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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6]삼남길, 조선물류의 대동맥

안양똑딱이 2021. 2. 17. 00:40

‘경기도 옛길 역사문화탐방로 사업’(이하 경기옛길)은 제주로(해남로)에 기반하여 조성된 삼남길로부터 시작된다. 경기도가 조선의 간선도로망을 기반으로 하여 옛 조선시대의 길을 자동차가 아닌 두 발로 걸어서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 경기도 옛길이다. 옛 선인의 발자취를 체험한다는 목표 아래 이름도 역사문화탐방로로 정했다. 이번 호에서는 경기옛길사업의 첫 단추인 삼남길을 먼저 소개한다. 참고로 지명에 관련한 이름들은 고유명칭의 혼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한자를 병기한다.

1) 경기옛길 삼남길의 기반, 삼남대로(三南大路)의 개념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삼남대로는 조선시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 이후 한양에서 삼남(三南;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지방으로 통하는 대로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경기옛길 사업에서는 조선시대의 간선도로망을 표현할 때 당시의 명칭을 살려 ‘삼남로(三南路)’(또는 삼남대로三南大路)로 표현하며 현재의 도보탐방로를 칭할때는 ‘삼남길’로 부른다. 이 두 노선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삼남로의 원형을 소개한 후 밝히도록 한다. 먼저 삼남길의 기반이 되는 삼남로의 노선을 살펴보자.

도성에서 지방의 삼남지방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여러 갈래가 있었다. 대체적으로 숭례문(崇禮門)에서 출발, 이문동(里門洞)-주교(舟橋)-청파역(靑坡驛)-석우참(石隅站)[分岐]-와요현(瓦窯峴)-판전거리(飯廛巨里)-동작진(銅雀津)을 지나 과천방면을 거쳐 수원지역으로 연결되거나 석우참(石隅站)에서 분기(分岐)하여-둔지산(屯之山)-서빙고진(西氷庫津)-6리와 당현(堂峴)-만초천(蔓草川)-습진기(習陣基)-노량진(露梁津)을 통하여 시흥방면을 지나 수원지역에서 합류하여 삼남지방으로 가는 길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흥인문(興仁門)을 출발, 동묘(東廟)에서 분기하여 영도교(永渡橋)-왕십리(旺深里)-차현(車峴)-전곶(箭串) 제반교(濟礬橋)를 지나 신천, 송파를 거쳐 충청 일부를 통과하여 동래로로 연결되는 길이다. 이 동래로는 또 한강진(漢江津)을 지나 신원점(新院店)-현천점(縣川店)-판교점(板橋店)-험천(險川)과 용인을 거쳐 충청지방 일부를 통과하여 동래로로 연결되는 도로를 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숭례문을 출발, 동작진, 노량진을 건너 남태령과 과천을 지나 수원방면으로 향하는 해남로나 제주로를 소개한다. 기실 삼남지방으로 가는 모든 대로를 통칭하는 말이 삼남대로였으나 경기옛길 도보탐방로의 첫 노선을 제주로와 호남로로 정하면서 삼남대로의 명칭이 경기옛길 삼남길에 반영되어서 이와 같은 명칭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부산으로 향하는 동래로(또는 영남대로) 기반의 영남길이 별도로 도보탐방로 영남길로 조성되어 영남길은 차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경기옛길 사업에서 삼남길이라고 부르는 삼남대로 기반의 도로는 조선후기 『대동지지(大東地志)』나 『도로고(道路攷)』 등에 의하면 해남로(海南路) 또는 제주로(濟州路)로 불리는 노선 이다.

2) 삼남대로 노선과 길 위의 이야기들

삼남대로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삼남지방으로 연결된 도로로서 제주로와 해남로가 이에 해당된다. 사실 제주로와 해남로의 노선은 거의 일치하는데 제주도까지 입도(入島)하는 노선은 제주로이며 전라도 해남을 목적지로 하는 경우가 해남로가 된다. 여기서는 삼남로(제주로, 해남로)의 노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길 위에 켜켜히 남아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이를 구간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경성-과천 구간 도로이다. 이 구간은 창덕궁의 돈화문敦化門을 출발 돈령부敦寧府 전로前路-파자전把子廛 석교石橋-통운석교通雲石橋-종루鐘樓 전로前路-대광동大廣通 석교石橋-소광동小廣通 석교石橋 -동현병문銅峴屛門 전로前路-송현松峴-수각水閣 석교石橋 -숭례문崇禮門-이문동里門洞-청파靑坡 주교舟橋-청파역靑坡驛-석우참石隅站에서 분기하여 와요현瓦窯峴-반전거리飯廛巨里-동작진銅雀津을 건넌 다음 승방평僧房坪과 남태령南泰嶺을 넘어 과천果川에 이르는 길이다.
도성에서 한강을 건너는 방법은 한강의 나루(진도津渡) 설치 이후 여러 갈래였으며 그 중에서 과천 방향(과천로果川路)으로는 동작진(銅雀津)을 건너고, 시흥방면(시흥로始興路)으로는 노량진(露梁津)을 건너게 되었다.

 

이러한 삼남로의 노선은 누가 이용했을까? 평소에는 궁 밖이나 도성 외부로 나갈 일이 많지 않은 것이 조선의 많은 왕들이지만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도성 밖 행차를 할 때 삼남로의 노선을 이용했다. 선왕들의 능에 참배를 하기 위한 능행차(능행陵行)나 요양을 위한 온천 여행(온행溫行)에 주로 이용되었는데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도 특히 도성 밖 행차를 많이 한 인물로는 정조를 꼽을 수 있다. 과천로는 특히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원인 현륭원顯隆園 조성 이후 화성 능행차 때에 사용된 도로로서 남태령 개척과 더불어 중요한 삼남로의 한 갈래였던 것이다.

삼남로를 이용한 것은 비단 왕실의 행차뿐만이 아니었다. 삼남 대로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가는 주요 간선도로였기 때문에 양반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해 왔다. 민간 에서 삼남로를 이용한 기록은 판소리 「열녀춘향슈절가」(이하 춘향전) 에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후기부터 현재까지 사랑받는 판소리 작품인 춘향전에는 한양을 나서 삼남로를 이용해 남원까지 도 착하는 경로가 잘 드러난다. 춘향전에 해당 대목은 ‘이몽룡노정기’ 라는 명칭으로 별도로 자주 불리는 주요 대목이다.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집으로 돌아와 부모전에 뵈온 후에 선산에 소분하고 전라도로 내려올 제, 남대문 밖 썩 나서 청파역에 말 잡아타고 칠패 팔패 배다리를 얼른 넘어 밥전거리를 지내어 동작강 얼른 건너 남태령을 바삐 넘어 과천에 숙소하고, 상류천 하류천 대판교 떡전거리 진개울 죽산 자고 천안 김계역 말 갈아타고, 역졸에게 분부하고 금강을 얼른 건너 높은 한길 여기로다. 소개 널 티 무덤이 경천 중화하고 노성 풋개 사다리 닥다리 황화정이 여산 숙소하고 서리 불러 분부하고 전라도 땅이로구나.
- 춘향전 중 이몽룡노정기-

춘향전에는 남대문-청파역-칠패-팔패-배다리-밥전거리-동 작강-남태령으로 남대문부터 현재 서울 지역의 한강 도강(渡江)까지 후 남태령까지의 지명이 상세히 열거된다. 남태령은 도성의 관문으로서 관악산의 영로(嶺路)의 하나이며 새로이 조성된 탐방로인 경기옛길 삼남길 1코스 남태령길의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경기도내 삼남대로 노선의 시작점인 남태령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자. 남태령의 유래에 대해서 조선왕조실록에도 언제부터 개척되었는지 상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한양천도 이후 삼남지방으로 통하기 위해서는 자연지형인 관악산을 넘어 과천방향으로 가는 길목인 남태령이 유력한 교통로로서 인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호의 『대동지지』에 의하면 남태령은 “高麗稱葉戶峴 轉稱狐峴 通京大路 峴北七里 有牧場古址”라 하여 고려시대에 엽호현(葉戶峴)으로 불리다가 언젠가 호현(狐峴)으로 개칭되었으며 개경으로 통하는 대로였다고 전하고 있다. 또 고개로부터 7리 정도에 목장터가 있다고 하였다. 이 목장터는 『경기지(京畿誌)』 3책, 과천(果川) 고적조(古蹟條)에 의하면 “관악산 북쪽 산등성이에 둘레 10리 정도의 토성을 쌓고 여기에 목장을 설치했는데 호환이 자주 발생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고 아랫마을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사복시 목장을 설치 하였던 것 같다. 따라서 남태령은 고려시대부터 개경과 삼남지방을 연결하는 간선교통로로서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사복시 목장을 설치할 정도로 중요한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남태령은 정조시기 현륭원 조성과 화성축성 이후 원행에 따른 연로(輦路)로서 지역주민을 동원하여 길관리(치도治道)에 힘쓰는 등의 중요한 고갯길로서 기능하였다.

다시 삼남대로 노선 이야기로 돌아오면 숭례문에서 남태령까지의 노선은 현재 행정구역상 경기도가 아닌 서울특별시에 속하기 때문에 경기옛길 사업의 대상지는 아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노선이 현 경기도 관내에 위치한 경기옛길 삼남길의 기반이 되는 삼남대로의 노선이 된다. 우선 경기 과천-수원까지의 경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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