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윤여창]물고기 떼죽음이 의미하는 것

안양똑딱이 2016. 6. 30. 14:23
[윤여창]물고기 떼죽음이 의미하는 것

[2005/05/06 푸른희망군포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지난 주 토요일 한 환경단체로부터 긴급한 전화가 왔다. 군포 산본천에서 기름이 유입되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몰래 차 오일을 갈면서 오일을 하수에 버리지 않고 우수관에 버렸는지 하천에 기름이 흘러들었고 그 기름띠가 안양대교까지 흘러 물고기들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청 담당과에서도 긴급하게 출동하여 안양시청 담당자들과 함께 유출된 기름띠에 흡착포를 깔고 흡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우리 군포 산본천은 대부분이 복개되어 있고 복개 끝 부분인 금정역 뒤쪽에는 하천수까지 모두 차집해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천수가 안양천 본류로 흘러들어갈 수 있었단 얘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들어보니 최근 산본천에서 안양천 본류로 유입되는 하천수가 제법 맑아져서 전량 차집하여 하수와 함께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던 것을 본류로 유입시켜 유지용수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군포의 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약간 부연설명을 하자면, 우리 군포로 오는 상수는 한강 상류 북한강과 남한강, 경안천이 만나는 지점 부근 5곳에서 직접 취수를 해서 이송한다. 군포의 수도사업소 정수장을 통해 각 가정에 이송되는 과정을 거치면 집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수도권 2,000만 인구가 모두 이 방식으로 물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한 번 생각해보면 끔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버리는 물, 즉 하수는 각 가정에나 건물 하수도를 통해 연결되어 안양천 안양과 광명 중간쯤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처리된 물은 안양천으로 방류된다.

즉 산에 내리는 비, 집과 도로에 내리는 강우는 하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바로 하천에 유입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세탁을 하면 그 물은 하수관이 아니라 우수관, 즉 빗물통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정화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하천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하얀 거품을 내면서 하천에서 부글거리는 장면을 매스컴을 통해 많이 보신 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도 그런 줄 아실지 모르지만 우리 군포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런 일이 없게 되어 있다. 즉 하수로 차집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일부 지역에는 우수와 하수를 분리하지 못하는 곳이 있어서 안양천 본류로 유입되는 곳에는 그동안 모든 하천수를 안양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차집하는 방지턱시설을 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바로 하수로 차집되는 것이 아니라 우수관에 기름이 흘러들었고 게다가 최근 하천수가 깨끗해지자 하천유지 용수 충원을 위해 하천 끝에서 하천수를 차집하지 않고 본류로 합류시켜 일어난 사건인 것이다. 사실 좋은 의도로 진행되던 하천관리가 오염물 불법투기로 인해 한 순간에 많은 생물을 죽이게 된 사건이 된 것이다.

집 옆 하천에 물고기가 다니는 일은 먼 일이 아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행정당국의 추가적인 조치-오염물 배출자 추적, 오염물 분석, 방지대책 마련-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군포시의 가치, 비전에 관해 많은 얘기들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그에 빗대어 얘기를 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적인 사항들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점이다. 층간 높이가 낮은 고층 아파트에 주차공간도 없고 생활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주변 자연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도시라면 어떻게 가치가 있을 수 있겠는가.

저층 건물, 다양한 생활기반시설, 아름다운 자연환경,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교육시설이 두루 갖춰진 도시가 가치가 있는 것은 누가 보아도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집 옆에 맑은 하천이 흐르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없는 하천도 만들어 내는 부천시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군포의 중요한 도로 밑으로는 모두 하천이 흐르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모르지만 우리 군포의 산본신도시는 건설할 때 있었던 하천을 덮고 그곳에 아파트와 도로를 세웠던 곳이다.

기본적인 사항을 무시하면서 도시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건천을 방지하고 맑은 하천수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었던 행정당국의 계획을 불법적인 오염물 투기가 한 순간에 망쳐놓은 일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하겠는가?

사실 별다른 방지대책이 없다. 왜냐면 산본천은 대부분이 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추적을 하고자 한다면 어느 우수구에서 버렸는지 정도는 찾을 수 있겠지만 찾아봤자 그 우수구에 누가 버렸는지를 알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오염물 투기를 더욱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해마다 반복되는 오염물 투기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없을지 몰라도 하천이 복원되어 있고 눈에 보이는 공간이 넓어진다고 했을 때 투기 정도는 훨씬 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맑아져서 참게가 올라오는 안양천 본류의 경우, 생태조사를 위해 하천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옆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물고기 포획자로 오인하고 물고기 잡지 말라고 항의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일 등이 이러한 상황을 증명해준다.

현재 안양천 본류로 유입되는 산본천과 당정천의 하천수는 전량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차집되고 있다. 그러나 하천유지 관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맑은 하천수로 만들어 본류에 합류시켜야 한다.

이제 산본천과 당정천 끝에 보를 만들어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차집하던 과거 방식은 변화될 때가 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산본천과 당정천의 우수 오수 분리, 하천수 정화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참게와 숭어가 올라오는 안양천을 누가 상상이나 했었던가? 군포 내 집 옆 하천으로 참게가 올라오고 물고기가 사는 일이 결코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복개된 하천을 복원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도시비전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2005-05-06 17:3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