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61]안양2동 낙원마을 주변
2014.11.02/ #안양 #도시 #동네 #골목 #안양기억찾기탐사대 #안양2동 #낙원마을/ 제61차 탐사길에 찾아간 곳은 안양예술공원 초입 우측 산자락에 있는 동네 낙원마을과 지난번 탐사했던 까치골(장석광산)과 석수2동의 골목길을 다시 돌아보았다.
낙원마을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안양시가 유알하게 전통마을로 지정했던 곳인데 2004년 무렵 택지개발을 통해 과거 옛 집들은 전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대신 40여채의 고급 주택들이 들어섰는데 부동산에서서 한채당 10억에서 20억원에 달한다고 다니 단독주택지역으로는 꽤나 비싼 동네다.
낙원마을 단지 뒤로는 그린벨트지역인 관악산 끝자락. 앞쪽으로는 서족으로 지는 해가 멋진 조경이 아름다운 곳에 지은 집들이 멋지고 예쁘기는 한데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여백이 없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똑같은 형태의 집들이 없다. 각기 다른 재질과 다른 형태로 설계한 것이 다행이랄까.
탐사코스: 안양예술공원사거리-예술공원로92번길-삼영1차아파트-예술공원로118번길-옛낙원마을-마애종교-예술공원로117번길-안양보육원-안양노인전문요양원뒷길-까치골(장석광산동굴)-예술공원로117번길-안양호암초교정문앞-예술공원로103번길-경수대로1200번길-경수대로-안양예술공원버스정류장-끝
안양 전통마을 낙원마을과 화심천’(和心泉)
안양시 안양2동 낙원마을. 지금은 고급 단독주택단지로 바뀌었지만 이 곳은 불과 10년전인 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안양시가 지정한 전통마을이 있던 곳으로 우리나라 고유풍습인 전통 세시풍속을 이어가고 있으며, 절기와 명절 때마다 마을합동으로 행사를 지내왔었다.
낙원마을은 1950년대만 하더라도 험준한 산골이었는데, 1959년경, 박정원와 안학순 부부가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식수를 구하던 중 ‘화심천’(和心泉) 우물을 발견하고 그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이를 식수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부부는 가을이 되면 매년 햇곡식으로 떡과 술을 빚어 제물을 차려놓고 소원과 마을의 평안을 빌었다.
그러던 중 화심천 물이 어느새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났고, 주변 각지에서는 이 물을 약수로 떠다 마시고 효험을 얻어다 하는 말이 퍼지자 이곳으로 이사오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65년 45호에서 ’70년에는 90여 세대로 늘어 마을사람도 400명을 육박했다.
1980년대 말 까지만 하더라도 낙원마을의 각 집집에는 두레박이 있었으며 화심천 주변의 풍경은 아낙네들의 정겨운 정담이 넘쳐났다. 또 갑자기 마을사람들이 많아지자 가뭄이 들면 주민들은 두레박을 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낙원마을 사람들은 1993년 이 마을에 수도가 들어올 때까지 40여년을 이 물로 식수하여 나누어 먹고 살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 우물을 자신들의 생명수요, 어머님의 젖줄이라 생각했다. 마을이 근검절약하고 상부상조하면서 서로 돕고 화합하며 사는 지혜를 배우고,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는 대문 없는 동네를 만들면서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화심천의 음덕 때문이라며 1985년부터 마을합동행사로 ‘우물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했다.
주민들은 이러한 뜻을 살려 1996년 ‘화심천(和心泉)’이라 이름짓는다.
이것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마을에서 행해지는 세시풍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1996년 안양 우물제 참석을 시작으로 이 마을에 관심을 가진 방유자씨가 ‘세시풍속전통회’(대표 김재복, 방유자)를 만들어 전통마을로 보존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낙원마을 주민들은 마을 사람 모두 마을 전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고 심지어 숟가락이 어느집 어디에 몇 개 있는지까지 알고 지낼 정도로 니집 내집없이 가족처럼 지냈다. 명절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놀이와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으며 지내는 다른 마을에 없는 풍습이 흐르는 특이한 마을이었다.
방씨는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면서 이렇게 좋은 전통을 그냥 사라지게 할 것이 아니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당시만 해도 공식 이름이 없던 우물에 ‘화심천(和心泉-이 물을 마시면 마음이 온유해지고 편안해진다는 뜻)’이러 이름도 붙였다.
방씨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안양에서 유치원과 미술학원을 경영하기도 한 교육자로 당시 이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막노동이나 파출부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실정을 보고는 강사를 초청해 야학을 시작했다. 실생활에 직접적인 것부터 가르치기 시작해 예금청구서 쓰는 법, 인감 용지 쓰는 법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시사도 가르치는 등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적극 앞장서면서 낙원마을의 ‘대모’로 불리우기도 했다.
낙원마을은 1999년 안양시에 의해 전통마을로 지정된다. 니후 시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제사 이름을 용왕제로 정한 뒤 화심천 용왕제를 연례행사로 개최하기에 이른다. 2001년에는 ‘화심천 용왕제’가 경기도에 의해 안양시 세시풍속전통회(경기등록 제363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낙원마을에서는 용왕제와 더불어 정월대보름에 오곡밥과 연날리기 행사를 비롯 유두 행사, 한가위 행사, 동지에 팥죽나누어먹기 등 절기 또는 명절 때마다 마을합동으로 풍습을 재연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겨 왔으나 개발과 금전의 유혹과 바람앞에 꺾이고 만다.
결국 2004년 5웡 28일 용왕제를 끝으로 화심천 용왕제는 없어졌으며, 안양 전통마을 지정도 해제되고 낙원 마을은 2006년 이후 택지개발을 통해 고급 단독 지역으로 바뀌고 말았다.
낙원마을 화심천 앞에는 “이 샘물을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웃사랑, 공경심, 금실이 좋아지고 사심이 없어진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으나 이젠 흔적 조차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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