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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신문]안양시흥 근대인물-동아일보 신팔도기 129(1978.11.22일자)

안양똑딱이 2022. 1. 7. 12:18

신팔도기 129 안양시흥(1) 동아일보(1978.11.22) 연재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울생활권

외지인 늘어 토박이는 5%정도

 

노도처럼 밀려오는 오랑캐들. 이들에게 집과 세아들을 송두리째 잃은 [다지기] 할머니는 40리 한양길을 단숨에 달려가 신립장군에게 다음과 같이 아룀

"장군님, 삼천을 헤아리는 오랑캐들이 우리 고을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필시 피로에 지쳐 오늘밤 곤하게 잠들 것 같소이다. 이기회를 놓치지마시고 놈들을 몰살시켜 주십시오"

(호병 물리친 전승지)

 

한참동안 할머니의 말을 듣고있던 장군은 이렇게 명령했다. "그럼 오늘 자정에 늠들을 칠것이니 할멈이 오랑캐 진지로 들어가 그들이 잠들었는지를 알려주시모, 잠들었으면 다지기야, 그렇잖으면 더지기야라고 중얼거리시오"

 

다지기할머니는 명령대로 적진 깊숙이 들어가 다지기야, 하고 암호를 보냈다. 신입 장군은 삼천 호병을 기습, 단칼에 쳐부쉈다.

 

1583(선조16) 니탕개(尼唐介)를 중심한 여진족들이 일으킨 니탕개란때의 이야기. 이곳이 바로 시흥군 수암면 조남리. 지금은 여기를 삼천병마골이라 한다.

여기서 남 산본리로 통하는 길목엔 피올리고개란 나지막한 언덕이 있다. 떼죽음당한 삼천병마에서 피가 홀러 이고개를 넘었다해서 붙여진이름.

아스팔트길로 확트인 이 고갯마루에는 피빛으로 붉게물든 도토리나무잎이 초겨울 햇빛에 타고있다.

 

안양 시흥을 통틀어 대표적인 인물로 통하는 이재형씨(64)의 고향이 바로 이곳.

"안양은 원래 시흥에서 떨어져 나갔어요. 그래서 안양사람과 시흥사람을 구분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이고장 사람들의 기질은 좀 반골적인데가 있고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단결심이 약하다는 평을 간혹 듣기도 하죠"

 

저항적인 (기부) 지녀

일본중앙대 법과를 나와 고향 시흥에서 금융조합에 취직, 부장 참여 고문직을 지낸 그가 30대 초반에 제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2, 4. 5. 7대의 야당의원으로 신민당 부총재직까지 맡은 야당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된것도 이같은 저항적인 반골 기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방후 이범석장군과의 친분으로 이고장에 족청세력을 심어 정계에 투신한 그는 자유당 정권때 상공부장관은 역임하기도 했으며 대림산업을 일으켜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도, 자유당 공천을 받고 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이영섭씨(80)도 피흘리고개 출신.

 

신민당 공천으로 8, 9대 국회에 진출한 이택돈씨(43)는 수암면 고기리 출신.

그는 인천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 스물다섯살에 판사로 임관된 후 서울고법에 근무하다 71년도에 정계에 투신, 신민당 대변인을 거친 소장 야당정치인.

공군참모장 대한중석 사장을지낸후 9대 국회의원이된 김창규씨(58·유정회)는 군자면 출신,

협동비닐 사장으로 있으면서 이번에 있을 10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화당 공천 받은 윤국노씨 (43)는 안양1동이 고향이다.

 

안양은 10년전만 해도 인구 겨우 6만이던 것이 지금은 18만을 넘어섰고 시흥군은 해방후 많은 면적을 서울 안양 등지에 빼앗겨 한때 존폐설까지 나돌았던 곳. 그러나 요즘은 정부 제 2종합청사. 서울대공원.반월공단 등이 조성되어 하루하루 서울과의 그 거리가 좁혀져가고 있다.

또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교통 문화 교육 소득 등 서울과 별로 다른것이 없는게 특색,

서울 인천 수원으로 연결된 수도권전철과 산업도로는 이 지방을 서울생활권으로 흡수시키고 있다.

 

서울 충청 사람 많아

 

한가지 특기할것은 주민 80%가 서울 忠南(남북) 全南北(전남북) 등지 사람들이라는 것. 나머지 20%(경기)도내 다른 시군 출신들을 빼고나면 순수한 토박이는 5%정도.

시정 자문위원으로 지역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변원신씨(45)나 동양나이론 사장으로 있는 장석재씨(41) 서일주유소 대표 한근이씨(47), 동덕개발 전무 임정조씨(39) 시정자문위원을 지낸 이병도씨(61). 그리고 한남기업 대표 이한승씨(43), 신일건재 사장 김정묵씨(40) 등은 이고장에서 알려진 토박이 유지. 삼덕제지 총무과장으로 있는 이영우씨(37)나 약사회장직을 맡고있는 가재춘씨(35), 젊은 사업가로 통하는 반공연맹 지부장 권수창씨(35) 등은 청년층에 비교적 크게 알려진 인물.

(장봉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