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지난 18일 오후7시 안양시에 자리한 천주교 수원교구 안양중앙성당에서 천주교신자와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및 시민 7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기도회 폐막 미사를 봉헌했다.
지난해 4월 10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교구를 순회하며 27회의 기도회를 개최해온 사제단은 지난 1년 간 이어온 시국기도회를 마치며 시민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악한 정권의 만행을 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례를 맡은 김형중 신부는 “(대통령) 한 사람의 독주가 우리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그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죄가 있으니까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 말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 특검을 거부했다. 그것은 곧 죄가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공정을 말하면서 특권을 행사했고, 서민을 살리겠다면서 부자 정책을 폈다. 예산을 삭감해놓고 늘리겠다고 말한다.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나라를 걱정한다”면서 “후안무치에 얼굴 가죽이 두꺼워서 잘못을 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적반하장으로 잘못을 하고도 오히려 큰소리 친다”고 비판했다.
김 신부는 “독주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우리는 요구한다”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스스로 ‘큰 결심’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폐막 미사 강론을 한 양기석 신부는 “집권한 지 2년이 안 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노란 봉투법, 방송 3법, 간호법, 도이치ㅣ사 모터스 주가조작 특검과 대장동개발 50억 뇌물수수 관련 특검법 그리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총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구조적 부당함으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시도를 애초에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작년 여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 당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범죄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 임명한 행위는 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놀라운 일”이라면서 “대한민국은 법치가 사라진 독재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한 사건이란 생각까지 든다”고 참담해 했다.
양 신부는 “이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국정농단을 일삼은 박근혜를 탄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시절 잘못된 악습들을 제대로 끊어버리지 못한 결과, 박근혜 정부 이상의 비정상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죄를 끊어버리고 주님의 요청에 합당한 회개로 응답해야만 한다. 이 악한 정권의 만행들을 끊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폐막미사를 종료하며 성명서도 발표했다.
“오늘의 위기와 난국을 살벌한 각자도생으로부터 따뜻한 공생공락으로 체제전환을 이룰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약이 되리라고 믿는다”며 “윤석열의 검찰독재를 뿌리뽑는 4월 10일, 심판의 총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제단은 끝으로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뜨겁게 성원해 주신 전국의 많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의로우신 여러 교우님들과 선의를 가진 모든 시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면서 “사제단은 잠시 하느님께 이르는 가장 좋은 길, 침묵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통 받으며 신음하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미사를 마친 사제단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시민들과 함께 안양중앙성당에서 안양역까지 행진하며 “집권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비어천가 필요없다 언론을 개혁하라” “거짓평화 선동말고, 말만 공정 남발말고, 정의부터 회복하라”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드높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행진의 종착지인 안양역 앞에선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폐막미사와 안양시내 행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제단은 지난해 3월 20일 전주 풍남문에서 9년 만에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4월부터 전국 순회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사제단은 지난해 4월 10일 서울시청 앞 기도회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1년 동안 전국 교구를 순회하며 27번의 월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다음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기도회 폐막 성명서.
월요시국기도회를 마치며
1.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작년 3월 20일 ‘전국사제비상시국회의’의 결정으로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를 드리고 월요시국기도회를 시작한 지 꼭 일 년이 되었습니다.
서울로부터 마산/ 수원/ 광주/ 춘천/ 의정부/ 인천/ 원주/ 청주/ 제주/ 안동/ 전주/ 대전/ 대구, 3월에서 8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제1차 시국기도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다시 부산 정발장군공원에서 시작하여 서울/ 전주/ 수원/ 의정부/ 마산/ 인천/ 광주/ 전주/ 그리고 오늘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에 이르기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월요시국기도회>를 오늘 마치게 되었습니다.
2. 국가 공동체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비상한 때에 저마다 비상한 각오로 무도하고 무례하기 짝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의 폭정에 아무도 목숨을 잃거나 상하는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이명박의 사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이른바 ‘사자방’의 전철을 밟더라도 국가경제를 거덜 낼 만큼은 아니기를 바랐으나, 그는 무역강국 코리아를 파탄 일보직전까지 추락시켰습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흉내 내더라도 세월호의 비극처럼 아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랐으나 이태원에서 수백의 젊은이들이/ 해병대 병사가/ 주말에도 일터로 향하던 시민들이 우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탄핵의 심판을 받은 두 전직에도 한참 미달하는 윤석열은 무거운 죄를 뉘우치고 오늘 당장이라도 자리를 내놔야 합니다.
3.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행로가 <윤석열의 집권>이라는 변칙적 사건 하나로 가로막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깝던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그만 고꾸라진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후퇴와 역진이라는 사태는 고도성장을 이루는 동안 내면이 고갈되고, 공동체의 붕괴가 임박하게 됨으로써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위기와 난국을 살벌한 각자도생으로부터 따뜻한 공생공락으로 체제전환을 이룰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약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4.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언제나 빛과 어둠이 혼합된 길입니다. 윤석열의 역사적 퇴장 이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다음이더라도 계속해서 우리는 여러 단계의 어둠을 통과하며 위험한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빛 속에서 경험한 바를 어둠 속에서 기억하는 역사적 경험을 일찍이 십자가의 성 요한은 “밝은 어둠”이라 하였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불가피한 과월절”이라 불렀던 바,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우리는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고 있는 역사의 추세를 확신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변칙과 세력도 이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5. 그러므로 있어야 할 것들이 있게 하고, 없어야 할 것들이 말끔히 없어지도록 생활 속의 억강부약을 다짐하며, 환하고 따뜻한 봄기운을 널리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운을 차립시다. 사랑과 정의가 무능과 부패를 구원할 것입니다. 윤석열의 검찰독재를 뿌리뽑는 4월 10일, 심판의 총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뜨겁게 성원해 주신 전국의 많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의로우신 여러 교우님들과 선의를 가진 모든 시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제단은 잠시 하느님께 이르는 가장 좋은 길, 침묵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통 받으며 신음하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2024. 3. 18.
성요셉대축일 전야에
수원교구 안양중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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