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애종/安養의 鐘종
[2008/11/14 안양민예총]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2008/11/14 안양민예총]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安養의 鐘종
박 상 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두우웅~두우웅~’
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슴을 울려주는 존재이다. 특히 신라시대 제작된 범종의 소리는 그 은은하고 청아한 소리와 신비로운 여운으로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늘 우리는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중초사지 인근 암벽에 새겨진 마애종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것을 지방문화재에서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주조(鑄造)된 종이 아닌 바위에 새겨놓은 종으로는 이 마애종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례로 꼽히지만, 1980년 6월 2일 시도유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된 이래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종은 쳐서 소리를 내게 하는 타악기다. 사찰에서 사용하는 종은 범종이라 하는데, 범(梵)이란 고대인도 바라문교의 최고 원리로 청정한 또는 신성한 등의 뜻으로 범종은 사찰의 종루에 걸어놓고 당목(撞木)으로 쳐서 때를 알리거나 대중을 모을 때 사용되는 의식 법구로 사물 가운데 하나이다.
대중운집의 신호용과 악도중생의 이고득락을 위하는 2가지 목적으로 종을 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신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타종의 근본적인 뜻은 모든 중생들이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쳐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범종은 종교적 의미를 가진 예기(禮器)로서 뿐만 아니라 금속공예 측면에서도 높은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지구상의 각 민족마다 그들 나름의 조형적 특성이 가미된 종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종만큼 조형미가 뛰어나고 심오한 상징성을 가진 종은 드물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범종은 ‘한국의 종’이라는 학명(學名)을 얻을 정도로 독자적인 양식과 의장을 갖추며 발전해 왔다.
한국 범종이 가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들자면 종의 정상부에 용뉴가 있고, 그 옆에 음통(音筒)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종어께 밑 네 곳에 연곽(蓮廓)과 그 안에 연꽃 봉오리를 9개씩(蓮蕾:乳廓 연뢰:유곽)을 배치하고 종 몸체의 넓은 여백에 비천상(飛天像)과 당좌(撞座)를 배치한 점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나라 종에서 볼 수 없는 한국 종 특유의 의장요소를 지니고 있고 특이한 종소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국립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과 오대산 상원사의 동종이 우리나라 범종의 조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범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은 “신종이 만들어 지니 그 모습은 산처럼 우뚝하고 그 소리는 용의 읊조림 같아서 위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속까지 스며들며 보는 자는 신기함을 느낄 것이다. 소리를 듣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라고 쓴 종명(鐘銘)의 내용만큼 위용을 지녔고 소리에서는 천상의 소리라고 한다.
독일의 고고학자 켄 멜 박사는 “성덕대왕신종은 세계 제일의 종이다. 독일에 이런 종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능히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5000년 역사를 가진 범종 종주국인 중국의 학자들도, “한국에서 수준 높은 범종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 성덕대왕신종과 같은 훌륭한 종이 있는 것을 보니 자신들이 상당히 부끄럽다”라고 말하면서 한국 종의 조형미와 장엄한 종소리를 극찬했다.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고래로부터 탁월한 범종 제작 기술로 독자적이고도 예술적 수준이 높은 범종을 제작해 왔으며, 오늘날에 와서도 고 염영하 박사, 서울대 이장무 총장 등의 노력으로 그 신비한 비밀을 과학적으로 밝혀냈고 한쪽 눈을 잃어가며 각고의 노력 끝에 신라시대 종소리를 재현해 낸 원광식 같은 鐘匠이 있어 그 기술과 인류 문화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이 내는 천상의 소리 비밀은 바로 음통과 당좌에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였다.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를 분석해본 결과 한 마디로 숨쉬는 듯한 음을 내고 있었다.
성덕대왕신종이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은 그 소리가 ‘에밀레’ 같고 그 뜻은 ‘에밀레라’, 즉 ‘애미 탓으로’와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밀레종을 대표로하는 우리나라 범종은 무엇보다 장엄하고 신비한 천상의 종소리가 ‘맥놀이’소리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경지이다.
맥놀이란 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데, 소리가 맥박처럼 약해졌다가 세지기를 거듭하며 우는 소리 현상이다. 이러한 맥놀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데 이러한 비밀의 열쇠는 바로 음통과 당좌에 있다는 것이다.
종소리는 ‘맥놀이’ 소리에 있는데 고 염영하 박사(금속공학)님은 신비로운 그 소리의 비결을 음통(音筒)과 명동(鳴洞)을 들고 있다. 음통은 종의 위쪽에 있는 대롱 모양의 관으로 신라종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염박사님은 모형실험을 통해 음관이 잡음을 뽑아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나라에 없는 音筒의 기원으로는 황수영 박사가 ‘삼국유사’의 ‘만파식적(萬波息笛)의 神笛'이 조형화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신라 31대 신문왕 2년(682)에 ’산위에 대나무가 하나 있는데 낮에는 둘이 되었다가 밤에는 하나가 된다‘고 하였다.
...용이 말하기를 "성왕께서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릴 상서입니다. 왕께서 이 대나무를 베어다가 피리를 만들어 부면 천하가 화평하게 될 것입니다....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天尊庫(천존고)에 간직해 두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가 그치고,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잠잠해졌으므로 만파식적이라 부르고 國寶(국보)로 삼았다"고 하는 내용이다.
신라종은 萬波(만파)를 잠재우는 피리, 바로 이 소리가 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염원을 실어 종은 제작되고 그것을 형상화 했던 것이 음통이라는 것이다.
신라종에서 당좌(종을 치는 자리)는 종걸이 부분에 최소의 힘이 작용하도록 절묘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종소리의 여운을 길게 하고 종의 수명을 늘어나게 해준다.
맥놀이란 위에서도 언급했듯 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데, 소리가 맥박처럼 약해졌다가 세지기를 거듭하며 우는 소리 현상이다.
처음엔 당목으로 당좌를 타격해보고, 그 다음엔 당좌 옆을 타격해보고, 또 다른 곳을 타격해보았다. 확실한 차이점은 다른 곳을 타격하게 되면 맥놀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좌는 최적점인 것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에밀레종을 타종하고 한참 뒤까지 “더어엉~더어엉~어~엉~ 어~엉~ ” 하는 맥놀이로 인한 독특한 소리의 여운이 이어지는 것은 에밀레종 소리가 수많은 낱소리 성분들로 이뤄졌으며 이런 낱소리의 어우러짐과 소멸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범종은 각 사찰에서 아침과 저녁에 예불할 때 울리며, 범종을 칠 때 게송(偈頌)을 외우는데 아침 게송과 저녁게송이 다르다.
아침게송
원차종성변법계(願此鐘聲遍法界)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하여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철위산 아래 어두운 지옥 밝혀주고
삼도이고파도산(三途離苦破刀山) 지옥아귀축생 삼도의 고통과 칼산의 지옥고통 없애며
일체중생성정각(一切衆生成正覺) 모든 중생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저녁 게송
문종성번뇌단(聞鐘聲煩惱斷) 종소리 듣고 번뇌를 끊고
지혜장보리생(智慧長菩提生) 지혜를 길러 보리가 이루어지고
이지옥출삼계(離地獄出三界) 지옥 삼계에서 벗어나서
원성불도중생(願成佛度衆生) 부처를 이루어 중생을 모두 (지옥에서)건지게 하소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이 가진 의장적인 특성과 함께 불교적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범종을 제작하고 타종한 근본적인 뜻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여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게 하려는 데 있었던 것이다.
안양시의 안양(安養)은 중생들이 현실의 괴로움과 정신적 번뇌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세계가 극락세계이고, 바로 극락세계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이 말 외에도 안양세계, 안양정토, 안양지족 등 극락의 경지를 표현하는 말이 많이 있다.
안양이 가진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불설아미타경≫에서 말하되, 안양은 이 사바세계에서 서쪽으로 십만억불토를 지난 곳에 있는 아미타불의 정토로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法藏比丘)의 이상(理想)이 실현된 국토로서, 지금도 그곳에 아미타부처님이 계시어 항상 설법하고 있다고 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연꽃에서 화생하므로 탄생의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고, 몸이 미묘하여 향기롭고 정결하므로 병을 앓아 고생하는 일도 없고, 죽는 고통도 없으며, 또한 모든 것이 원만 구족하여 오직 즐거움만 가지고 있을 뿐 그 어떤 고민이나 괴로움도 없다고 한다.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에,
若願生安養이면; 만일 안양국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隨功生九蓮하야; 功行에 따라 구련에 태어나서
得見彌陀佛하고; 아미타불을 만나 뵙고
聞法悟無生하리; 법문 들어서 무생법인을 깨달아 누리게 되리라고 읊었다.
이를 해석하기를, 앞에서 安養안양은 極樂극락이라 하였고, 소미타경에서는 ‘여기서 서쪽으로 10만억불토를 지나서 극락세계가 있다’하였고, 무량수경에서는 ‘아미타불의 국토가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하였는데, 멀고 가까움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오직 중생의 마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데 어찌 동서와 원근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 말은 내 마음이 깨달아 편안하면 극락이고 내 마음이 오욕에 물들어 불편하면 지옥이라는 것이다.
안양시가 이처럼 극락정토를 의미하는 안양이란 명칭을 지명으로 사용된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만안구 석수1동에 창건한 안양사(安養寺)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안양시 지명이 지난 4반세기 동안 각종 언론에서 안양을 불교적 이상향으로 소개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안양시를 불국의 이상향으로 설정하고 상징화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포럼에서 주제인 안양의 마애종은 의미 깊고 훌륭한 상징성을 갖추고 있음으로「안양의 종」을 제작하여 안양시의 상징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안양 마애종은 천 년의 세월 이전부터 선조들이 안양세계를 이 땅에 건설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청사진인 것이다.
이제 안양 마애종이 머지않아 이 땅의 염원을 담아 안양정토에서 안양의 종소리로 힘차게 울려 퍼지길 기대하면서 성덕대왕신종의 명문에 나오는 다음의 말로 마칠까 한다.
“
큰소리는 천지 사이를 진동하나 들으려고 하여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방편으로 신종을 걸어서 일승(一乘)의 원음(原音)을 깨닫고자 한다.
이 종소리로 인하여 나라에는 충신이나 어진이가 등용되고 예와 악을 숭상하여
농사에 힘쓰고 사치가 없으며 태평성대하고 평화로운 정치가 행하여 질 것이다.”
박 상 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두우웅~두우웅~’
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슴을 울려주는 존재이다. 특히 신라시대 제작된 범종의 소리는 그 은은하고 청아한 소리와 신비로운 여운으로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늘 우리는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중초사지 인근 암벽에 새겨진 마애종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것을 지방문화재에서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주조(鑄造)된 종이 아닌 바위에 새겨놓은 종으로는 이 마애종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례로 꼽히지만, 1980년 6월 2일 시도유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된 이래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종은 쳐서 소리를 내게 하는 타악기다. 사찰에서 사용하는 종은 범종이라 하는데, 범(梵)이란 고대인도 바라문교의 최고 원리로 청정한 또는 신성한 등의 뜻으로 범종은 사찰의 종루에 걸어놓고 당목(撞木)으로 쳐서 때를 알리거나 대중을 모을 때 사용되는 의식 법구로 사물 가운데 하나이다.
대중운집의 신호용과 악도중생의 이고득락을 위하는 2가지 목적으로 종을 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신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타종의 근본적인 뜻은 모든 중생들이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쳐 고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범종은 종교적 의미를 가진 예기(禮器)로서 뿐만 아니라 금속공예 측면에서도 높은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지구상의 각 민족마다 그들 나름의 조형적 특성이 가미된 종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종만큼 조형미가 뛰어나고 심오한 상징성을 가진 종은 드물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범종은 ‘한국의 종’이라는 학명(學名)을 얻을 정도로 독자적인 양식과 의장을 갖추며 발전해 왔다.
한국 범종이 가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들자면 종의 정상부에 용뉴가 있고, 그 옆에 음통(音筒)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종어께 밑 네 곳에 연곽(蓮廓)과 그 안에 연꽃 봉오리를 9개씩(蓮蕾:乳廓 연뢰:유곽)을 배치하고 종 몸체의 넓은 여백에 비천상(飛天像)과 당좌(撞座)를 배치한 점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나라 종에서 볼 수 없는 한국 종 특유의 의장요소를 지니고 있고 특이한 종소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국립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과 오대산 상원사의 동종이 우리나라 범종의 조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범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은 “신종이 만들어 지니 그 모습은 산처럼 우뚝하고 그 소리는 용의 읊조림 같아서 위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속까지 스며들며 보는 자는 신기함을 느낄 것이다. 소리를 듣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라고 쓴 종명(鐘銘)의 내용만큼 위용을 지녔고 소리에서는 천상의 소리라고 한다.
독일의 고고학자 켄 멜 박사는 “성덕대왕신종은 세계 제일의 종이다. 독일에 이런 종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능히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5000년 역사를 가진 범종 종주국인 중국의 학자들도, “한국에서 수준 높은 범종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 성덕대왕신종과 같은 훌륭한 종이 있는 것을 보니 자신들이 상당히 부끄럽다”라고 말하면서 한국 종의 조형미와 장엄한 종소리를 극찬했다.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고래로부터 탁월한 범종 제작 기술로 독자적이고도 예술적 수준이 높은 범종을 제작해 왔으며, 오늘날에 와서도 고 염영하 박사, 서울대 이장무 총장 등의 노력으로 그 신비한 비밀을 과학적으로 밝혀냈고 한쪽 눈을 잃어가며 각고의 노력 끝에 신라시대 종소리를 재현해 낸 원광식 같은 鐘匠이 있어 그 기술과 인류 문화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성덕대왕신종이 내는 천상의 소리 비밀은 바로 음통과 당좌에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였다.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를 분석해본 결과 한 마디로 숨쉬는 듯한 음을 내고 있었다.
성덕대왕신종이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은 그 소리가 ‘에밀레’ 같고 그 뜻은 ‘에밀레라’, 즉 ‘애미 탓으로’와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밀레종을 대표로하는 우리나라 범종은 무엇보다 장엄하고 신비한 천상의 종소리가 ‘맥놀이’소리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경지이다.
맥놀이란 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데, 소리가 맥박처럼 약해졌다가 세지기를 거듭하며 우는 소리 현상이다. 이러한 맥놀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데 이러한 비밀의 열쇠는 바로 음통과 당좌에 있다는 것이다.
종소리는 ‘맥놀이’ 소리에 있는데 고 염영하 박사(금속공학)님은 신비로운 그 소리의 비결을 음통(音筒)과 명동(鳴洞)을 들고 있다. 음통은 종의 위쪽에 있는 대롱 모양의 관으로 신라종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염박사님은 모형실험을 통해 음관이 잡음을 뽑아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나라에 없는 音筒의 기원으로는 황수영 박사가 ‘삼국유사’의 ‘만파식적(萬波息笛)의 神笛'이 조형화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신라 31대 신문왕 2년(682)에 ’산위에 대나무가 하나 있는데 낮에는 둘이 되었다가 밤에는 하나가 된다‘고 하였다.
...용이 말하기를 "성왕께서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릴 상서입니다. 왕께서 이 대나무를 베어다가 피리를 만들어 부면 천하가 화평하게 될 것입니다....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天尊庫(천존고)에 간직해 두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가 그치고,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잠잠해졌으므로 만파식적이라 부르고 國寶(국보)로 삼았다"고 하는 내용이다.
신라종은 萬波(만파)를 잠재우는 피리, 바로 이 소리가 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염원을 실어 종은 제작되고 그것을 형상화 했던 것이 음통이라는 것이다.
신라종에서 당좌(종을 치는 자리)는 종걸이 부분에 최소의 힘이 작용하도록 절묘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종소리의 여운을 길게 하고 종의 수명을 늘어나게 해준다.
맥놀이란 위에서도 언급했듯 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데, 소리가 맥박처럼 약해졌다가 세지기를 거듭하며 우는 소리 현상이다.
처음엔 당목으로 당좌를 타격해보고, 그 다음엔 당좌 옆을 타격해보고, 또 다른 곳을 타격해보았다. 확실한 차이점은 다른 곳을 타격하게 되면 맥놀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좌는 최적점인 것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에밀레종을 타종하고 한참 뒤까지 “더어엉~더어엉~어~엉~ 어~엉~ ” 하는 맥놀이로 인한 독특한 소리의 여운이 이어지는 것은 에밀레종 소리가 수많은 낱소리 성분들로 이뤄졌으며 이런 낱소리의 어우러짐과 소멸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범종은 각 사찰에서 아침과 저녁에 예불할 때 울리며, 범종을 칠 때 게송(偈頌)을 외우는데 아침 게송과 저녁게송이 다르다.
아침게송
원차종성변법계(願此鐘聲遍法界)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하여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철위산 아래 어두운 지옥 밝혀주고
삼도이고파도산(三途離苦破刀山) 지옥아귀축생 삼도의 고통과 칼산의 지옥고통 없애며
일체중생성정각(一切衆生成正覺) 모든 중생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저녁 게송
문종성번뇌단(聞鐘聲煩惱斷) 종소리 듣고 번뇌를 끊고
지혜장보리생(智慧長菩提生) 지혜를 길러 보리가 이루어지고
이지옥출삼계(離地獄出三界) 지옥 삼계에서 벗어나서
원성불도중생(願成佛度衆生) 부처를 이루어 중생을 모두 (지옥에서)건지게 하소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이 가진 의장적인 특성과 함께 불교적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범종을 제작하고 타종한 근본적인 뜻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여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게 하려는 데 있었던 것이다.
안양시의 안양(安養)은 중생들이 현실의 괴로움과 정신적 번뇌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세계가 극락세계이고, 바로 극락세계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이 말 외에도 안양세계, 안양정토, 안양지족 등 극락의 경지를 표현하는 말이 많이 있다.
안양이 가진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불설아미타경≫에서 말하되, 안양은 이 사바세계에서 서쪽으로 십만억불토를 지난 곳에 있는 아미타불의 정토로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法藏比丘)의 이상(理想)이 실현된 국토로서, 지금도 그곳에 아미타부처님이 계시어 항상 설법하고 있다고 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연꽃에서 화생하므로 탄생의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고, 몸이 미묘하여 향기롭고 정결하므로 병을 앓아 고생하는 일도 없고, 죽는 고통도 없으며, 또한 모든 것이 원만 구족하여 오직 즐거움만 가지고 있을 뿐 그 어떤 고민이나 괴로움도 없다고 한다.
석가여래행적송(釋迦如來行蹟頌)에,
若願生安養이면; 만일 안양국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隨功生九蓮하야; 功行에 따라 구련에 태어나서
得見彌陀佛하고; 아미타불을 만나 뵙고
聞法悟無生하리; 법문 들어서 무생법인을 깨달아 누리게 되리라고 읊었다.
이를 해석하기를, 앞에서 安養안양은 極樂극락이라 하였고, 소미타경에서는 ‘여기서 서쪽으로 10만억불토를 지나서 극락세계가 있다’하였고, 무량수경에서는 ‘아미타불의 국토가 여기서 멀지 않다’고 하였는데, 멀고 가까움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오직 중생의 마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데 어찌 동서와 원근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 말은 내 마음이 깨달아 편안하면 극락이고 내 마음이 오욕에 물들어 불편하면 지옥이라는 것이다.
안양시가 이처럼 극락정토를 의미하는 안양이란 명칭을 지명으로 사용된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만안구 석수1동에 창건한 안양사(安養寺)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안양시 지명이 지난 4반세기 동안 각종 언론에서 안양을 불교적 이상향으로 소개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안양시를 불국의 이상향으로 설정하고 상징화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포럼에서 주제인 안양의 마애종은 의미 깊고 훌륭한 상징성을 갖추고 있음으로「안양의 종」을 제작하여 안양시의 상징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안양 마애종은 천 년의 세월 이전부터 선조들이 안양세계를 이 땅에 건설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청사진인 것이다.
이제 안양 마애종이 머지않아 이 땅의 염원을 담아 안양정토에서 안양의 종소리로 힘차게 울려 퍼지길 기대하면서 성덕대왕신종의 명문에 나오는 다음의 말로 마칠까 한다.
“
큰소리는 천지 사이를 진동하나 들으려고 하여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방편으로 신종을 걸어서 일승(一乘)의 원음(原音)을 깨닫고자 한다.
이 종소리로 인하여 나라에는 충신이나 어진이가 등용되고 예와 악을 숭상하여
농사에 힘쓰고 사치가 없으며 태평성대하고 평화로운 정치가 행하여 질 것이다.”
2008-11-14 15: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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