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문원식]시민운동의 전문성

안양똑딱이 2016. 5. 3. 16:59
[문원식]시민운동의 전문성

성결대학교 교수, 안양학연구소 소장


 

지난 3월 22일 가동을 시작한 안양지역시민연대 홈페이지 방문자가 지난 7월 25일을 기해 1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불과 4개월 남짓의 기간동안에 1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한 점에 대하여 일단은 지역시민운동의 성공사례 중의 하나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 동안 시민연대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지만, 98년 9월말부터 안양시, 군포시 및 의왕시와 함께 지역종합정보센터의 설치와 관련한 지역정보화사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이버공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실례로 68호째를 발간하고 있는 전자팩스신문은 지역내 6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자우편이나 팩스를 통하여 개별적으로 배송되고 있다. 구독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 메일 주소 하나만 가지면 받아볼 수 있는데, 제도권 신문에서 간과하기 쉬운 지역소식을 한발 먼저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소식을 가장 쉽고 편리하게 접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시민연대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될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자체 홈페이지를 가동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른 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무단으로 퍼 온 글이나 글쓴이의 사전 동의 없는 게재는 향후 사이버 공간상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요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부분적으로 게재하면서 전문이 올라 있는 홈페이지의 주소를 밝혀 준다거나 필자의 동의를 반드시 얻는 것과 같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다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지역 내 사이버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 정도로 시민연대의 팩스신문과 홈페이지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와 같이 시민연대가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의 양태와는 색다른 사이버 분야에 진출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은 지역 내 시민단체 활동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실례를 들어 안양지역의 시민단체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단체들은 대개가 특수한 목적과 전문적인 분야를 가지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운동단체와 여성운동단체 중에서도 가정폭력방지나 성폭력 방지에 주력하는 단체들 및 특수한 분야에 봉사하는 자원봉사단체들이 그러하다. 또한 종교적 사명을 가지고 출발한 단체들이나 사회 교육적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단체들의 경우도 활동이 활발하다. 새마을 운동을 위한 단체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성단체들의 경우도 탄탄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즉,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과업에 있어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착실하게 내외부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민단체들이 전문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은 시대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시민단체들은 수동적 저항형 시민운동을 주로 하여 왔지만, 오늘날은 언론에 이어 제 5 부라고 칭하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정부에 대하여 구체성을 띤 정책적 요구를 할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원하여 참여하는 형태로 그 활동유형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시민운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또한 지역시민단체의 경우 집행부만 존재하는 단체나, 회원 한 사람이 여러 단체에 동시에 가입하고 있어서 회원들의 정체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저마다 특수한 목표와 전문적인 활동분야를 가질 경우 타 단체와 차별화 되면서 자기 조직의 목표를 깊이 이해하며, 과업에 대하여 애정을 가진 회원을 애초부터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보다 조직적인 회원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조직목표에 대한 명확성으로 인하여 구성원의 합의와 응집력을 높여줄 것이고, 아울러 과업에 대하여 구성원들에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도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회원들로 뭉쳐진 시민단체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로 인하여 고질적인 재정상의 문제도 자체회비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지역 내의 다른 단체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해줄 것이다. 또한 과업간의 경계의 명료성은 타 시민단체에 대하여 시민사회의 봉사의 효과성을 놓고 경합하게 하며, 사회정의 실현에 자연적으로 협력하게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추구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내의 시민단체들이 이와 같이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협력하고, 혹은 경쟁하며 상생(相生)의 틀에서 공존의 방안을 자연스럽게 찾아나갈 때, 시민사회는 성숙해지고 우리 나라 민주주의 앞날은 밝아지게 될 것이다.

2003-06-07 13:3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