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문동원]안양 부림말의 참새와 방앗간(2008.12.12)

안양똑딱이 2024. 1. 9. 11:12

우리동네 '부림말' 그 곳의 방앗간((?) 이름은 버드나무 집이다.

동네 초입에 버드나무 아래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인것 같다.조롱내 개울을 건너면 조그마한 집이 나무 아래서 목을 축이고 가라고 사람들을 부른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것 같다.

아버지와 둘이서 어디를 다녀오다 그 앞을 지나는데,내가 아버지의 소맷자락을 잡으며,하는말....

"아빠!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면 돼?"

아버지는 웃으시며 나를 데리고 버드나무 집으로 들어가셨다.-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그당시에는 그런 법이 없었다.

내 머리만한 왕대포에 김치 한조각,그리고 걸직한 주인 할머니의 웃음 소리가 귀머리를 돌아 다닌다.

술 한잔에 어린 놈이 맛이 갔다.

아버지는 그 모습이 웃겼던지 계속 '허허'하고 웃고만 계신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무슨 가슴에 쌓인게 많은지 고래 고래 소리 지르고,결국은 집으로 오는중에 시궁창에 빠지고 만다.

어린 놈이 어른들의 안 좋은것은 다 따라한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좋았다.

언제부터인지 아버지와의 대화가 줄어 들더니,지금은 거의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사이가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닌데,마땅히 건낼 말도 없다.

얼마전에 교회에서 안수집사 은퇴식을 하셨다.

이젠 집사님도 은퇴 하셨으니,'술 한잔 하실래요?'라고 물어볼까?

가끔씩 버드나무 집이 지금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서먹해진 부자지간을 메울수 있는 추억이 그곳에 있어서이다.

"아버지! 방앗간이 아직도 있네요. 참새 둘이서 한번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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