰탈을 만든다. 한 뼘 가량 거푸집에 몰탈을 넣고 쇠 막대기로 잘 다진 후에 철사를 몇가닥씩 넣는다. 철사가 고르게 잘 들어가야 잘 깨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몰탈 넣고 다지고 철사 넣고 또 몰탈 넣고 또 다지고 평평하게 하면 일단 끝. 하루가 지나면 굳는데 거푸집을 제거하고 물을 뿌려 이삼일 더 양생한다. 완전히 굳으면 한 쪽에 쌓아 놓고 판다. 만드는 과정은 이랬다. 거푸집이 잘 빠..

[임희택]제가 사는 주변 안양2동과 박달동을 기록하며(2004.03.15)

오늘 2014년 3월 15일 제가 사는 안양2동과 바로 인근인 박달1동 일대를 자전거로 돌며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안양2동은 고2때 이사와서 50이 넘도록 살았으니 오래 살았죠. 앞으로도 주욱 더 살아갈거고... 다음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며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범고개 인근을 찾아 보려합니다. 오늘 최병렬선배가 사진 올리신거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범고개 사시는 집안 어른 더 연세 드시기 전에 우리 가문이 그곳에 자리잡게 된 경과도 들어보고 싶고요. 거기가 우리 나주임씨 집성촌이 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외지로 나가 몇분 사시지 않거든요. 倭式인지 중국식인지 한자로 된 호현마을이라고 언제부턴가 사용하던데 우린 그냥 범고개라고 하는게 더 좋습니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임희택]할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도전의 연속(2023.04.11)

할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어려서 범고개 살 때 뒷산 어찌어찌 되시는 할머니 산소에 피어 있던 것을 보고 아름답다 여겼었고 큰 아들 양구에서 군생활 할 때 면회 가느라 들린 양구야생화농장펜션에서 참 그럴듯하게 키워 놓은 것을 보고 또 감탄을 했었다. 양구시내를 돌아다니다 길가 뉘집 담 밑에 씨앗이 맺혔기에 좀 받아다 심었더니 감감 무소식. 그 뒤 봉하 노대통령님 생가 뜨락에 또 씨가 맺힌 할미꽃이 있기에 몇톨 받아다 심었는데 역시 감감 무소식. 지지난해 결국 모종 세포기를 사다 심었는데 그해 한포기 죽고 또 겨울에 죽었는지 작년 봄에 한포기만 나와서 이파리만 무성하고 꽃은 피지 않기에 내년에는 피겠지 했었는데 오늘 올라가 들쳐보니 다 썩어 있기에 홀랑 뽑아 쪽파 위에 던져 버렸다. 재작년에는 비를 맞을까 ..

[임희택]호랑이 살던 범고개 표현을 요따위로 유감(2023.06.28)

안양 서쪽 끝 박달동 범고개. 호현부락이라 하더니 호현마을로 바꿨다. 원래 동네 이름은 범고개다. 이곳은 옛날부터 범, 그것도 사나운 범의 이미지가 가득한 곳이다. 고개를 넘자면 사람들이 서넛 모여야 지나갈 수 있어서 주막거리에서 탁주 한사발 하며 기다렸다는 어르신의 말씀도 있었다. 그런데 범고개도 아니고 벌 ㅡ 갈대와 억새가 무성했던 곳. 지금의 코카콜라 자리 도로변에 이런 그림을 그려 놓았다. 난 뭐 게딱지 뱃대기인 줄 알았다. 의식과 개념이 없는 자들의 행태는 늘 이렇게 원본에서 아주 바꿔놓곤 한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