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실이네 과수원에서 몰래 따온 덜 익은 복숭아를 먹으며 친목동에 사는 친구들이 아침부터 자랑을 하곤 하였다. 우리 집은 지금 범고개(호현마을이라고 바꿨는데 나는 별로 탐탁치가 않아 그냥 범고개라고 부른다) 안동네에 있었는데 길 너머로 큰 고모네가 있었고 집 뒤로는 같은 반 친구네 공장이 있었다. 사실 친목동 친구들도 집 앞으로 지나갈 때도 있지만 대개 그들은 윗동네로 우회하여 육골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절대로 육골 쪽으로 다니지 못하게 하였고 범고개 사는 친구들 따라서 신작로를 걸어 학교에 다니도록 하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한 번 꼭 육골을 가보고 싶었는데 당최 그 쪽으로 가지지를 않았다. 몇달 차이 아니라고 해도 한해 일찍 들어간 학교에서 나는 유난히 작았다. 어머니는 그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