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 6.25전쟁때 남편이 건네준 태극기 고이 간직
<오마이뉴스>10.12.26 17:28l최종 업데이트 10.12.26 17:28l
최병렬(choipong)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 6.25전쟁때 남편이 건네준 태극기 고이 간직
맹은순 할머니가 60여년 보관해 온 피로 물든 태극기
6.25 한국전쟁 당시 전쟁에 나가는 남편과 생이별을 하면서 건네받은 태극기를 팬티 속에 감추어 오던 한 할머니가 반동가족으로 몰려 집단 처형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서 피로 물들었던 태극기를 보관해 왔던 사연이 60여 년만에 알려져 감동을 주고있다.
안양시는 만안구 박달2동에 '추억의 명화 거리'를 조성했다. 박달2동 주민자치센터가 3400여 만원의 예산으로 마련한 이곳은 안양고 앞과 아파트 주변에 흉물로 방치돼 왔던 150여 미터 옹벽 주변을 도시미관 차원에서 조성한 것으로 지난 24일 제막식을 가졌다.
이곳에는 동양화 8점과 세계명화 25점, 추억사진 9점 등 대형그림과 사진 등 42점이 옹벽과 담자락을 따라 '동양화의 거리', '추억의 거리', '명화의 거리' 등으로 구분지어 조성돼 지역주민들은 물론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특히 그림들을 따라 걷다 보면 안양고 정문 앞 옹벽에 내걸린 그림 속에 피로 얼룩지고, 찟겨져 나간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 헐머니의 사진과 글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양시 박달2동 주민센터가 조성한 추억의 명화거리
14살 때부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겪은 할머니의 애국심
사진 속 주인공은 강원도 철원이 고향으로 현재 박달2동 지역에 거주하는 맹은순(88세)할머니로 그림 속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의 애국심이 담겨 있다.
할머니의 사연을 보면 1937년 일제 강점기 당시 14세였던 소녀는 한반도 문양의 자수를 몸속에 간직하다 일본 헌병에 발각돼 고초를 겪었으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이모부에 보내져 24살까지 독립운동가들의 편지와 자금이송 등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이후 맹 할머니는 황해도 신천으로 돌아와 25세 되던 해에 꿈에 그리던 해방을 맞이했다. 하지만 결혼 1개월 열이틀만에 6.25 전쟁이 반발했다. 이로 인해 옹진전투때 남편이 속해 있던 국군 부대가 남쪽으로 철수하면서 새벽에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이때 할머니는 남편이 건네준 태극기를 팬티 속에 넣어 보관해 오던 중 어느날 반동가족으로 집단 사살현장으로 끌려갔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당시 죽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총검으로 엉덩이를 찔렀는데 그때 흐른 피가 태극기를 물들인 것이다.
맹 할머니는 38세때 안양 박달동에 정착했는데 아직도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태극기를 펼쳐보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안양고교 정문앞 옹벽에 부착된 맹 할머니의 태극기 사연
2010년 당시 박달2동주민자치센터 이엽 동장(51)은 "맹 할머니는 기초수급혜택자로 어렵게 사시면서도 애국심이 투철하시다"며 "주위로부터 태극기를 보관해 오고 있는 사연을 전해 듣고 이를 널리 알리는 방안으로 '추억의 명화 거리' 조성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장은 "할머니의 사연이 청소년들에게는 나라 사랑 정신을 본받는 산 교육으로 전해지고, 50-60년대 박달동지역 주변의 추억의 사진들과 명화들이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되살리고, 도시 미관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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