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사람

[20170323]50년전 안양을 기록으로 남긴 '닐 미샬로프'

안양똑딱이 2017. 3. 23. 01:08

 

50년 전 경기도 안양의 풍물과 당시 한국사회의 생활상을 당시로서는 매우 귀했던 컬러슬라이드와 흑백필림에 담아 이제는 시공을 초월해 매우 귀중한 역사 기록을 남긴 한 이방인이 있다. 그는 '닐 미샬로프'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거주하는 닐 미샬로프씨(Neil Mishalov. 71세)는 1968년 3월부터 1969년 4월까지 주한미군으로 안양 석수동 미군부대(83보급대대)에 우편물 수송담당(전령)으로 근무하며 안양뿐 아니라 서울 광화문, 용산 거리, 한강의 풍경과 인천, 오산 시가지의 모습을 컬러슬라이드와 흑백필림 1천여 장에 담았다.
1969년 한국에서의 근무를 끝으로 전역한 미샬로프씨는 한국에서 촬영했던 사진들을 2002년 개설한 자신의 홈페이지홈페이지(www.mishalov.com)에 올린 것을 웹 서핑을 하던 누리꾼 단호섭씨에 발견되고, 저자가 이를 확인해 언론(당시 인천일보 홍성수 기자)을 통해 처음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그가 필림에 담은 기록들을 보면 까까머리 코흘리개들과 흰 저고리 차림의 동네 아낙, 찧은 쌀을 자루에 담는 한 농부, 남루한 옷차림의 상인들, 하드통(빙과)을 든 소년 등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아내고 있다. 또 거리의 모습, 헬기를 타고 찍은 항공사진까지 매우 다양하다.
당시 안양읍 곳곳의 모습을 가장 많이 기록으로 남겨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안양유원지 풀장, 안양 시내에 있던 영화관인 읍민관(안양극장), 안양역과 거리뿐 아니라 당시 주민들의 일상 생활상을 사진에 담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특히 읍민관에는 당시 상영했던 영화 "에밀레종"의 대형홍보판이 만국기와 함께 매달려있으며 안양4동 중앙시장(당시 새시장)입구인 신작로에는 아이스크림과 빙수를 파는 리어커장수의 모습과 수리산중턱에 세워진 근명여상의 초창기 건물도 담겨져 있다.
또한 Suck-su Dong village 제목의 갤러리 웹페이지에는 당시 마을 풍경과 함께 노인,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담겨있으며 모심기, 물대기, 쟁이갈기 등 농사짓는 생활상뿐 아니라 안양지역의 주변 농촌과 미군부대 인근의 생활상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또 안양 1번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모습, 여름철 물놀이를 즐겼던 안양유원지의 모습들도 담겨있는 가운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1풀장에서의 물놀이 장면뿐 아니라 대형풀, 풍선장수,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옛추억을 생각케 한다.
특히 헬기를 타고 찍은 1968년도 항공사진 역시 컬러슬라이드로 기록으로 남겨 당시의 안양 시가지의 전경과 도로, 건물의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농촌의 촌로(村老)나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서정성 짙게 담고 있다.
이후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며 많은 국내 네티즌들의 그의 홈페이지를 찾으면서 한때 그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미군사전문지 성조지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닐 미샬로프는 한국을 떠난지 34년만인 2003년 10월에 안양시 초청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당시 안양시는 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안양시민축제에서 안양의 역사와 과거를 담은 '닐 미샬로프 특별전'을 열었으며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닐 미샬로프씨는 "한국인과 한국땅에 대한 기록을 담고 싶었다. 한국에 근무할 당시 찍었던 사진과 슬라이드를 3개의 박스에 34년간 보관해 오다 2002년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한 것인데 영광스럽고 기쁘다. 내 사진이 한미 양국민의 우호의 상징으로 안양시민축제에서 전시된 것이 더욱 뜻깊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후에도 국내 사진작가들의 도움으로 과거 자신이 촬영했던 곳이 현재 어떻게 변했는지 변모한 모습을 사진을 그의 홈페이지에 올려 비교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허스름한 건물이었던 안양역사는 최신식 역사로, 허허벌판이던 안양시내 도심 한복판은 고층빌딩이 들어선 번화가로 변했음을 한장의 사진이 지난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록의 소중함마져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