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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인덕원 오성갈비-김칫말이국수

안양똑딱이 2016. 5. 5. 17:09
[맛기행]안양인덕원 오성갈비-김칫말이국수


국수와 김칫국물은 ‘환상궁합’
한겨레21에 나온 안양인덕원 오성갈비집의 김칫말이국수

옛날 평안도 사람들은 김장을 담글 때 그 중 한독은 김칫국물을 넉넉히 부어 따로 묻었다고 한다. 메밀이나 밀가루로 국수를 뽑고 겨우내 알맞게 익은 김칫국물을 부어 김치말이국수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였다.

김칫독에 앉은 살얼음을 툭툭 깨고 얼음이 서걱서걱 얹힌 빨간 김칫국물은 시원하다 못해 이빨이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그 국물에 국수를 말아 훌훌 마시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입가심을 하는 것을 겨울철 최고의 별미로 여겼다고 한다. 국수사리도 삶아 건진 뒤 얼음물에 헹궈 차게 식혀서 말아야만 국수발이 더 매끄럽고 쫄깃해져 제맛이 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냉치냉(以冷治冷)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색 별미인 셈이다.

이같은 음식문화를 지닌 평안도 사람들이 월남 뒤에도 국물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 뒤 얼음을 얹어 옛날 맛을 생각하며 고향을 기린 것이 바로 김치말이국수다. 옛날 이북에서 담근 겨울김장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맛은 없지만 오히려 맛을 돋우는 양념들이 넉넉하게 들어가 더 세련된 맛이 있다는 것이 김치말이국수를 내는 음식점 주인들의 이야기다. 빨간 국물에는 인공으로 얼린 얼음이 자박자박하게 뜨고, 하얀 밀국수에 김치를 송송 썰어 양념해 얹은 모습은 눈맛만으로도 먹음직스럽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향긋한 냄새까지 풍겨 흠잡을 데가 없다.

이와 비견할 만한 것으로 남쪽에서는 여름철 열무김칫국수라는 것을 만들어 계절식으로 즐겼다. 햇밀을 수확해 가루를 빻아다 놓으면 손으로 밀어 칼국수를 곱게 썰어 넣거나 방앗간에서 국수를 눌러다 열무김칫국에 말아 얼음을 띄워 먹는 것이다. 강원과 충청지방은 물론 영·호남지역에서도 폭넓게 즐기는 여름철 계절식이다.

열무김칫국수는 이름 그대로 연하고 싱싱한 열무와 미끄러운 밀국수가 맛을 결정한다. 열무는 콩밭 사이나 과수나무 아래 얼갈이로 심어 그대로 쌈을 싸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연한 것이 좋고, 국수는 삶아 찬물에 헹궈야 국수발이 씹히는 맛이 있다. 국수를 말 때 풋고추와 오이를 채쳐 얹고 새콤하게 익은 배추김치를 찬으로 곁들이면 더 제맛나게 즐길 수 있다. 담백한 맛은 오히려 평안도의 김치말이 국수를 앞선다. 그래서 여름철 논일을 할 때 새참으로 좋았고, 손님상에 요깃감으로 내놓아도 흠잡히지 않는 별미로 꼽혔다.

아무튼 여름철 시원한 것이 그리운 때 어느 것이나 입맛을 당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별미들이다. 육수가 아닌 싱싱한 김칫국물이 내주는 담백하면서도 싱그러운 국물맛과 매끄럽고 씹히는 맛이 냉면사리보다 뛰어난 밀국수는 냉면과는 전혀 다른 맛의 경지를 자아내 준다.


이름난 김치말이국숫집
오성갈비= 인덕원사거리 전철역 앞에 있는 15년 내력을 지닌 한식집이다. 돼지갈비와 우거지탕, 오성국수(김치말이국수), 비빔국수 등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내 고객층이 무척 두텁다. 돼지갈비나 삼겹살을 먹고 후식으로 김치말이국수를 주문해도 가격은 2만원이다. 김치말이국수 3천원, 돼지갈비 250g 6천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0343-421-9292).

2003-05-31 14: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