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기행]안양 石水시장 속 미술관 '스톤앤워터'
안양 石水시장 속 미술관 '스톤앤워터'
고층 아파트 사잇길을 죽 따라가다 보면 시장이 나온다. 시장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사람들은 마트나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지만, 재래시장은 여전히 그 곳에 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석수(石水)시장.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시장이다. 하지만 석수시장은 특이하다. 21평짜리 전시공간 ‘스톤앤워터(Stone&Water)’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 한 번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석수동의 石(돌)과 水(물)에서 따온 것이다.
왜 하필 시장을 선택했을까?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박찬응(朴贊應·44)씨는 “청담동 등에 자리잡은 고급화랑은 여느 사람들이 웬만해선 갈 수 없는 곳이고 대안(代案)공간으로 불리는 양평 등지의 갤러리들은 자연 속에 폭 파묻혀 있다”며 “우린 그 중간지점으로 시장(市場)을 택했다”고 말했다. 아무나 어렵지 않게 늘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과 고사(枯死) 직전의 미술시장을 살리겠다는 뜻이 묻어 있다.
왜 하필 남대문시장과 같은 더 알려질만한 곳이 아닌 안양 초입에 자리잡은 이 곳을 택했을까? 박씨는 “안양에 산지 34년째이고 석수동 이 곳에 터잡은지는 20년이 되어간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대학에 다닐때는 이 공간을 ‘빈방 아트리에’로 사용했고, 그 후론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겠다는 요량으로 ‘들풀카페’를 열었던 곳이라는 설명이다.
진작부터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엉뚱하게 시장 안에 화랑을 차릴 생각을 했을까? 그것만은 아니다. 석수시장은 터가 좋다. 시장 한 가운데 광장(廣場)이 있고, 그 광장을 둘러싸고 점포들이 사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박씨의 작은 목표는 ‘스톤앤워터’ 앞 거리 1㎞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것.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시장 안쪽 광장에 ‘판’을 벌이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인에 건축가 훈데르트바써(Hundertwasser)가 꾸민 동네와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 동네처럼 사람들과 작가들이 한통속이 되어 거리를, 또 동네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화단·벤치·벽·창문 그리고 간판까지도 작품인 거리 말이다.
그 첫걸음은 지난해 6월 떼어졌다. ‘리빙 퍼니처’로 이름지어진 개관전(開館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7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작은 전시공간을 ‘생활미술품’들로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액자, 옷걸이에 걸린 옷, 앙증맞게 놓여있는 재떨이까지 모두 작가의 작품이었다.
오는 15일 대보름날부터 이 전시공간은 떠들썩한 좌판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홍대 앞 어린이놀이터에서 좌판을 벌이고 자신의 작품을 팔던 ‘희망시장’팀 100여명이 석수시장으로 모여든다.
올해 8월에는 시장 안 일곱 개의 점포를 빌어 ‘명품관’을 만들 작정이다. 이른바 쇼핑 프로젝트. 말이 명품관이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명품관과 거리가 멀다. 책방·비디오방·옷방·귀금속방 등에선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스톤앤워터’는 바이러스가 되고 싶어 한다. 시장 안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는 바이러스. 안타까운 것은 숙주(宿主)뻘이 되는 석수시장 점포들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재개발(再開發)의 꿈이 ‘스톤앤워터’에게는 악몽(惡夢)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두렵지 않을까? 박씨는 “나의 바이러스는 도시에 아파트가 번져가는 속도보다는 전염이 느리지만 중독성은 강하다”며 “다른 어떤 곳도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031)472-2886
고층 아파트 사잇길을 죽 따라가다 보면 시장이 나온다. 시장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사람들은 마트나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지만, 재래시장은 여전히 그 곳에 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석수(石水)시장.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시장이다. 하지만 석수시장은 특이하다. 21평짜리 전시공간 ‘스톤앤워터(Stone&Water)’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 한 번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석수동의 石(돌)과 水(물)에서 따온 것이다.
왜 하필 시장을 선택했을까?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박찬응(朴贊應·44)씨는 “청담동 등에 자리잡은 고급화랑은 여느 사람들이 웬만해선 갈 수 없는 곳이고 대안(代案)공간으로 불리는 양평 등지의 갤러리들은 자연 속에 폭 파묻혀 있다”며 “우린 그 중간지점으로 시장(市場)을 택했다”고 말했다. 아무나 어렵지 않게 늘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과 고사(枯死) 직전의 미술시장을 살리겠다는 뜻이 묻어 있다.
왜 하필 남대문시장과 같은 더 알려질만한 곳이 아닌 안양 초입에 자리잡은 이 곳을 택했을까? 박씨는 “안양에 산지 34년째이고 석수동 이 곳에 터잡은지는 20년이 되어간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대학에 다닐때는 이 공간을 ‘빈방 아트리에’로 사용했고, 그 후론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하겠다는 요량으로 ‘들풀카페’를 열었던 곳이라는 설명이다.
진작부터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엉뚱하게 시장 안에 화랑을 차릴 생각을 했을까? 그것만은 아니다. 석수시장은 터가 좋다. 시장 한 가운데 광장(廣場)이 있고, 그 광장을 둘러싸고 점포들이 사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박씨의 작은 목표는 ‘스톤앤워터’ 앞 거리 1㎞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것.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시장 안쪽 광장에 ‘판’을 벌이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인에 건축가 훈데르트바써(Hundertwasser)가 꾸민 동네와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 동네처럼 사람들과 작가들이 한통속이 되어 거리를, 또 동네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화단·벤치·벽·창문 그리고 간판까지도 작품인 거리 말이다.
그 첫걸음은 지난해 6월 떼어졌다. ‘리빙 퍼니처’로 이름지어진 개관전(開館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7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작은 전시공간을 ‘생활미술품’들로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액자, 옷걸이에 걸린 옷, 앙증맞게 놓여있는 재떨이까지 모두 작가의 작품이었다.
오는 15일 대보름날부터 이 전시공간은 떠들썩한 좌판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홍대 앞 어린이놀이터에서 좌판을 벌이고 자신의 작품을 팔던 ‘희망시장’팀 100여명이 석수시장으로 모여든다.
올해 8월에는 시장 안 일곱 개의 점포를 빌어 ‘명품관’을 만들 작정이다. 이른바 쇼핑 프로젝트. 말이 명품관이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명품관과 거리가 멀다. 책방·비디오방·옷방·귀금속방 등에선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스톤앤워터’는 바이러스가 되고 싶어 한다. 시장 안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는 바이러스. 안타까운 것은 숙주(宿主)뻘이 되는 석수시장 점포들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재개발(再開發)의 꿈이 ‘스톤앤워터’에게는 악몽(惡夢)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두렵지 않을까? 박씨는 “나의 바이러스는 도시에 아파트가 번져가는 속도보다는 전염이 느리지만 중독성은 강하다”며 “다른 어떤 곳도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031)472-2886
2003-05-31 16: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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